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영화 감독열전: 테렌스 영

I've directed the first, the best and the biggest James Bond movies
- Terence Young


제임스 본드 캐릭터의 창조자는 이언 플레밍이다.
그런데, 이언 플레밍이 창조한 제임스 본드는 소설 속의 즉, 종이 위의 캐릭터이지, 영화 속의 캐릭터는 아니다.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스크린 상에 구현한 사람 즉, 영화 캐릭터 제임스 본드의 창조자는 [살인번호]를 감독한 테렌스 영이다.

그는 [살인번호], [위기일발], [썬더볼]을 감독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클리셰를 만들었다.
그가 감독한 세 편의 영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였던데다, 이러한 클리셰들이 덧붙여져 향후 007 영화들의 기반이 되었다.

그가 창조한 클리셰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오프닝 건 배럴 시퀀스

첫 작품인 [살인번호]에서 이미 기본적인 형태를 갖춰진 상태로 시작했다.
그리고, 건배럴-프리타이틀 액션-주제곡-본편의 완전한 형태를 [위기일발] 때 갖췄다.

비록 최신작인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다소 변형되긴 했지만, 차기작에선 다시 본래 궤도로 돌아갈 것이다.



2. 카지노, 턱시도, 담배, 그리고… 본드, 제임스 본드


첫 007 영화인 [살인번호]에서 제임스 본드의 첫 등장장면은 다름 아닌 카지노다.

(영화가 [카지노 로얄]이 아닌게 아쉬울 따름임)

여기서 제임스 본드는 턱시도를 입고, 담배를 피며,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것들은 모두 007 영화의 클리셰가 되었다.

비록 [골든아이]부터는 담배는 여기서 빠지는 추세가 되었지만…


본드요, 제임스 본드. (이 장면을 [카지노 로얄]과 비교해서 보면 재미있음)



3. 여자의 신체를 활용한 오프닝


[살인번호]에서는 다소 어설프게 춤추는 여자들을 활용하지만, [위기일발]부터는 아예 제대로 이용한다.

이후 [썬더볼]에 이르러서는 현재 사용되는 형태와 동일한 형태가 갖춰진다.


[위기일발]의 오프닝. 완성형은 아니지만, 가장 강렬하다.



4. 머니페니와의 애매한 로맨스 관계


본드와 머니페니는 애매한 로맨스 관계이다.

왠지 사귀는 분위기를 풍기긴 하지만, 머니페니는 본드의 여자관계를 잘 알고 있는 그런 애매한 사이다.


Your old case sounds interesting!


여담이지만, 위 장면에서 머니페니의 대사는 "Your old case sound interesting."이다.

본드가 애인(실비아)을 지나간 사건(old case)이라 둘러대는 것을 비꼬는 장면인데, 원래 맥스웰 여사가 맡기로 했던 역은 머니페니가 아니라 실비아였다. 이 상황 자체는 비유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5. 모자를 던져서 거는 제임스 본드


코너리 시절에 본드는 언제나 중절모를 던져서 걸었다.

무어로 넘어가면서 모자 자체를 안 쓰게 되어 이런 모습은 거의 볼 수가 없긴 하지만…

([문레이커]에서만 던져서 거는 모습을 볼 수 있음)




6. 무기 담당관 Q


Q의 본명은 부스로이드 소령이다. [살인번호]에서는 피터 버튼이 연기했고, [위기일발]부터 데스몬드 르웰린이 연기했다.

물론, 비밀병기를 주는 것은 [위기일발]부터였다.


전설의 첫 장비인 007 가방을 설명하는 장면



7. JAMES BOND will return in…


007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서 다음 작품을 예고해왔다.

비록 [뷰투어킬]부터는 다음 작품명을 빼긴 했지만, JAMES BOND will return은 여전히 표시된다.


이 부분은 [위기일발]부터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테렌스 영 감독은 3편의 007 영화를 감독하면서 이렇게나 커다란 족적을 남겼으나, 이후 작품들에선 부침을 계속하다 결국 1982년에 희대의 괴작 [인천]을 감독하는 업적(?)을 남겼다.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