인디4 리뷰: 존스 박사와 제작진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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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토요일)에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하 인디4)을 심야로 봤습니다.
조카가 애들을 데리고 있어준 덕분에 마눌님 및 okto98님 커플과 함께 넷이서 영화를 봤습니다.
(여담이지만, okto님의 여친은 참 예쁘십니다. okto님은 행운아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엇갈리는 영화지만,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오랜만에 애들을 집에 놔두고 봤기 때문에 홀가분했다는 것도 큰 이유같습니다)

이 영화의 단점들에 대해서는 수많은 블로그나 영화 평론 매체들에서 보실 수 있을 것이니 생략하고, 제가 이 영화를 좋게 생각하는 이유들을 적어보겠습니다.


아래의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80년대 구성의 귀환

1980년대에 비해서 1990년대 이후의 액션/어드벤처물의 주인공 캐릭터의 특성 중 하나는 성격이 비정해졌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캐릭터가 바로 제임스 본드입니다. 이 전의 터프가이들… 영화에서 2명 죽이면 많이 죽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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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우리가 친구아이가.

하지만, 1980년대의 영화들을 보면 주인공이 비정하기는 커녕, 주인공 옆에 있는 친구가 주인공을 배신하다가 죽을 위기에 처하고, 주인공은 끝까지 친구를 지켜주려고 하지만, 마지막에 개과천선한 친구는 그냥 죽음을 택하는 구성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즉, 주인공과 악당을 순수한 선과 악으로 구분해서 설정하는 것이죠.

오랜만에 이런 80년대식 구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2. 불필요한 디지털의 배제

개미떼 씬에서 CG가 좀 많이 사용되었습니다만, 이 장면을 제외하고는 CG가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없었습니다.
(개미떼는 존스의 패러디물인 [미이라]의 식인 딱정벌레를 다시 패러디했다는 느낌밖에는…)

※ 엔딩 무렵의 장면은 물론 몽땅 CG겠지만, 이걸 굳이 아날로그로 찍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인디아나 존스를 디지털 기술로 떡칠하는 것은 또 한 편의 [007 어나더데이]를 보는 느낌일 것 같아 걱정했었거든요.

물론, 존스 박사의 대역 전문 스턴트맨인 빅 암스트롱이 스케쥴 관계로  빠진 관계로 존스 박사의 대역촬영분은 얼굴을 아예 안 보이도록 촬영했기 때문에 티가 좀 많이 납니다만… CG로 존스 박사를 그리는 것보단 차라리 대역을 통한 아날로그가 더 보기 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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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격 뿐만 아니라 얼굴도 포드 아저씨랑 상당히 닮은 빅 아저씨.


3. 기독교/유대인 만세 세계관 배제

기존 3부작에서 가장 거슬리는 부분은 동양 문화에 대한 비하기독교/유대인 만세 세계관입니다.
하지만, 인디4에서는 이 부분을 상당부분 제거하려고 한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비록 예고편 및 영화의 앞부분에 미쿡 국기가 커다랗게 화면을 덮는 장면이 있지만, 다음 장면과의 연계를 생각해보면 미국 정부에 대한 냉소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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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후 이어지는 "I like Ike!"를 중심으로 하는 반공스러운 대사들은 은근히 미국 만세를 담고 있던 전작들과는 달리 냉전 시대의 이데올로기 대립을 비아냥거리기 위해 들어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너무 노골적이어서 전작들의 은근한 맛이 없어졌다는 문제가 큽니다만, 장점만 얘기하려고 합니다)

※ 이 대사는 "난 공산당이 싫어!"로 번역되었는데, 우리의 시대상황과 비교해서 보면 아주 적절한 번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원주민들의 등장씬을 최소화하고, 문명인(특히 백인)이 그들을 속이거나 조종하는 내용이 없는 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주된 소재에 대해서 X-File의 존스 버전이 아니냐하는 비판도 많은데 일부러 성경의 세계관을 버리면서도 초현실적인 내용을 담다보니 소재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극장에서 무려 19년만에 보는 존스 박사는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고딩 때 인디3을 보고서 소설판을 한 권 사서 여러번 다시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소설판에는 -영화에는 없던- 성수를 마신 뒤 환상을 보는 장면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를 보시고서 많이들 실망하신 것 같았습니다.
기대치를 요즘 영화를 보는 것보다 조금만 낮추고, 19년 전의 영화를 보는 것보다 조금만 높이면 훨씬 즐거운 감상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덧. 극장에서 엔딩 크레딧을 다 보고 나왔습니다.
크레딧 말미에 "ASYLUM"이란 글자가 보였습니다.
왜 들어있을까요? 덜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