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 아이]: 최악의 테크노 스릴러

스포일러 경고!! 스포일러가 그득한 리뷰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말 많던 [이글 아이]를 이제서야 봤습니다.

킬링타임 용으로 적당하다는 평부터 허무한 스릴러라는 평까지 다양한 평들을 보고 극장을 향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서 느낀 것은 최악의 테크노 스릴러라는 것입니다.
전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지를 못합니다.

게다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전격 Z 작전], [골든아이] 등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구성이나 설정을 차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상한 복제의 수준을 전혀 넘어서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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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리아의 비논리

영화의 실제적인 주인공은 다름아닌 아리아입니다. 그런데…
아리아가 인간을 공격해야만 하는 이유를 그럴싸하게 만든답시고 만들었는데, 어이없기 서울역에 그지 없습니다.

이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HAL이나 [전격 Z 작전]의 카(KARR)와 비교될 수 밖에 없습니다.
두 작품 모두 컴퓨터가 인간을 공격하는 이유가 그럴싸했습니다.

반면, [이글 아이]에선 이성적/논리적인 판단의 결과로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권고를 무시한 것에 삐져서, 단지 미국 독립선언서만을 근거로 인간을 공격합니다.

서울이 수도인 이유가 경국대전에 나오기 때문이라는 우리나라의 법조계 인사들의 주장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사실, 아리아의 판단력은 딴날당 구캐의원2mb의 수준입니다. 특히 삐져서 정책을 제멋대로 계획/집행하는 수준은…


2. 도청 시스템의 식상함

일찍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 전방위 도청을 보여줬습니다. 충격적이었습니다.
이후 [다크 나이트]에서는 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듯한 시스템을 보여줍니다.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이글 아이]에선 이 때에 비해 발전된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습니다.
그저 발로 뛰던 전방위 도청을 거대 컴퓨터가 할 뿐입니다. 식상합니다.

오히려 초반부터 톤이 똑같은 목소리를 들려줌으로서 범인이 컴퓨터란 사실을 처음부터 암시하며, 이것을 확신하는 순간 얼마 없던 간장감이 사라져버립니다.

스릴러 영화에서 진정으로 무서운 것은 역시 사람의 의지입니다.


3. 캐릭터 구성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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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는 아주 폐쇄적 인간관계를 자랑하고, 남의 말을 전혀 안 듣지만, 다음 순간에는 카리스마를 발휘합니다.
그렇다고해서 캐릭터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느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갑자기 변할 뿐입니다. 다른 사람처럼요.

싱글맘인 레이첼은 그저 아들만 구하면 된다는 단순한 모습만 보여 짜증날 지경이다가 갑자기 사건을 주도하려 합니다.
물론, 주도하긴 커녕 다시 끌려다니긴 하지만요.

FBI 수사관인 토마스 모건은 더 웃깁니다.
마치 제리를 죽이기라도 할 듯이 추격하고, 괴롭히려 하는데, 갑자기 그를 지키기 위해 목숨마저 던집니다.

캐릭터가 입체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앞뒤가 없습니다.
(이는 캐릭터 뿐만 아니라 영화의 플롯도 마찬가지입니다)

※ 더불어 이던은 21세에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수재로 나오는데, 미 공군사관학교 입교요건을 보면 17세 이상 22세 미만이면 입교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나이로는 18세이니 그리 특별할 것은 없는 경우입니다.


4. 과도하기만 한 체이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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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드라마 중심의 영화가 전혀 아니고, 보고 즐기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의도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볼 거리가 만족스러운가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볼거리를 위한 장면은 초반부 카체이싱후반부 무인폭격기 체이싱입니다.

카체이싱은 왜 들어있는지 이해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시끄럽기만 할 뿐 긴장감도 부족합니다.
특히 압권(?)은 마지막 탈출장면입니다.
굳이 달리다가 슬쩍 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대신 위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차라리 [네버다이]에서 본드가 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카체이싱이 신선해보입니다)

무인 폭격기는 아예 무인폭격기에서 미사일이 발사됩니다.
카루소 감독은 폭격용 폭탄미사일의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모건 수사관은 차에서 뛰어내려 탈출해도 됨에도 불구하고 굳이 희생하는 감동적(?) 장면을 추구합니다.


5. 첨단 컴퓨터라도 컴퓨터일 뿐… 몰랐냐?

마지막 부분에서 공군 수사관인 페레즈 요원은 아리아의 카메라를 파괴시킴으로서 긴 싸움을 끝냅니다. 그런데…
그 전에 이던, 보우만 등은 아리아를 중단하기 위해 한 일은 아리아와 말싸움을 하거나 하드디스크를 뽑는 것이 전부입니다.

아리아는 그냥 총질을 하거나 폭탄 한 방이면 부서질 건데 말이죠.
(페레즈가 카메라를 파괴하자 전체적으로 먹통이 되는 것을 보면 물리적 보호는 되어있지 않습니다)

[골든아이]에서 본드가 골든아이 시스템을 파괴하기 위해 (해킹 대신) 기계계통을 파괴해버렸단 점과도 비교됩니다.


6. 미쿡 만세?

게다가 이 영화를 마지막에 사람을 허탈하게 만드는 것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미쿡 만세입니다.

폐쇄적이기 짝이 없던 제리는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총을 맞습니다.
국방장관은 모든 것에 대해 반성하고, 이러한 체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임으로서 미쿡의 높은 도덕성을 과시합니다.
(아리아는 비상사태를 야기해서 국방장관을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해줬습니다)
게다가 미쿡 정부는 모든 사건을 정리한 뒤 제리 형제 등 관련자에게 훈장을 수여합니다.

이런 어이상실 미쿡 만세로 정리하는 [인디펜던스 데이] 류의 영화들은 찝찝함을 버릴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