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적유희 촬영분(97분) DVD 감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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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이도 입고 있는 이소룡의 아이콘

1973년  7월 20일 불세출의 쿵푸스타였던 이소룡이 급사하면서 촬영중이던 사망적유희(死亡的遊戱)는 유작이 되었습니다.

또한, 그의 죽음과 함께 쿵푸 영화도 위기를 맞이합니다.
물론, 이후 성룡, 이연걸 등의 걸출한 스타가 계속 나와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리기는 하지만, 이소룡이 보여줬던 폭발력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후 사망적유희사망유희라는 제목을 달고 1978년에 대역으로 떡칠한 암울한 분위기의 영화로 개봉되지만, 영화의 평이 좋지 않아 오히려 촬영된 부분의 평가마저도 절하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1996년 베이 로건이라는 분이 사망적유희의 미공개 촬영분을 발견하면서 사망적유희를 재조명하는 기회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 비디오는 용쟁호투 DVD에 스페셜 피처로 공개되었는데, 지금 당장 영화로 출시해도 다른 영화에 밀릴 것 같지 않은 현대적 액션, 중간중간 등장하는 최고 수준의 액션을 보여주었습니다.
(정확히는 이소룡의 액션이 현대적인 것이 아니라 이소룡의 액션을 벤치마킹한 결과가 현재 영화의 액션입니다. 트랜스포터는 물론, 제이슨 본 시리즈007 카지노 로얄까지 그 영향을 벗어날 수 있는 액션 영화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공개된 필름에 또 어떤 내용이 들어있었을까가 궁금했었는데, 눈차크74님의 블로그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사망적유희의 필름을 모아놓은 DVD를 판매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바로 질렀습니다.
(페니웨이님 블로그에서 괴작열전: 사망유희를 읽다가 블랙님의 댓글을 보고 알았습니다)

이 DVD에는 용쟁호투 DVD의 스페셜 피처로 이미 공개된 사망적유희 미공개컷, NG장면을 포함하는 사망적유희의 모든 촬영씬, 트레일러 비디오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이소룡에 대한 추억(평생 소원 성취 : 로마 콜로세움 관광 참조)이 있는 저로서는 아주 소중한 컬렉션이 되었습니다.



1. 이 DVD의 장점

이 DVD에는 사망적유희 미공개컷은 물론이고, 별도로 97분 분량사망적유희모든 촬영씬이 들어있습니다.
NG 장면을 포함한 재촬영된 영상의 중간중간 어색한 액션들을 포함해서 말이죠.
다소 어색하다는 이유로 재촬영된 장면들을 보면 당시 이소룡의 완벽지향주의가 느껴집니다.

영화 편집 기술을 정리한 다큐멘터리인 The Cutting Edge에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The shark would only look real in 36 frames, not 38 frames.
And that two-frame difference was the difference between
something really scary and something that looked like a great white floating turd.


상어가 36프레임에서는 사실적으로 보였지만 38프레임에서는 그렇지 않았어요.
그 두 프레임의 차이가 상어를 굉장히 무섭게 보이게도 하고,
바다에 둥둥 떠있는 흰색 물체처럼 보이게도 했습니다.

영화가 멋진 영상을 보여주느냐 아니면, 어설픈 촬영(및 편집)을 보여주느냐 하는 차이는 어색한 한 두 프레임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차리라는 뜻인데, 사망적유희의 NG 장면을 보면 이런 것에 대한 이소룡의 식견(혹은 집착?)을 보여줍니다.

아주 사소한 어색한 장면도 그는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액션이 어설프면 몽땅 재촬영을 했기 때문에 그의 액션들은 빈틈이 없고 완성도가 높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이소룡의 촬영 철학을 느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DVD는 이소룡 팬들에게는 must-have입니다.


2. 단점

화질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옛날 필름답게 스크래치도 많고, 해상도도 352x480으로 낮은 편입니다.

사실, 조지 루카스나 007 시리즈를 만드는 이온 프로덕션처럼 시리즈의 큰 덩어리를 몽땅 4K 복원을 할 수 있는 재력이 있지 않는 다음에야 이 화질 문제는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미공개컷에 박혀있는 일본어 자막은 눈에 거슬립니다. 자막이 없는 버전이 이미 출시된 마당에 자막이라니…

그리고, 포장 상태는 좀 개선이 필요합니다. DVD 케이스가 반쯤 부서져서 왔습니다.
(저희 집에는 DVD 케이스가 좀 남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신문지로 싸고 에어버블로 다시 싸는 것 보다는 에어버블로 잔뜩 싸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