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영화 자체도 쒯스럽고, 모 기자의 삽질도 쒯스럽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고 나서 정말 어이가 없었던 쒯무비 [2012]...
화려한 CG를 재난에 빠뜨린 엉성한 플롯이 인상적인 어설픈 롤러코스터였다.

리뷰를 쓰는 과정에서 관련 기사를 찾아봤는데, 아주 모 일간지에서는 찬사를 보내놨더라.
"말이 필요 없는 영화"라는 둥, "변화된 지구"라는 둥, "스토리를 압도하는 볼거리"라는 둥...
게다가 마지막에 별 4개를 주시더라.

이거 빨아줘도 너무 심한 거 아냐? 도대체 얼마나 받아드시면 저런 기사가 가능한 건지 궁금하다.

내가 보면서 하품이 나왔던 한심한 장면들은 대략 아래와 같다.
(스포일러 천지이긴 한데, 뭐 내용이란 게 있어야 스포질 걱정을 하지...)


1. 고든은 단일 엔진 비행기 교육만 달랑 4시간 받고서는 소형 비행기를 조종하고, 대형 수송기의 부조종사를 맡는 영웅적 모습을 보여놓고는 걍 죽는다. 잭슨과 가족의 재회를 위해.

게다가, 고든이 등장하는 장면들에 상당수의 CG가 다 집중되어있었다. 너무너무 불쌍한 고든.

(뉴타입 급 또는 제다이 마스터 급 비행 능력은 태클 걸 수준도 못 된다. 이 영화에서는)


2. 잭슨이 지도를 꺼내는 동안 밴은 땅 속으로 꺼지고, 기다리다 못한 고든은 비행기를 출발시킨다.
잭슨은 (당연히) 살아나온 뒤에 비행기를 두 발로 쫓아가서 타더라.
에머리히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비행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는 비행기가 사람보단 좀 빠르다.
(이거 딱 보니 [인디아나 존스 3] 후반부 오마주 느낌이던데, 에머리히는 민망하지도 않을까?)


3. 잭슨 일행이 대충 아무나 붙잡았는데,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탈출선으로 밀항하려는 사람들이었다!
밀항자가 더 대단한 거야? 아니면 (없을지도 모르는) 밀항자를 찾아낸 잭슨 일행이 더 대단한 거야?


4. 당장 기계 사이에 낀 뭔가를 빼내야 하는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가족들이랑 뽀뽀질에 5분을 허비하는 그 플롯의 엉성함!


5. 전 지구적으로 수십억 명이 죽어나가는 상황이며, 눈 앞에서 수백명이 죽을 수 있는 선택을 했던 사람들이 잭슨(존 쿠샥 분) 하나 살아났다고 환호성을 지른다는 거.


6. 전 지구의 운명이 달린 대재앙 앞에서 이를 담당하는 과학자는 달랑 한 명이다.
사실, 몇 명 더 있었는데, 미쿡 정부에서 걍 죽도록 내버려둔다.

이런 분야는 한 두 명이 계산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수백명의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모아야 된다.
CG로 도배질 하면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겪을 텐데... 에머리히는 정말 돌대가리인가보다.


7. 미쿡의 탈출선은 대통령도, 부통령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리더를 선발하지 않는다.
오합지졸의 상황에서 탈출한 게 신기할 지경.
아! 이런 상황이 딱 되도록 미리 부통령이 죽어줬지?


8. 인도가 대륙 채로 바다에 가라앉는데, 그 상황에서 국제 휴대전화는 통화가 가능했다.
이거 뭐 전파의 힘이 강하다! 광고도 아니고 원...
그 화면을 보면서 감동이나 스펙터클이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나?


9. 거대한 탈출선과 도크를 만들었다. 그런데, 제작에 관련된 사람들은 대부분 탈출선을 타지 못한다.
(명확히 그런 내용은 없지만, 비슷한 뉘앙스의 대사가 나온다)
아마도 굉장히 똑똑한 사람들이 만들었을 텐데, 그들은 이게 완성되면 죽을 걸 알면서도 그런 것들을 만들었을까?


10. 두당 10억 유로를 낸 사람들은 탈출선을 탈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을 데려오는 것은 주로 중국군이 담당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그 중국군들 지들은 탈출선을 탈 수 있을까?
(내용상 탈 수 있다는 어떠한 실마리도 느낄 수 없다. 고위 정부 관계자 아니면 돈지랄이 가능한 애들밖에 없다)


11. 탈출선은 정말 튼튼하다. 심지어는 산에 부딛히는데, 산이 부서지더라. (미친거 아냐?)
그런데, 유리창은 돌멩이 하나 떨어지니 금이 가더라. (바보 아냐?)


12. 아이와 개는 안 죽는다더니 정말 아이와 개는 절대로 안 죽더라. 어떠한 황당한 상황에서도.
문제는 개 주인과 아이의 부모는 쉽사리 죽어버린다는 거.


13. 잭슨 아들의 이름이 노아다. 그렇다. "노아의 방주"의 노아. 그런데, 이 캐릭터는 아무 의미가 없는 캐릭터다.
초반에 친아빠와 양아빠 모두를 부를 때 이름을 불러주시는 싸가지 없는 모습 외엔 용도가 불분명한 캐릭터.


14. 혼자 다 하는 과학자 헴슬리 박사와 대통령의 딸 로라의 러브러브 모드는 정말 최악이다.
불과 얼마 전에 둘의 아버지가 (전 인류와 함께) 목숨을 잃었는데, '그 딴거 개나 줘버려!' 필의 러브러브 모드란!


15. 상황이 진정되고보니 남아프리카는 가라앉지 않고 위로 솟아올랐단다.
그래서 살아남은 인류가 남아프리카로 간다.
인류 만세! 드디어 살아남은 인류가 남아프리카에서 다시 살아가는 거다.

그런데, 솟아올랐다면 남아프리카에 살던 사람들은 꽤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거다!
(영화에서 잔뜩 보여주는 사람들이 죽는 주된 이유는 바닷물이 육지를 덮는 것이다)

이 놈들 콜럼버스 흉내 또 낼 건가?
자기들이 최초로 발견한 아메리카 대륙에 이미 사람들이 있다고 죽여버린 그 짓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