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맥스로 보고서야 쓰는 [다크 나이트] 리뷰

전쟁이란 두 개의 물리적인 힘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정신적인 힘이 충돌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강한 쪽이 지배한다.
- 클라우제비츠, <전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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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가 직접 낙서한듯한 [다크 나이트] 포스터


0. 신이시여, 제가 [다크나이트]를 정녕 봤단 말입니까?

0-1. 시사회로 접한 [다크 나이트]

영화 블로거이신 페니웨이 님의 도움으로 [다크 나이트]를 처음 본 것은 7월 22일이었습니다.
사전에 접한 정보를 통해 굉장한 영화일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처음 봤을 땐 리뷰를 쓸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에 담긴 내용은 그저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는 정의의 세력과 악당들이 시원하게 한판 붙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그보다는 훨씬 철학적이고 심오한 얘기들이 잔뜩 담겨있었습니다.

너무나 무겁고도 심오한 주제들을 보니 리뷰를 쓸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0-2. IMAX로 재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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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엄청난 영화는 꼭 아이맥스로 봐줘야 한다며 마눌님을 열심히 설득한 결과 마눌님과 함께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마눌님은 이거 보시고 심한 멀미에 시달리셨다능~)
비록 B열이라는 극악의 위치였지만, 뭐 어떻습니까! [다크 나이트]인데…

제대로 한 번을 더 보고나니 영화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페니웨이 님과 대화하며 혹시나 놓친 부분이나 잘못 이해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DVD Prime에 Al Dente 님께서 올려주신 조커 완전정복 1/2, 2/2를 보며 더욱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열심히 공부한 [다크 나이트]에 대해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리뷰는 감상을 돕기 위한 리뷰가 아니며, 스포일러가 대단히 많습니다.
아직 감상하지 않은 분들께선 이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1. 영화의 기본은 하드웨어의 대결이 아닌 소프트웨어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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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ken에서 져버린 배트맨: 소프트웨어 대결에서 완패


이 영화에서 주된 대결(?)을 펼치는 등장인물은 (물론) 배트맨과 조커입니다.
이 둘의 대결은 (비록 수많은 파괴폭파 그리고 폭력에도 불구하고) 정신력의 싸움이며, 의지의 충돌입니다.
따라서 계속 흔들리며 자신의 입장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배트맨은 마음의 흔들림이 조금도 없는 조커에게 항상 지배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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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8, 이거 내가 하는 게 맞긴 맞는 거야? 궁시렁궁시렁


배트맨의 편이 되어야 할 경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경찰은 고든 서장이 유일합니다.
(아래도 다 썩었는데, 서장이 되면 뭐합니까? 휴~)
경찰이 경찰, 판사, 검사 등을 배신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하비 덴트가 배트맨이라고 허위자백을 하자 경찰이 한다는 소리는 무려 "No more dead cops!"입니다.
이 말엔 경찰의 나약함(경찰도 사람이다. 살고잡다!!!)도 의미하지만, 책임을 전가(이는 다 배트맨 탓이닷!)하려는 의미가 더 강해보입니다.


2. 조커와 함께 배우는 손자병법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승패의 확률은 반반이다.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면 반드시 패한다.
- <손자병법> 모공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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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그까이꺼 대충~


전술했듯이, 조커는 돈에 전혀 얽매이지 않습니다. (배트맨처럼 말이죠)
저렴한 화약, 기름만 있으면 세상을 얼마든지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믿고, 그 믿음을 수행하는 것이 조커입니다.

하지만, 배트맨은 영화 중반까지도 그 사실을 모릅니다. 즉, 자신과는 달리 조커가 이 짓을 하는 것은 돈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You are a garbage. You kill for money!"
라고 외쳐대는 모습을 보면 열심히 무술 연마를 하는 틈틈이 병법을 공부하지 않은 그의 불찰이 느껴집니다.

배트맨이 조커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으면 조금은 덜 힘들게 싸우지 않았을까요?


3. 조커는 배트맨의 또 다른 자아

조커는 배트맨과 비슷한 점이 많으며 조커는 배트맨을 보면서 상당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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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배트맨의 다른 면(other side)일 뿐이닷!


둘 다 얼굴을 가리고 있고, 보통사람보다는 뛰어난 체력과 정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극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을 즐기며, 대중 속에 잘 융합되기 보다는 튀고, 남들이 자신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둘 다 돈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유는 약간, 아주 약간 다릅니다만…)
이러한 동질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사가 "You complete m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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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세상을 감청하고 있는 배선생


조커는 배트맨에게 "You complete me!"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이 대사는 반대로 배트맨이 조커에 의해 어둠의 기사(Dark Knight)로서의 자아가 완성되는 것도 의미합니다.
(조커 덕분에 배트맨은 경찰과도 검찰과도 친하지 않은 독고다이로서의 입장을 확립하게 됩니다. 고마워, 조커)


4. 진짜 조커의 정체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조커의 정체는 알 수 없습니다.
잭 네이피어라고 정체를 규정한 팀 버튼의 배트맨과 달리 원작 만화에선 그 정체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었습니다.

[다크 나이트]에서의 조커는 무섭습니다. 악당이라기 보다는 악마에 훨씬 가까운 모습을 보입니다.
그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무시무시한 칼자국도, 뱀처럼 쩝쩝거리는 혀도 아니고, 바로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즉, 어디서 왔으며 누구인지도 알 수 없고, 어디로 갈 것인지(튈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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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낫, 놀래라! 이케 쏘는 거 맞냐?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다름아닌 로켓포(RPG) 발사 장면입니다.
[람보], [코만도]나 [터미네이터] 등에서 터프하신 주인공분들께서 깔끔하게 발사하는 것과 달리, [다크 나이트]에서의 조커는 잘 쏠 줄도 모르는 듯합니다. (허둥대면서도 배트 텀블러를 정확하게 조집니다)
그런 예측불허함이 진정한 그의 무서움입니다.

영화에서 그의 상처에 대한 대사 "Wanna know how I got these scars?"를 통해 그의 유년기를 유추하는 글들을 봤는데, 거의 모든 말이 거짓인 그를 보면 그마저 거짓말이라고 보는 편이 합당합니다.
과거에 대한 어떤 기록도 없다는 고든의 말을 참고해보면 의외로 부유하고 안정적인 가정 출신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만약 수시로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그런 변을 당했으면 오히려 관련된 자료가 있지 않을까요?

그의 거짓말의 황당하고 어이없는 장면 중 하나가 말로니 일당에게 접근하는 장면입니다.
수시때때로 칼을 들고 "Why so serious?"를 읊조리는 조커가 정작 말로니 일당에게 접근해서 한 얘기는 "제안을 seriously하게 받아들이면 연락하라"입니다. (어쩌라고!!!)

참고로, 조커의 얼굴에 난 칼자국은 글래스고 스마일이라 부르는 것으로, 보통 약간의 칼자국을 낸 뒤 비명을 지르게 만들어 자연히 찢어지게 만드는 것이랍니다.
더 상세한 내용은 Al Dente 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배우 토미 플래나간(Tommy Flanagan)은 영국 글래스고 출신으로 실제로 강도를 당해 글래스고 스마일이 생겼다고 합니다.


5. 어쨌든, 잭 니콜슨의 조커와는 비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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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지 말라니까! Why compare?


[다크 나이트]에서의 조커는 기원을 알 수 없는 범죄자라는 만화의 설정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이를 통해 만화와는 상당히 다른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조커는 만화에서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故 히스 레저의 연기가 이 아우라를 제대로 표현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조커는 팀 버튼 버전의 [배트맨]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잭 니콜슨은 [배트맨]에서 조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만, 그의 조커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기존 만화의 설정 즉, 기원을 알 수 없는 범죄자라는 설정이 근본부터 파괴되었다는 점입니다.
그의 근원을 보여줌으로써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죄자라는 무서움줄어들었다는 점은 이 조커의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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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만 죽이면 배트맨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한편, [배트맨 비긴즈]에서도 나왔듯이, 웨인의 트라우마는 자신이 부모의 피살에 책임이 있으며, 복수를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트라우마를 해소하기 위해 박쥐 가면을 뒤집어 쓰고 밤에 동네방네 뛰어다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배트맨]에서는 부모를 죽인 범인(만화에서는 조 칠)이 바로 조커(잭 네이피어)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조커를 죽이게 됩니다. (구하려 했지만 못 구했다는 지극히 동화적인 설정은 패스~)
이로서 그는 트라우마를 벗게 됩니다. (즉, 해결 불가능한 트라우마를 해결하는 것으로 설정을 바꿔버린 것이죠)
그런데, 그는 왜 계속 배트맨으로 활동할까요?

즉, [배트맨]의 조커의 문제는 배우 잭 니콜슨에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의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팀 버튼은 성인용 잔혹동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해결하지 못해야 하는 부분도 해결해버런 것입니다.
(역시 팀 버튼은 역시 동화에 어울리지, 배트맨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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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슨 옹이 총 한자주로 다찌 떴다고? 난 맨몸이닷!


하지만, 몇몇 장면에서 잭 니콜슨의 조커에 대한 오마주를 볼 수 있습니다.
배트 포드로 달려드는 배트맨에게 단신으로 맞서는 모습이 가장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물론, 기-다란 권총보다 훨씬 현실적인 방법으로 맞섭니다)


6. 전체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

초반에 조커는 흑인 갱단의 두목을 죽인 다음에 남은 부하들에게 재미있는 짓을 합니다.
당구 큐대를 하나 주면서 살아남은 한 명만 조직원으로 뽑아준다고 싸움을 시키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은 내분을 통한 파멸이라는 영화의 방향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후반에 조커가 이루려는 결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하비 덴트입니다.
하비 덴트는 조커에 비해 비중은 낮은 편입니다. 사실 조커가 하비를 투페이스로 만드니 비중만으로 따지면 조커에 비할 바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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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 같지만, 이 양반이 없으면 나사가 빠진다는 거…


하지만, 투페이스는 조커가 이루려고 하는 궁극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즉, 투페이스 하비가 없으면 조커가 하는 짓은 그저 혼란을 추구하는 미친 짓에 불과한 것입니다.
전반부에서 큐대 서바이벌로 조커가 하려는 방향을 제시했다면, 후반부에는 투페이스를 통해 조커가 이루려는 경지를 보여줍니다.


7.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실화를 그대로 대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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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지가 돌아가는 최초의 배트맨… ㅋ


[배트맨]부터 [배트맨 비긴즈]에 이르는 5편의 배트맨 영화에서 배트맨은 배트맨 수트를 입고 목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열심히 싸운 배트맨 옹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를 촬영하면서 목이 돌아가는 수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얘기를 영화에서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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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배우 모건 프리만 옆에 살짝 끼워져있는 진관희


또, 홍콩 스타 진관희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거의 다 잘려나가서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만도 힘듭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바로 다음 장면에서 루스우스 폭스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회사와 거래할 수 없다"는 대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진관희가 올해 초 그러니까 영화 촬영 막바지 쯤에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뭔가 연관이 있어보이기도 합니다.


8. 다른 영화의 흔적들

a. [CSI]

처음 만화 <배트맨>이 연재되었던 잡지는 무려 'Detective Comics'입니다.
게다가 <배트맨>은 변형 탐정물 장르로 시작되었습니다.

[다크 나이트]를 보면 벽에 박힌 총알을 조사하는 장면이 상당히 [CSI]스럽게 나옵니다.
이 부분은 물론 초창기 만화를 제대로 계승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기 위해 들어간 장면입니다.


b. [007] 특히, [골드핑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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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알프레드 혼자서 만들었다고?


원작 만화에도, 팀 버튼 계열에도 등장하지 않는 루시우스 폭스가 등장하는 것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집사 혼자서 특수장비를 몽땅 만들고 고친다는 설정은 어색합니다)
그런데, 폭스의 캐릭터는 여러모로 [007] 영화의 Q를 연상시키며 특히, 처음으로 Q가 본드와 말다툼을 하는 [골드핑거]를 여러모로 염두에 둔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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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 그까이꺼 대충~


그래서인지 식당에서 하비 및 레이첼과 만나는 장면에서의 "이 식당 내 거요"는 [골드핑거]에서의 대사를 거의 그대로 사용합니다.
물론, 제임스 본드가 그 대사를 했던 것이 아니라 느낌은 완전히 다릅니다만…

이 외에도 [스파이더맨3]에서 악당(?)들의 등장 시간을 고르게 분배한 나머지 어느 한 쪽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는데, [다크 나이트]에서는 시간 분배를 적절하게 함으로서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있습니다.

한편,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 사이에 놀란-베일-케인 트리오가 찍은 또 한 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프레스티지]인데, 여기서 베일의 극중 이름은 무려 알프레드입니다.
(암만 봐도 장난으로 찍은 영화 같다능~)


9. 고급스러운 유머들

초기 007 영화들에선 상당히 고급스러운 유머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영화의 긴장감을 완화시켜주는 이 유머들은 곧 본드의 클리셰가 되었습니다만... 최근의 007 영화에서의 유머는 전과 같지 못합니다.
오히려 원초적이기만 한 저질 조크로 품격만 떨어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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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리 부서가 없었으면 진작에 죽었을 겁니다 - [007 살인면허]


하지만, 이 영화 [다크 나이트]에선 [위기일발]의 농담을 연상하게 하는 강렬한 유머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물론, 이 유머들은 상당히 어둡고 긴장감 넘치는 영화의 분위기를 상당히 부드럽게 해줍니다.

또한, 일부 유머러스한 장면들은 이면에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어 많은 사색거리를 던져줍니다.

예를 들면, 마지막 부분에서 브루스 웨인이 "때론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Sometimes, truth isn't good enough)"고 말할 때 나오는 장면은 알프레드가 편지를 태우는 장면인데, 정작 웨인은 진실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긴장감이 넘치는 마지막에서 살짝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주면서도 배트맨이 추구하는 가치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게 하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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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배트 텀블러에서 배트 포드가 분리되어 나갈 때 주차되어있는 차들을 파괴하며 나가는 장면을 보면 어린이 2 명이 차 안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데, 사실 이 장면은 배트맨이 부수는 차 안에도 사람이 타고 있을 지 모른다는 것을 말하는 장면입니다.
(그래서 이 장면은 웃음 뒤에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10. 진정으로 나와야 할 영웅은 바로 사람들

많은 관객들이 감동 내지는 충격을 느낀 장면이 바로 배 두 척이 폭파되느냐 마느냐 하는 장면입니다.
별도로 포스팅할 예정이지만, 사실 이 장면에서 조커가 설치한 폭탄이 서로 상대방 배를 폭파시키는 것인지 또는 자기 배를 폭파시키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어느쪽이 되었든지, 집단적인 혼란을 야기시키려는 조커의 작전을 무너뜨린 것은 배트맨도, 고담의 마지막 양심 경찰 고든 반장도 또 White Knight 하비 덴트 검사도 아닌 보통사람들죄수들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아주 커다란 메시지를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조커와 같은 왕또라이가 세상을 흔들어놓을 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이 또라이를 잡을 수 있는 거대한 힘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노력이란 것입니다.

정치인이 나라 말아먹는다고 욕하기 전에 정치인을 뽑을 때 신경써서 뽑아서 나라를 못 말아먹도록 해야 하듯이 말이죠.


11. 아이러니들

[다크 나이트]에는 대놓고 아이러니한 설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의를 지키려는 배트맨은 검은 가면을 쓰는데 반해, 은행을 터는 조커 일당은 흰 가면을 쓴다는 점입니다.
물론, 우리의 조커는 흰 가면 아래 또 흰 분장을 하고 있고 말이죠.
(게다가 배트맨은 밤에 악당을 잡으러 다니는데, 정작 조커는 백주 대낮에 은행을 털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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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배트맨은 [배트맨 비긴즈]에서도 보여주었듯이 도둑질, 쌈박질 등의 사회적으로 나쁜 짓을 합니다.
하지만, 배트맨이 절대 넘지 않으려고 하는 선이 바로 '살인'입니다.
(한편, 알프레드는 넘지 않아야 할 선을 '악당들을 몰아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배트맨은 결국 한 사람을 죽이게 되는데 그는 White Knight 하비 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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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군님의 글을 본 뒤에 Dark Knight Prologue를 다시 보면서 확인한 내용을 추가합니다)
하비 덴트가 배트맨이라고 거짓증언을 하고 호송되어가는데, 커다란 트럭 한 대가 불타서 길을 막고 있습니다.
이 트럭은 다름아닌 소방차입니다.
소방차가 불타면 불은 누가 끄는가? (Quis custodiet ipsos custodes? / Who will guard the guards?)라는 뜻으로 삽입된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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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s custodiet ipsos custodes? (Who will guard the guards?)


12. 옥에 티

a. 하비 덴트를 실은 호송트럭 - 아이맥스에서 발견

하비가 배트맨이라 거짓자백을 하고서 경찰 트럭에 실려 호송되는 장면을 보면 조커는 소방차에 불을 질러 호송트럭의 노선을 바꿉니다.
그런데, 불타는 소방차의 위쪽을 보면 호송트럭이 가야할 길엔 이미 수많은 차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


b. 죽은 경찰 수의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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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Dark Knight… 경찰이 뒤를 쫓을 것이고…


감동의 마지막 장면 즉, "Dark Knight"가 될 것을 결심하게 되는 배트맨과 고든의 대화에서 고든은 (하비 덴트가) 5명을 죽였고, 그 중 2명은 경찰이라고 얘기합니다.
"Five dead, two of them are cops."
그런데, 하비 덴트가 직접 죽이거나 죽음에 관여된 사람은 아래의 7명입니다.

경찰병원에서 경찰 2명 (죽는 경찰은 1명만 나오지만, 그 경찰은 다른 경찰이 연락두절이 되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조커가 연락두절된 경찰을 살려둘 이유는 없습니다)
술집에서 비번이라 째는 경찰 1명
말로니말로니 기사
여형사 라미레즈 (죽는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일단 계산)
하비 덴트

하지만, 이 대화에서 고든이 얘기한 5명은 하비 덴트가 죽인 사람의 수를 얘기하는 것이므로 하비 덴트 본인은 빼야 하므로, 죽은 사람은 총 6명인데, 어떻게 계산해도 경찰 2명+민간인 3명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옥에 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면, 고든 청장에게 물어봐야겠죠. ^^;;;



Either you die a hero, or live long enough to see yourself become the villain.

Because he's the hero Gotham deserves, but not the one it needs right now... and so we'll hunt him, because he can take it. Because he's not a hero. He's a silent guardian, a watchful protector... a dark knight.


덧. 충격님의 블로그: 다크 나이트 - 포스트 911 시대의 거대한 윤리담론을 보면 엄청난 리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분은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덴트의 동전에 찍힌 연도까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