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다시 만들어본 베스퍼 마티니

"'A dry Martini,' he said. 'One. In a deep champagne goblet.'
 'Oui, Monsieur.'
 'Just a moment. Three measures of Gordon's, one of vodka, half a measure of Kina Lillet. Shake it very well until it's ice-cold, then add a large slice of lemon-peel. Got it?'"

- 소설 <Casino Royale> 7장

베스퍼 마티니를 처음 만들어 먹었을 때는 처음 시도해보는 데다 여행에서 막 돌아왔을 때라 제대로 준비를 해서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여독이 풀린 뒤 다시 제대로 만들어봤다.

일단 든든한 안주를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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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뻑뻑한 고기라도 삼겹살이랑 함께 구우면 되는 거임


이번에는 레몬도 준비했다.
마트에서 레몬을 찾긴 찾았는데, Lemon이라 적혀있지 않아 헤맸음.
알고 보니 독일어로 레몬은 Zitrone란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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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나름 옥에티가 있음. 누굴까?


레몬껍질까지 집어넣어 제대로 만들었다.
에헤라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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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와 함께라면 고독마저도 감미로운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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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은 옥에티: 압솔루트 보드카

그런데, 지금 만든 베스퍼 마티니엔 작은 옥에티가 있다.
바로 압솔루트 보드카...

압솔루트 보드카는 굉장히 유명한 스웨덴산 보드카이긴 하지만, 제임스 본드는 영화에서 단 한번도 마시지 않았다.
스미르노프 보드카를 대부분 마셨으며, 이 외에도 스톨릭나야([두번산다], [뷰투어킬], [리빙데이라이트]), 핀란디아([어나더데이])도 마셨다. [두번산다]에선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태국산 보드카(Siamese vodka)도 마셨지만, 그 유명한 압솔루트는 한번도 마시지 않았다는 거...
(소설 <문레이커>에서는 울프슈미트라는 보드카도 마시는데, 영화엔 등장하지 않음)


2. 오리지널 베스퍼 마티니의 맛은 아님

사실, (소설에서 언급한) 키나 릴레이(Kina Lillet)릴레이 블랑(Lillet Blanc)의 맛은 다르다.
키나 릴레이가 훨씬 씁쓸하다. 하지만, 이 제품은 1986년에 생산이 중단되었다.
(릴레이 사에서는 릴레이 블랑을 공식적인 키나 릴레이의 후속작으로 지정했음)

베스퍼 마티니의 맛 중 하나는 이 씁쓸함인데, 이 맛은 이제 볼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원래 고든의 맛과 향이 약한 편이 아니라 릴레이 블랑의 맛과 향을 느끼기도 힘들다.
따라서 지금은 꼭 릴레이 블랑이 아니더라도 스위트 화이트 와인으로 만들면 거의 비슷한 베스퍼 마티니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걸 몰라서 무려 파리까지 가서 릴레이 블랑을 사온 거다.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