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자]: 바벨2세의 초능력을 나눠가진 바보들의 삽질

by BLUEnLIVE | 2010/04/12 05:25

난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걸작 만화 <바벨 2세>를 새소년 코믹스 출간 버전으로 접했다. 물론 작가는 김동명 이라고 알고 있었고... 당...



마누라님께 [소셜 네트워크]를 보자고 계속 꼬셨으나, 컴퓨터 얘긴 싫다셔서 어쩔 수 없이 보게된 [초능력자].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돈을 내고 보는 관객에 대한 예의가 전혀 없는 영화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내용 전개에 개연성이 거의 없다.

고수의 정체 같은 지엽적인 내용을 욕하는 것이 아니다.
어짜피 초능력자를 다룬 영화라면 고수의 정체가 무엇이든 수긍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등장인물의 행동들에 어떠한 당위성도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강동원의 행동에 대해 나름의 당위성을 느낄 수 있는 건 어린 시절과 도입부 뿐이고, 이후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전개와 무관한 수많은 살인들… 강동원은 굉장히 사람을 많이 죽이는데, 그 중 이해되는 살인은 몇 건 안된다..
특히 맨홀… 이건 뭐 웃자고 넣은 장면도 아니고,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사실 강동원 캐릭터는 명백히 우리나라의 무책임한 권력자들을 상징한다.
서민의 목숨을 쉽게 여기고, 서민이 덤비면 지가 문제를 키워놓고, 되려 서민을 비난하는 꼴까지…
그렇다면 끝까지 그런 식으로 가야 된다. 갑자기 막판에 돌변하는 그 허무한 짓은 뭐냐? 개과천선 전대갈이냐?

고수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고수와 그의 친구들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만 계속 한다.
못 하는게 없는 능력자들이 서민 코스프레 하는 꼴이라니… (심지어 총도 개조하는 능력자들임)
게다가, 인생 루저 임대리 역에 준수한 외모의 고수란 건 루저라도 외모는 이 정도는 되어야 된다는 느낌만 줬다.



그 중에서도 굉장히 거슬리는 내용은 그들의 초능력이었다.

종종 [언브레이커블]을 얘기하던데, 솔까말 그들의 초능력은 <바벨 2세>의 능력을 둘이서 나눠가진 것에 훨씬 가까웠다.
물론, 염력이나 변신, 에너지 충격파 같은 내용은 안 나왔지만, 기본적으로 두 초능력자가 그 능력으로 대결하고, 엄청난 회복력으로 주인공이 부활한다는 내용은 그냥 <바벨 2세> 컨셉 그대로다.

둘의 초능력 대결. haja.tistory.com 에서 빌려옴


그 좋은 소재를 이렇게나 만들다 만듯한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실망이었다.
정말 돈 아까웠다. OTL


덧1. 강동원은 이거 찍고 "군대" 갔다던데, 알고 보니 공익. 저 좋은 몸으로 공익이라니… 현역은 나같은 ㅂㅅ만 가는 거냐?

덧2. 고수는 지구 평화 지킨다고 열심히 싸우는 것 같은데, 둘 덕분에 엄청나게 죽어나는 거 생각하면 별로 수긍 안 된다.

덧3. 주인공이 강동원인 것 같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고수가 연기한 임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