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젤] 디즈니의 벽을 넘었으면서도, 지극히 디즈니다운 애니메이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들과, 마누라님과 함께 [라푼젤]을 감상했다.

해가 바뀌어도 내용과 형식의 변화가 전혀 없는, 마냥 아름다운 동화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특징이라 생각했고, 결국 매너리즘에 빠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디즈니 애니의 생명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것에 감탄했다.

뻔하기 짝이 없었던 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


디즈니는 굳이 픽사를 따라가는 전략을 취하지 않고, 클래식으로 돌아가면서 그들이 잘 하는 것을 최대한 보여주고, 단점을 최대한 지워버림으로써 충분히 재미있고 화려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별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더욱 만족하고 볼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이었다.

기타 단상들…


1. 영어 제목은 원제인 [Rapunzel]이 아니라 [Tangled]임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라푼젤이 독일어이며, 열매 이름이란 것 때문에 일부러 제목을 바꾼게 아닐까함.


2. 원작의 흔적을 거의 지운 것은 현명한 선택

원래 그림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에 가깝다.
원작인 라푼젤 역시 이러한 코드가 상당히 많은데, 이런 흔적을 거의 다 지워버리고 새롬게 구성한 것은 현명했다.


3. 마지막 눈물(스포일러라 자세한 설명 생략) 장면은 원작 변형에 있는 내용임

잔혹 동화였던 원작을 여러모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버전이 나왔는데, 그 중에 있는 내용이다.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보니 의외로 모르는 것 같다.


4. 불쌍한 마녀

그 정도 모습이면 그닥 나쁘게 나오지도 않던데, 받은 벌은 너무 가혹했다.


5. 진짜 탑은 그렇게 높지 않음

독일 출장 때 브레멘-하멜른을 갔지만, 라푼젤의 고향 트렌델부르크(Trendelburg)는 가지 못했다.
여러모로 아쉽다.

그런데, 사진을 찾아보니 진짜 탑은 그렇게는 높지 않았다. 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6. 빛의 묘사는 절정의 수준

일찌기 인상파 화가들이 순간의 빛을 표현하는 시도를 했을 때부터 영상에 빛을 담는 시도는 계속되어왔다.
쇠라의 <그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부터 이러한 시도는 빛을 보기 시작했고, [아바타]에 와서는 절정에 이르렀는데, 이런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빛의 묘사를 보여준다.
정말로 아름답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7. 마무리가 약간 어설픔

마무리는 매끄럽지 않다. 엄청난 난리를 떨었는데, 다음 장면에서는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단다.
좋게 보면 지극히 디즈니스러운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른 면에선 그들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역시 디즈니가 픽사를 따라오려면 갈 길이 멀다.


8. 2D 상영관이 거의 없는데, 돈독이 오른 짓임

작품 특성상 주 감상 계층은 굉장히 어린 나이부터 시작이다.
2D 상영관이 없어 어쩔 수 없이 3D 상영관을 찾았는데, 짱이는 3D 안경을 쓰기 싫어해서 돈만 날린 케이스.


9. 롯데시네마 용인점 썅!

3D 안경이 불량이라 감상 전에 두 번이나 바꿨다.
한번은 앞에 뭐가 끼어있어 보이지 않았고, 한번은 편광 필터 불량.

바꿔 달라면 그냥 바꿔줄 것이지 사람을 진상으로 몰아간다.
내가 미쳤다고 영화 안 보고 니들하고 말싸움이나 할 거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