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7영화에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장 크게 변한 것은?
- 미디어이야기/James Bond 007
- 2011. 6. 12. 10:44
50년의 007영화 역사에서 대부분의 클리셰가 유지되면서, 제임스 본드의 캐릭터가 구축되어왔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이 유지되었지만, 딱 하나는 크게 변했는데, 다름 아닌 담배다.
첫번째 007영화인 [살인번호]에서 제임스 본드의 첫 대사는 카지노에서 담배를 피며 말하는 "Bond, James Bond."이다.
세 가지 모두 결국 제임스 본드의 클리셰가 되었다.
카지노… 담배… 그리고, Bond, James Bond.
[위기일발]에서도 물론, 담배는 등장하며, 아예 요원 간의 접선 암호로 사용되기까지 한다.
Kerim's Chauffeur: I use a lighter.
James Bond: Better still.
Kerim's Chauffeur: Until they go wrong.
James Bond: Exactly.
Pardon me, do you have a match?
[골드핑거]에서는 마약상의 기지를 폭파시킬 때 간지나게 피는 모습이 등장한다.
[썬더볼]에선 (다소 특이하게도) 본드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본드걸, 빌런, 팜므 파탈 등 주변인들만 냅다 피워댄다.
그런데, 팜므 파탈인 피오나 볼페의 흡연을 이용해서 탈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래도 초반 배경이 건강센터란 점이 흡연씬이 나오지 않는 원인이 아닐까 함)
아가씨! 담배는 해롭삼! 특히 술과 함께라면!
담배라는 클리셰는 배우가 바뀐 뒤에도 유지되는데, [여왕폐하의 007]에서 조지 래젠비의 첫 등장씬 역시 흡연씬이다.
조지 래젠비는 호주의 "말보로 맨"이었음
로저 무어로 007 배우가 바뀌면서, 제작진은 많은 클리셰들을 제거하거나 변경하기로 했다.
재미있는 것은 담배는 제거하는 게 아니라, 시가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보드카 마티니는 제거당해 한동안 등장하지 않음)
이 사악한 스네이크야! 담배는 해로운 것이여!
이러한 제임스 본드의 담배 사랑은 티모시 달튼 대에 와서도 유지된다.
달튼은 [리빙데이라이트]에서 아예 수상 앞에서 담배를 핀다.
"Death to Spies, Minister." (Smiert Spionom에 대한 설명)
하지만, 1995년작 [골든아이]부터 변화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소련 붕괴에 따른 국제정세 변화, 여권신장 등을 밑에 깔고 있는데, 이와 함께 담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보여준다.
제임스 본드는 [골든아이]에서 담배를 피지 않고, 오직 팜므 파탈인 제니아와 배신자인 보리스만 담배를 핀다.
보리스가 담배를 들고 있는 것은 배신자임을 암시함
급기야 다음 작품인 [네버다이]에선 본드가 침입하는 과정에서 담배불을 붙여준 뒤 패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따른 대사는 무려 "Filthy Habit!"
"Filthy Habit!" (담배는 나쁜 습관이여!)
다음 작품인 [언리미티드]에선 본드가 머니페니에게 시가를 선물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그 시가는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담배와 시가는 휴지통에!
피어스 브로스넌의 마지막 007영화인 [어나더데이]에선 본드가 시가를 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오마주의 성격이 강한 장면이지만, 어쨌거나 본드가 마지막으로 담배 종류를 들고 있는 장면이 되었다.
이윽고는 그 다음 작품인 [카지노 로열]에서부턴 아예 담배가 등장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그 유명한) 텍사스 홀덤 포커 씬에서 본드는 담배를 전혀 꺼내지 않는다.
(이 장면이 특이한 것은 [위기일발]에서 본드의 첫 등장씬과 여러모로 대비되기 때문)
옛소, 팁. 담배 따윈 안 펴도 우승한다오.
2012년 10월 26일이 [Bond23]의 개봉 예정일이다.
많은 클리셰가 돌아오겠지만, 아마도 담배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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