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로얄] 버전별 단상

생각해 보면 [카지노 로얄]처럼 한 소설이 3번씩이나 영화화되는 경우도 많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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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같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imdb에 의하면 무려 15번이나 영화화됨) 워낙 초지존급이라 비교불가.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처럼 굉장히 유명한 작품도 게임을 포함해야 3번밖에 영상화되지 못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이 놈의 007은 잘 나가는 것 같다가도 삼천포도 아니라 우주로 나가는데 그 와중에 3번이라니...

그런데, 곰곰 따져보니, 2006년작까지도 의외로 소설과는 차이가 많더라.
그래서 한번 정리해봤다.


1. 1954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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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Fleming. Ok.


- 암만 생각해도 이 작품에서 용서가 안 되는 점이 바로 미쿡 첩보원 제임스 본드란 설정.
게다가 영국 스파이 클레런스 라이터에, 애인 이름은 웬 발레리 마티스. 이건 정말 용서해선 안될 센스다.

- 도입부가 생략된 것 같지만, 소설에서도 카지노 장면으로 시작하니 그럴싸하긴 하고... 소설에서의 폭탄 테러 당하는 모습 대신에 총을 맞을 뻔 한 구성도 긍정적인 요소.

- 르쉬프는 역시 KGB 요원이어야 제맛이다. 제임스 본드 vs KGB 요원. 이것이야말로 제임스 본드 영화의 로망 아닌가!

- 포커가 대중적이고 멋진 게임이긴 하지만, 역시 [카지노 로얄]에 어울리는 게임은 바카라다.
바카라로 르쉬프를 이기는 제임스 본드라니!

- 자동차 추격 씬이 통째로 날아간 것과 고문씬이 좀 덜 충격적이어서 아쉽긴 하지만, 티비의 한계라 이해.

- 문제는 엔딩. 본드가 르쉬프를 직접 죽일 것이라면 본드는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그냥 갈궈주고 싶었나?
게다가 발레리(베스퍼)가 안 죽는 제임스 본드라니! 이건 뭐 로미오와 줄리엣 마지막에 둘이 알콩달콩 잘 살고 두 집안 화해한단 얘기랑 동급이잖아!



2. 1967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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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Fleming??? What?

- 장르 자체가 코미디라 일단 50점 까고 시작. 스파이 소설보단 조폭 소설에 가까웠던 작품이 어찌 이렇게 환골탈태하냐고!
게다가 마타 하리에... 마타 본드? 니들 정말 죽고잡냐?

- 제임스 본드가 은퇴했다니! 원작은 다름 아닌 최초의 제임스 본드 소설이라고!

- 제임스 본드가 카드 게임을 위해 대타를 기용하다니! 또, 카체이싱은 나올 것 처럼 하다가 왜 사라져버린 거냐?
게다가 잡혀서 고문당하는 제임스 본드는 가짜 제임스 본드 중 하나라니!

- 마지막에 베스퍼 린드가 죽으니 비극이 되어야 하는데, 제임스 본드도 같이 죽어 천국에서 만나는 희극이라니...



3. 2006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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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Fleming!

- 원작 소설이 무려 53년만에 제대로 된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점만으로도 일단 대단함.

- 소설보다 훨씬 이른 시점. 제임스 본드는 아직 007 번호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 소설에선 이미 007로 불렸다고.

- 다른 사람도 아닌 마티스가 의심받다니. 지못미. 마티스는 소설 <위기일발>에서 독에 찔린 본드를 구한 친구란 말이다!

- 포커(텍사스 홀덤)가 현재의 관객들에겐 훨씬 친숙하겠지만, 그래도 역시 바카라가 제맛. 1% 부족한 맛이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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