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크레이그 얘기대로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를 연속 감상

As the first ever direct sequel in the series, Daniel Craig has commented: "We felt we needed to tie up the loose ends from Casino Royale (2006) and make sure people realize we are back making Bond movies. For me it's about creating something that is going to stand alone but if you put the two films together, you're going to have an incredible experience because you will see one continuous story."

시리즈 중 최초로 전편에서 바로 연결되는 속편으로 구성된 이번 편에 대해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린 [카지노 로얄(2006)]의 애매한 결말을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으며, 관객들도 우리가 전통적인 본드 영화를 찍기를 기대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영화는 독립된 한 편의 영화이긴 하지만, 두 편을 이어서 보신다면 굉장한 경험이 될 겁니다. 왜냐하면 둘은 전체적으로 연결되는 한 편이니까요."



일부 블로그에서도 심심찮게 제기되는 얘기가 [퀀텀 오브 솔러스]를 [카지노 로얄]과 함께 보면 이 영화가 엄청나게 재미있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얘기다.
이 얘기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영화의 홍보를 위해서 한 얘기인데, 이 말이 정말 맞는지를 직접 확인해봤다.

둘 다 DVD가 마르고 닳을 만큼은 봤지만, 그래도 꾹 참고 한 번씩 더 봐줬다. 그것도 연속해서...


1. 정말로 둘은 연속되는 영화인가?

나름 연속되는 내용으로 찍긴 했지만, 크레이그가 말한 굉장한 경험(incredible experience)은 결코 될 수 없다.

당장 오프닝에 등장하는 차를 보자.
전작에서 MI6에서 지급한 본드의 차인 Aston Martin DBS는 분명히 대파되었고, MI6엔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 직후의 장면이라는데 본드는 다시 DBS를 타고 추격전을 벌인다.
차라리 미스터 화이트의 재규어를 타고 튀었으면 약간은 새로운 경험이라도 되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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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A Corporation, Columbia Pictures Industries. All rights reserved


또, 배신자인 미첼이 최근 5년간 M의 경호원(personal bodyguard)라고 나온다.
하지만, 전작에서 M이 그렇게나 외국을 돌아다녔어도 얼굴을 보인 적이 없다.
(실은 미첼 역의 글렌 포스터는 스턴트맨으로 [카지노 로얄], [퀀텀 오브 솔러스] 모두 스턴트맨으로도 참가했음)
차라리 전작에서 비서 비슷하게 나왔다가 없어져버린 Villers가 배신하는 걸로 나왔으면 연속되는 느낌을 받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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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배신하는 건 어떤가?


더 심각한 것은 본드 캐릭터가 꽤 다르다는 거.
베스퍼가 죽어서 그렇다는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격해졌다.

[카지노 로얄]에서의 본드의 캐릭터는 과격이 아니라 터프다.
드미트리오스 죽이는 장면, 독에 중독되었다 해독되었을 때 포커판으로 돌아가는 장면과 같은 "터프함"은 없다.
하지만,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의 본드는 그냥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인다. 그냥 과격일 뿐이다.



2. 마크 포스터 감독이 둘을 연속된 한 편으로 구상한 것은 맞는가?

적어도 마크 포스터가 촬영한 장면들은 전작과의 연계를 충분히 고려했다.

우선 전작과 수미쌍관의 구조를 이루는 장면들이 눈에 띈다.
앞부분에 의자를 질질 끌고오는 장면은 [카로] 마지막 고문씬의 의자와 대칭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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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지막에 총 들고 "앉아!" 하는 부분은 전작 첫 장면에서 드라이든을 제거하는 장면과 대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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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건 배럴 시퀀스가 마지막에 들어감으로써 [카지노 로얄] 오프닝의 화장실 배럴씬과 큰따옴표를 치게 구성했다.
마치, "자, 이제까지 제임스 본드의 007 되기를 보신 겁니다."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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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보면 제임스 본드는 드디어 마음의 정리를 하고 전통적인 제임스 본드가 되었다.
드디어 그는 그린도, 유세프도 죽이지 않게 되었다. 죽일 필요가 없으니까.



3. 그럼 잘 만든 영화인가?

결코 아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마크 포스터 표 007과 댄 브래들리표 007이 완전히 따로 논다는 것이다.
(오프닝부터 댄의 작품이란 점을 생각해보면 전작과 댄이 따로 놀고, 댄과 마크도 따로 노는 것임)

우선 전체적으로 보면 본드의 감정선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다가 사막 호텔 다찌마리가 끝나면서 갑자기 안정적이 되어버린다. 그냥 심플하게 댄은 불안정한 천방지축 본드, 마크는 안정된 본드다.

또한 둘이 처음부터 작당하고 다른 영화를 찍었다는 듯이 한 쪽에서 발생시킨 문제를 다른 쪽에서 해결하지 않는다.
예컨데, 댄의 본드가 갑자기 요원을 하나 죽여 문제가 되었는데, 마크의 본드는 이걸 해결하지를 않는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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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어떻게 할 거냐구. 너희 요원이라면서...


이 문제는 영화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퀀텀의 조직에 대해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없고, 본드는 조직을 붕괴시키지도 않았다. 그린의 부하들을 이용해서 댐을 부술 계획이니 어쩌니하는 소리를 하는데, 전작의 애매한 결말(loose end)과 다를 것이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크레이그는 이 영화가 "전작의 애매한 결말을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tie up loose ends)"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건 아예 수습한 게 없다. 생각해보면 전작에선 죽일 사람은 다 죽였다. 조직의 정체를 몰라서 문제였지.
(개인적으로 이 부분 때문에 퀀텀 3부작 설을 약간이나마 기대함. 적어도 프리 타이틀 액션에서 댐이라도 하나 부숴줬으면...)

이러니 이 영화는 감상할수록 몰입에 방해되는 요소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4. 게다가 플롯이나 구성의 헛점이 너무 많음

  • 앞에 언급했지만, 본드가 Aston Martin DBS를 타는 부분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참고로, 본드의 개인 차는 Aston Martin DB5 64년식 및 2007 Mk IV Ford Mondeo임)

  • 배신자인 미첼은 M의 보디가드를 5년동안이나 했다. 그런데, 퀀텀은 MI6가 자신들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 실컷 카밀을 따라다니고 보트 체이싱도 벌이며 카밀의 목숨을 구해줬는데 정작 보트에서 내린 다음엔 얼굴도 모르는 부두 근로자에게 카밀을 넘기는 본드. 그럴 거면 아예 처음부터 관심을 주지 말던가!

  • 베스퍼가 갖고있던 머리카락을 이용해서 DNA 검사를 했다고 하는데, (센티멘탈하기도 하지!) 너무 우스꽝스런 설정임.

    제작자들이 CSI를 좀 보긴 한 것 같은데, 제대로 안 봤나보다. 머리카락엔 DNA 조직이 없다.
    DNA는 모근에만 있는데, 영화에선 정확히 a lock of his hair라고 했으며, 이건 결코 모근을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다.


전에부터 한번쯤 하려고 생각하던 연속감상인데, 막상 하고 보니 시간이 아깝단 생각이 더 든다.
역시 속편은 아무나 만드는 것이 아니다.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다크 나이트]나 봐야겠다.

※ 본 포스트에 사용된 스틸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에 귀속됨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