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없다?

"일본은 없다"라는, 전녀오크가 썼다고 주장하는 책을 처음 읽은 것은 95년 봄이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 화려한 필력에 흠뻑 빠지고, 일본에 대한 반감으로 열혈 팬이 되었습니다.

얼마 뒤, 95년 겨울에 해외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만난 사람과 일본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를 하면서 소개받은 책이 "일본은 있다"라는 전직 외교관인 서현석씨께서 집필한 책이었습니다.

결국 그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그 때 들은 얘기가 "없다"에는 볼 내용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있다"를 읽어보라는 충고를 들었죠.





얼마 뒤에 "없다2"가 나왔습니다. 역시 샀죠. 팬이었으니까.

책을 읽는데, 뭔가가 이상했습니다. 1편과 다른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도 수상했고, 전체적인 느낌이 같은 책을 다른 사람이 기술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1편을 읽어봤습니다.

그 이상했던 느낌들이 정리가 되어가면서야 왜 이 책을 읽지 말라고 충고했는지가 이해가 되었습니다.

  1. 각 국의 문화는 서로 "다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은 서로 다른 것입니다.
    우리가 굳이 나서 일본의 문화를 폄하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입니다.
    물론, 다테마에(建前)와 혼네(本音) 처럼 한국인이면 누구나 적응하기 힘든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2. 문화를 폄하하는 것보다 이 책에서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내용은 "남녀차별"에 대한 피해의식입니다. 때로는 믿을 수 없는 예를 사실처럼 들어서 말이죠...
흥미 위주의 책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는 있어도 심도 있는 깊이의 책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2편은 1편의 내용 중 일부를 다시 썼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새로운 내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적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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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유재순씨가 "하품의 일본인"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서문에 "이 책이 나오기까지 참으로 많은 고통이 있었다"라는 글을 썼습니다.

전녀오크(인간으로의 이름은 적지 않았지만, 누구나 알고 있죠)가 자신의 책을 표절한 것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적어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후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서 표절 관련 기사들을 썼습니다.

그리고는... 난리가 났습니다. 다들 내용들을 아시겠지만, 좀 더 자세한 내용은 한겨레신문을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표절이 밝혀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위 링크는 도아 님의 블로그에서 표절(?)해왔습니다)
하지만, 표절 문제를 법원까지 가서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정치꾼이 무섭기는 무서운 모양이죠? 기자들이 함부러 손댈 수 없는 것을 보면... 쯧쯧쯧.



그러니까... 남의 책을 무단으로 베꼈는데, (베낄려면 제대로 베낄 것이지) 뭔가 이상하게 베껴놓고는 지 잘났다고 소리소리 지르다가 태클 들어오니까 지가 먼저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었다가 패소했다는 겁니다.

역시 지구상에 인류에는 남자와 여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 3의 종족 전녀오크 족이 있습니다. 이건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