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코너 연대기]: 이거 터미네이터 맞아?

[사라코너 연대기]를 봤다. 시즌 2 에피소드 22까지 전부...


이 시리즈의 장점은 영화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갈등구조들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터미네이터를 믿을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한 인간의 갈등, 존 코너의 부하들이 코너를 가르치겠답시고 과거로 가서 뻘짓을 하며 생기는 인간의 갈등...

하지만, 이러한 몇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작비 부족+작가들의 상상력 부족 속에서 헤맨 티가 많이 났다.
애초에 미래전쟁에 대한 구체적 설정 없이 창조된 시리즈에 (원작자보다 상상력이 부족한) 작가들이 붙인 설정이라니...
역시 이 시리즈는 [터미네이터2]에서 모든 것을 끝냈어야 했다.



1. 시간여행의 어색함

- 시간여행을 미래로?

기존의 3편의 영화에서 시간여행은 언제나 과거로만 갔다.
1편에서의 카일 리스와 실버만 박사와의 대화를 보면 은연중 미래로는 갈 수 없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시리즈에서는 미래로 여행을 가며 얘기가 시작된다.

드라마 제작시기와 내용을 맞추기 위한 마음은 알겠지만... 이건 [터미네이터]가 아니라 (웰즈의) [타임머신]에 더 가깝다.


- 개나 소나 시간 여행?

시간여행이 무슨 여행 상품이냐?
처음엔 구원자 및 그 가족만 오가는 것 같더니, 나중에 보면 타임머신 만드는 놈, 스카이넷에 대항하는 터미네이터(그것도 액체!), 탈영병... 끝도 없다.

인간적으로 이건 개나 소나 시간여행이다.


- 직선 우주론 vs 평행 우주론?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직선 우주론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과거로 보내 현재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라코너 연대기]는 평행 우주론이 등장한다.
데렉 리스와 제시는 아는 사이지만, 서로 다른 우주에서 왔다.
이럴 거면 왜 과거로 누군가를 보내는가? 어짜피 현재의 세상은 바뀌지 않는데...



2. 터미네이터는 대체 누구신가?

- 카메론은 전투형 모델이 아니라고?

처음엔 자신을 전투형 모델이라고 얘기한 카메론이 나중엔 전투형 모델이 아니라서 고장날 수 있다고 한다.
아니... 그럼 앞에 그렇게나 제껴버린 그 터미네이터들은 뭐냐?
비전투형보다 약한 '터미네이터'를 스카이넷이 보낸 거냐?


- 스카이넷에 반대하는 터미네이터의 모임?

이건 뭐 더 할 말이 없다. 터미네이터들이 무슨 컨트리 클럽이었나?

반 스카이넷 연합회 회동중?



- 성형수술하는 터미네이터?

터미네이터 '크로마티'가 침입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의사가 집도하는 성형수술.
소위 "뼈를 깎는" 고통 없이 피부만 좀 손대면 성형수술이 된단 얘기다.
이게 무슨 [페이스 오프]도 아니고... 뭐 하는 설정이냐?


- 액체 터미네이터가 벌써 나와? 게다가...?


시즌 2의 첫 에피소드에서 이미 액체 터미네이터가 버젓이 등장한다.
그는 기존 터미네이터(T-8xx)보다 전투력이 훨씬 강력해서 기존 모델을 한방에 해치워버린다.

더 미래형인 T-X도 더 구형인 T-800를 한방에 해치우진 못했단 말이다!

게다가 이 액체 터미네이터의 첫 변신은 무려 소변기다! (소병기도 아니고)


다른 면에서 또 이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바로 배우의 얼굴이다.
[터미네이터2]에서 T-1000(로버트 패트릭)은 잔주름 하나 없는 피부를 보여주었는데, 이건 피부 캐어도 아니고 성형수술을 받으셔야 할 지경이다.
(외모에 대한 폄하가 아니라 캐스팅에 대한 비판임)


- 밥 처먹고 그짓 하는 터미네이터?

완벽하게 인간에게 침투하기 위해 밥도 처먹을 뿐더러 그짓도 잘 하는 터미네이터라...
아예 줄거리를 [A.I.]나 [블레이드 러너]로 돌리지 그랬냐. 몸 파는 로봇 쪽으로...

게다가 액체 터미네이터가 밥을 처드시는 부분은... 더 할 말이 없다.



3. "주인공" 사라 코너는 누구인가?

- 사라 코너에게 남자라니!

[터미네이터2]에서 존의 대사를 들어보면 사라 코너가 이 남자 저 남자들과 놀아나며 전술을 배웠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그건 그들을 이용한 것일 뿐... 사라 코너의 남자는 카일 리스 단 하나다!

그런데, [사라코너 연대기]에선 사라 코너와 동거하는 남자가 나오고, 정을 준다! 장난하냐!


- 사라 코너의 스페인어 능력은?

드라마에도 계속 등장하듯이, 사라는 존을 멕시코에서 키웠다.
당연히 그녀의 스페인어 실력도 상당한 수준이어야 한다.
게다가, [터미네이터2]에서 엔리케와 스페인어로 주절거리는 장면이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스페인어를 다 잊었다고 한다...
스페인어를 알아듣는 에피소드가 등장하긴 하지만... 굳이 다 잊었단 얘긴 왜 집어넣었을까?
물론, 배우가 스페인어를 못하기 때문이겠지만...



4. 일부 캐릭터의 과도한 변화

- 엔리케

사라 코너의 무기를 보관해주던 절친 엔리케는 어느새 여권 위조업자가 되었다가 배신자가 되었다.
FBI에게 낄낄거리며 얘기하는 엔리케는 전혀 적응이 안 된다. 같은 캐릭터 맞아?


- 실버만 박사

정신분석으로 한 몫 버는 것 외엔 별 관심이 없던 인간이 갑자기 FBI 요원에게 약을 먹이는 등 액션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막판에 교도소에 수감된다는 거...

그렇다면 당신은 [터미네이터3]에서 어케 나온겨?



5. 기타

- 터미네이터의 CPU를 해독하기 위한 듀얼코어

존은 터미네이터의 CPU를 분석하기 위해 한국이 아니라면 도저히 못 구한다는 제품을 구했다.
다름아닌...

듀얼 코어 프로세서


제작진의 상상력이 안습... 헐...



덧. 중요도가 낮은 등장인물이 다 죽는 것과 미래여행을 존 코너만 갔다는 점을 보아 더 이상의 시리즈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제목이 [사라 코너 연대기]인데, 존 코너 없는 사라 코너는 의미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