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퍼맨 시리즈의 간단한 정리

이제 Superman Returns를 개봉한 지도 1년이 지나갔고, 차기작에 대한 얘기도 부정적으로 들리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단한 영화에 대해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938년에 제리 시겔(Jerry Siegel)과 조 슈스터(Joe Shuster)라는 두 명의 작가가 이 만화를 그린 이후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TV 시리즈로도 여러번 방영되었습니다.

연재/방영될 때마다 설정이 다소 바뀐다는 단점이 있어 전체적인 일관성을 정리하는 것은 수퍼맨 매니아가 아닌 다음에야 무리가 있고, 제 관심은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시리즈에 대해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정리해 볼 것입니다.
수퍼맨 로고

수퍼맨의 영화 시리즈는 1-4편과 리턴즈를 포함해서 5편입니다.
하지만, 첫 편 [Superman: the Movie]의 감독이 부여한 의미와 느낌을 충실하게 반영한 것은 Superman Returns 한 편에 불과합니다..

1편의 제목은 [Superman]도, [Superman I]도 아닌, [Superman: the Movie] 즉, [영화 수퍼맨]입니다.


[Superman: The Movie]
[Superman: The Movie]의 감독은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리차드 도너입니다.
Richard Donner

이 아저씨 필모그래피가 장난이 아니죠.
[오멘], [레이디호크], [리쎌 웨폰 1-4], [구니스], [매버릭] 등등.
물론, [Superman]을 찍을 때는 수많은 TV 시리즈의 감독을 하다가 무시무시한 공포영화 [오멘]을 히트시킨 시점이었습니다.

도너는 [Superman]을 촬영기간 내내 verisimilitude(진짜 같은 허구)라는 단어를 붙여놓고 있었습니다. 즉, 만화같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짜" Superman을 만들려고 한 것입니다.
요즘에는 일반적인 추세이지만, 당시에는 처음 있는 시도였습니다.
다시 말 해 [X-Man], [Spiderman], [Batman]의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초인들의 시초는 바로 도너가 그린 것이었습니다.

즉, 단순한 만화 주인공이었던 수퍼맨을 -비록 몇번의 영화화 / TV화 시도가 있었지만- 최초로 "영화"다운 영화로 그려낸 것이죠. 물론 그 결과는 수많은 관객들이 보고 느낀 바대로입니다. 단지 재미있는 영화만이 아닌 진지한 영화 수퍼맨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1편과 2편을 함께 촬영하던 중 제작자인 솔카인드 부자와의 충돌, 제작기간의 지연, 예산의 고갈(완벽주의를 위해 엄청나게 재촬영을 한 결과입니다) 등으로 인해 1편을 먼저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에 기술한 대로 1편은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고, 평론가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즉, "수준 있는" 작품으로서 인정받게 되었고, "돈도 버는" 영화도 된 것입니다.


[Superman 2]
그런데, 앞에 기술한 문제들 때문에 솔카인드 부자는 감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Richard Lester

레스터... 왜 그랬어?


좀 더 정확하게는 도너가 2편을 촬영할 때 간섭받는 것이 싫어서 "전권"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 실질적인 이유가 되었습니다만, 근본적인 원인은 앞에 기술한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솔카인드 부자와 도너 사이의 "메신저" 역을 담당하던 리차드 레스터가 새로운 감독으로 기용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레스터 감독은 만화를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수퍼맨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바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특기는 코미디 쪽이었습니다. (진지한 영웅 얘기와는 거리가 먼 것이죠)

원래 도너는 [수퍼맨 2]에서 수퍼맨이 "엄청나게 두들겨맞는" 영화로 촬영하려고 계획했습니다. 그래서, 수퍼맨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을 셋이나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절반이상이나 촬영된 영화를 다 새로 찍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기존에 찍힌 필름을 두고 추가해서 촬영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존 진지하고 어두운 촬영분에 레스터식 코미디가 연결되어 분위기를 가늠할 수 없는 영화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때부터 수퍼맨 시리즈의 몰락은 예견된 것입니다.

2편에서는 좀 진지하거나 심각한 부분은 도너가 촬영한 것이고, 어설픈 장면은 레스터가 촬영한 것이라 보면 거의 맞습니다.
특히, 로이스 레인의 기억을 지우는 키스 장면은 정말 어이가 없죠.
수퍼맨이 무슨 바벨2세도 아니고...

수퍼맨 1-2편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장면은 수퍼맨이 보통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초인의 힘을 되찾는 부분입니다.
원래 도너가 촬영할 때는 수퍼맨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You will see my life through your eyes,
As your life is seen by mine.
The son becomes the father,
and, the father becomes the son.


내가 내 눈으로 너의 삶을 보듯이,
너는 네 눈으로 나의 삶을 볼 것이다.
(그리하여)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는 아들이 된다.
위 대사에서 특히 굵은 글씨로 쓴 부분이 대단히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이 대사를 비롯한 몇몇 대사들 덕분에 수퍼맨-아버지(조엘) 관계가 예수-하느님의 관계와 비교되기도 했던 것이죠.

그런데, 극장판에서는 수퍼맨의 어머니(라라)가 힘을 되찾게 해주는 것으로 어정쩡하게 나와있는데, 어떻게 힘을 되찾는지에 대해 적절한 설명도 되지 않고,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그다지 필요 없는 장면이 되었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힘을 잃지 않는 것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니까요...)


[Superman] 3? 4?

[Superman 3]은 리차드 레스터가 처음부터 제작을 한 영화입니다.
이에 따라 그 멋지던 오프닝은 사라지고 슬랩스틱 코미디가 나옵니다.
수도관이 터지면서 차에 갑자기 물이찰 때 왜 수퍼맨이 도와줘야 되는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문 짝 떼어내거나 유리 깨고 도와주면 되는 것을...

영화도 그다지 볼 내용도 없습니다. 컴퓨터랑 한 판 대결이 전부입니다.
설정은 거의 매트릭스인데, 천하의 수퍼맨이 빌빌거리는 모습 밖에는 볼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판권이 캐논사로 넘어간 뒤에 촬영된 4편은 정말이지
크리스토퍼 리브와 진 해크만이 아까운 영화일 뿐입니다.


[Superman2] The Richard Donner Cut

세월은 흘러흘러 2006년이 되었고, Superman 시리즈가 조만간 [Superman Returns]로 다시 시작될 시기에, 워너 브라더스와 리차드 도너는 중대한 결정을 합니다.

도너가 촬영한 필름들도 대부분 남아있었고, (비록 폐기처분 직전이었지만) 기술의 발달로 복원 작업이 다소 수월해졌으며, 무엇보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소망이 있어, 도너가 원래 만들려고 했던 내용과 비슷한 편집본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Superman2 에서 망할 징조(?)가 보인 것이 좀 있습니다.

1. 2편 상영본의 절반 이상을 촬영한 감독을 교체함
2. 출연료를 아끼기 위해 말론 브란도가 출연한 장면을 빼버림
3. 음악을 거장 존 윌리엄스가 맡지 않겠다고 선언해서 켄 쏜이 맡음

수 개월의 자료 수집 과정을 통해, 폐기처분 직전의 촬영본, 촬영용 대본, 사운드 트랙, 스크린 테스트 영상 등을 수집한 도너와 마이클 쏘우(편집자)의 팀은 재촬영에 가까운 작업으로 처음에 도너가 의도했던 영화에 최대한 가까운 수퍼맨2를 공개하게 됩니다.

이것이 [Superman2] " The Richard Donner Cut"입니다. (도너컷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도너컷은 물론(!!) 완벽주의자 도너가 모든 작업을 주관하였으며, 말론 브란도의 장면이 다시 돌아와서 감동적이기까지한 원래의 의도를 살렸습니다.
수퍼맨이 보통사람에서 다시 초인이 되는 과정은 정말로 감동적입니다.


The son becomes the father,
and, the father becomes the son.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는 아들이 된다.
그리고, 위의 대사가 정말 정말 멋지게 나옵니다.

수퍼맨 3,4편의 유치뽕짝 코미디만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또는 수퍼맨은 애들이나 보는 어린이용 영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혼자서 보기에도 멋진 영화이고, 가족들이랑 함께 보기에도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DVD를 보시려면 [Superman 2] DVD나 Superman Ultimate Edition을 사시면 됩니다.
얼마 전에 DVD의 번역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몽땅 다시 번역했습니다.
저처럼 영화를 산 뒤에 다시 다운받아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흐흐흐.



끝으로...

이제 비디오/사운드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해서 적당한 장비와 약간의 노가다(?)만 있으면
화려한 영상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사람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지
기술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에
기술의 발달로도 채울 수 없는 "아이디어"의 영역이 존재합니다.

멋진 아이디어와 완벽주의로 중무장된 영화는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