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달랐던 제임스 본드와 제이슨 본의 첫 살인

제임스 본드는 22편의 영화에서 무려 236명을 죽여서(관련 포스트 참조)[각주:1] 편당 10.73명을 해치웠다.
하지만, 더 뛰어난 기술을 보여준 제이슨 본은 3편의 영화에서 고작(!) 13명을 죽여 편당 4.3명밖에 죽이지 않았다.[각주:2]

사실, J.B.라는 약어[각주:3]와 살인을 포함한 다양한 스파이 활동의 전문가라는 점을 빼면 두 캐릭터는 엄청나게 다르다.
무엇보다도, 제임스 본드는 살인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가능한 캐릭터이다.
하지만, 제이슨 본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살인을 하지 않는다.

이 둘의 근본적인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 장면들이 둘의 첫 살인 장면이다.

제임스 본드의 첫 살인은 [카지노 로얄]의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했다.


여기서 본드의 첫 살인은 여러가지 의미를 보여줬다.

0. 영화 오프닝에서 이 장면을 보여주며, 이 전에 이미 본드의 살인 장면을 보여줬음

1. 본드는 자신이 제거할 대상이 누구인지, 뭘 하는지 알고 있음[각주:4]

2. 박터지게 싸운 뒤 살아있자 총으로 제거함

3. 전혀 망설이지 않음

본드는 첫 살인에서 전혀 망설이지 않았으며, 두 번째 살인에서는 흥분을 느꼈다는 얘기를 한다.
즉, 본질적으로 제임스 본드는 나쁜놈 캐릭터라는 뜻이다.

그에 반해, 제이슨 본의 첫 살인은 (시리즈 마지막 편인) [본 얼티메이텀]의 엔딩에 등장한다.


여기서 본의 첫 살인 역시 여러가지 의미를 보여줬다.

0. 영화 엔딩에서 이 장면을 보여주며, 이 이후 살인하지 않음

1. 본은 자신이 제거할 대상이 누구인지 전혀 모름. 물론, 이름도 모름.

2. 포박당해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상대를 총으로 제거함

3.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마지 못해 살인함

이렇게나 둘의 캐릭터는 다르고, 이에 따라 둘의 액션도 완전히 달랐다.
[카지노 로얄]의 본드는 화끈하고 뜨거운 액션을 보여준데 반해, 본의 액션은 차갑고 냉정한 액션을 보여줬다.



하지만,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마크 포스터 감독은 ([본 얼티메이텀]의) 댄 브래들리를 영입했다.
결국, 본 시리즈와 비슷한 액션을 보여줬으며, (엄청난 흥행과는 별도로) 방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디, [Skyfall]에선 본드다운 액션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1. [살인번호]부터 [카지노 로얄]까지의 21편에서 총 220명을 죽였고, [퀀텀 오브 솔러스]에선 무려 16명을 제거. ㅎㄷㄷ [본문으로]
  2. 1988년작 [본 아이덴티티]에서는 본이 무려 9명을 제거함 [본문으로]
  3.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을 읽으면 여러모로 제임스 본드의 미국 버전이란 느낌이 든다. 심지어 보드카 마티니도 등장한다. 아마 J.B.는 의도된 것 같다. [본문으로]
  4. 드라이든을 제거할 때 "접선책 말인가?"라고 물어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