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그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

이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라는 책에서 얻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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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라의 걸작 "그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


어제(2월 26일 화요일) 밤에 MBC 프라임에서 방송한 쇠라의 그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를 보고 적는 글입니다.

이 작품은 쇠라가 신인상주의 화풍을 열기 시작한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당대에 평가가 워낙 떨어졌기 때문에 이리저리 팔려나가다 현재는 미국의 시카고 미술연구소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물론, 지금 와서 프랑스에서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이걸 되사갈 수 있는 가능성은 -∞ 입니다.
이 작품은 시카고 미술연구소의 정체성 그 자체니까요.
프랑스에서는 물론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쇠라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이 작품은 워낙 유명해서 이 작품의 이름은 잘 모르더라도 (게다가 워낙 길기도 깁니다) 저 그림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워낙 편안한 그림이라 그림을 잘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는 작품이며, 수많은 형태(다른 스타일의 그림은 물론, 뮤지컬(그것도 스위니 토드의 작가인 손더하임의 뮤지컬입니다), 동상 등등 너무나 많아서 다 열거도 되지 못할만큼의)로 재생산되었고, 작품성도 인정받았으며, 미술 교과서에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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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산된 "그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의 극히 일부





하지만, 현대에 컴퓨터를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관점에서도 의미가 커다란 작품입니다.

쉐라는 신인상파 화가입니다. 인상파는 순간의 빛을 담기 위해 현란한 붓놀림으로 빠른 시간에 작품을 완성한 화풍입니다. (다시 말하면 후다닥 그렸습니다)

하지만, 순간의 빛을 표현하기 위해 물감을 섞다보니 때로는 오히려 색이 칙칙해지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그러던 중 쉐라의 눈에 띈 책이 욍베르 드 쉬페르빌이라는 제네바 출신 화가가 쓴 <절대적인 미술 기호들에 관한 평론 Essai sur les signes inconditionnels de l'art> (1827)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최초로 빛의 3원색색의 3원색을 학문적으로 분석하여 가산혼합이, 감산혼합이 발생하는 것을 밝혔습니다. 인상파 화가의 작품들 상당수가 칙칙한 것은 결국 빛을 표현하기 위해 색을 너무 많이 섞은 것이 원인이라는 것을 학문적으로 밝힌 것이죠.

이 책을 읽은 쇠라는 색을 이용해서 빛과 유사한 효과를 줄 수 있는 기법을 발견합니다.
네, 그 기법이 바로 점묘법입니다. 흰색빨간색을 섞어서 분홍색을 만들면 분홍이 되지만, 흰점빨간점을 같이 찍으면 분홍빛과 유사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정식 미술기법으로 만들어낸 것이죠.

이 작품이 은근하게 빛나보이는 것은 지극히 의도된 것입니다. 네, 쇠라가 (그리고, 선배 인상파 화가들이) 그렇게도 꿈꿔오던 을 화폭에 제대로 처음 담은 것입니다.

하지만, 당대에는 이 기법이 얼마나 미술과 과학을 (도대체!!!) 얼마나 앞당겼는지를 알기는 커녕, 거대한 캔바스에 (무려 가로가 3m, 세로가 2m 입니다!!!) 3년간 점찍고 장난친 게 아니냐는 평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이 작품은 조금 방황을 하다가 자칭 예술의 국가 프랑스가 아닌 미국 (그것도 한 때 범죄의 도시로 유명한 시카고)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후, 이 기법은 이후 더욱 과학적으로 분석되어 칼라 프린터와 같은 인쇄장치에서 4색(CYMK)으로 색을 분할하여 점으로 표현하는 방식의 기반을 이루게 됩니다.

현재 컴퓨터 내부에서 색의 처리는 RGB로 구분해서 처리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구분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미술 특히, 색채 분야에 있어서는 기본적인 지식입니다.
또한, 전산학에서도 미디어(정지화상, 동화상 등)를 처리하는 분야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배경입니다.
(RGB, CYMK 그리고, YCrCb 까지가 가장 기본적인 색상 구분 단위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이론적인 배경을 제공한 것이 욍베르드였고, 이 이론을 실제로 화폭에 최초로 구현한 사람이 쇠라였던 것입니다.

우리가 칼라프린터를 사용할 때, 한번쯤은 쇠라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그냥 사용하는 그 기술이, 초기에는 단 1사람이 방에 들어앉아서 이리저리 점을 찍어가며 연구했던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배웠던 지식들이 얼마나 무지했는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술은 그저 과학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신다면, 아래의 책을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미술가들은 치열하게 당대의 과학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여 화폭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가 우리가 걸작(masterpiece)이라고 부르는 작품들입니다.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 상세보기
이명옥 지음 | 시공사 펴냄
명화 속에 숨겨진 과학을 찾는 교양 과학서. 이 책은 2005년 겨울 사비나 미술관에서 열린 기획전「예술과 과학의 환타지」를 기념해서 발간한 것으로 명화 속에 숨겨진 과학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에서는 피카소와 모네, 쇠라, 고흐 등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과 그 속에서 보여지는 빛과 속도, 에너지,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에 대하여 4명의 과학자들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