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왕] 2% 부족한 장진식 코미디


난 장진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한다.
그의 유머코드를 포함한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좋다.
하지만, 퀴즈왕은 뭔가 좀 부족해보였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가 느낀 단상들 위주로 정리.


1. 정말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지만, 나름의 얘기를 잘 풀어감

이 작품은 크게 상황을 설명하는 군상극이 주를 이루는 전반부와 퀴즈 배틀물이 주를 이루는 후반부로 나뉜다.
(페니웨이™ 님의 구분인데 타당하다고 판단되어 차용)

이 과정에서 독고다이나 카메오를 제외하고도 크게 여섯 그룹이 퀴즈 배틀에 참가해서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교적 잘 풀어간다.


2. 카메오로 등장하는 배우들도 반가움

[퀴즈왕]에서 문제출제자이자, 교통사고로 사망해서 문제의 단초를 제공하는 캐릭터는 고은미 씨가 연기했다.
이 배우가 누구냐면 바로 [킬러들의 수다]에서 킬러 형제들에게 사건을 의뢰한 아나운서다.

이 외에도 (잘 알려진대로) 정재영, 임원희, 류승룡 등 비중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장진 사단의 배우들은 한번씩 얼굴을 다 비춘다.

장진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배우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가울 수 있다.


3. 마무리는 부족함

[킬러들의 수다]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형제들이 오페라장에서 탈출하는 방법도 제대로 묘사되지 않고, 킬러와 임산부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내용 등은 어색한 면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간 어색하고 억지스러운 마무리는, 코미디 장르로서의 특성이 돋보이게하는 역할도 했다.

그런데, [퀴즈왕]은 이러한 마무리가 생략됨으로써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의 전작들과 스타일이 맞지 않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영화 자체가 만들다 만 느낌이었다.

덧. [인셉션]과 같은 오픈 엔딩을 노린 것은 아니겠지? 설마?


4. 과유불급: 장진 감독의 등장

영화를 보며 처음 불안함을 느꼈던 부분은 장진 감독이 배우로 출연하는 장면들이었다.
잠깐 나와서 가벼운 웃음만 주고 들어갈 줄 알았던 "배우" 장진이 계속 등장하는데, 영화 전개에 어떠한 재미도 주지 못한다.

오히려, 감독이 배우로 출연하느라 바빠서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졌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진 지못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