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과 민간인은 목숨의 무게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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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쾌석 대위 사망 관련 기사

2002년 6월 13일
효선, 미순이라는 두 여학생이 미군 장갑차와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후 매년 촛불시위에 난리가 아니었다.
오죽하면 "효선, 미순이를 쉬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니...
 
몇 주 후인 2002년 6월 29일 서해에서 북한군이 우리나라 해군의 참수리 357호를 격침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참 월드컵이 한창일 때 나랏님은 일본에서 축구 경기 관람에 여념이 없으셨고, 별것 아닌 이 사건에 대해 "현명하게 조치하라"는 너무나 명확한 지시를 내리셨다.
그럼 어떤 일이라고 현명하게 조치하지 않을 일이 있는 것인지, 원...
 
1년이 지난 후... 2003년 6월 12일 파주에서 육군 노쾌석 대위가 아침에 미군 트럭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언론은 냉담했고, 1년 전 사건으로 촛불시위를 하는 사람들 마저도 이런 사소한(?)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신문기사를 다 뒤져도 위 사진의 4건이 전부다.
 
알고 보면 이런 저런 믿지 못할 이유로 가해자들이 "무죄" 판결 받은 것도 똑같은데, 기자들마저 침묵했다. (한겨레 신문만 관련 기사를 썼다)
 
군사 독재 시절처럼 국민장을 열고, 전국에 분향소를 열고, 집집마다 조기 걸고 설치자는 얘기가 아니다. 또, 미군이 한 것이니 여학생 둘 쯤은 희생해도 된다는 친미주의적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다. 상식적인 범위에서 "생각"하고 "기억"하자는 것이다.
 
미군에게 교통사고로 죽은 여학생은 큰 이슈가 되는데, 당장 코앞에 있는 북한 군함에게 피격당한 군인은 많은 국민의, 위정자들의 또, 기자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오죽하면 어느 높으신 분께 효선, 미순 이름을 물으시자 즉각 대답하셨지만, 참수리-357호 승조원 이름은 하나도 모르셨을까...
 
백번 양보해서 "미국"에 대한 악감정은 큰데 반해, 6ㆍ25를 일으키고,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짓을 하는 "북한"에 대한 감정은 너무나 좋기 때문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왜 노쾌석 대위의 교통사고는 아무런 말이 없는 걸까?
(군인들이 가슴에 리본 달고 촛불 시위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미군이 교통사고 일으키고, 믿을 수 없는 절차에 따라 "무죄"를 선언한 것도 똑같은데,
국민의 관심과는 아주 아주 아주 거리가 멀다. (게다가 기자들의 관심과도 거리가 멀다)
그리고, 이제는 다들 잊어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
 
효선, 미순 사건으로 흥분하고 촛불시위한 모든 이에게 묻고 싶다.
정녕 흥분하고 시위한 이유가 "미국"때문인가, "학생"이어서인가?
 
"미국" 때문이라면 군인과 민간인의 목숨의 가치가 다르다는 것인가?
"학생" 이어서라면 학생이 피해자인 수많은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가?

※ 어느덧 서해교전 5주년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하야. 보고픈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