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과연 프리퀄인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이하 [F.C.])는 지금까지 나온 [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시점으로는 [엑스맨] 1-3편은 물론 [울버린]보다도 앞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영화에는 무려 12명의 뮤턴트가 등장함에도 각 캐릭터들의 성격과 상호관계의 대한 묘사는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
다소 미흡한 느낌이 드는 특수효과들이 종종 있으나, 영화의 전개가 탁월한 편이라 그리 신경쓰이지는 않는다.

영화의 큰 구조는 [엑스맨] 1-2편의 비교적 충실한 프리퀄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1-2편의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가 각본에 참여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프리퀄을 의미하거나, 전편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은 아래와 같았다.


1. [엑스맨(X-Men, 2000)]

a. 오프닝이 1944년 폴란드의 수용소에서 시작하며, 시퀀스의 구성이 거의 일치함

b. 에릭 랜셔의 팔에 적인 유태인 등록번호: 214782
   (엄밀히는 1편에선 14782만 보이고, 3편에서 214782가 다 나옴)

c. 만화책과 상당히 유사한 유니폼을 입는데, [엑스맨]에서 이 유니폼을 비꼬는 싸이클롭스의 대사가 나옴
   ("What would you prefer, yellow spandex?")

d. 세리브로로 제일 처음 찾은 뮤턴트는 흑인에 회색 머리인데, 스톰을 연상시킴

e. 매그니토와 미스틱은 왠지 끈적한 연인관계란 느낌이 강한데, 이 부분이 설명됨


2. [엑스맨2(X2, (2003)]

a. 매그니토가 위성안테나를 돌리는 장면의 자세는 여러모로 진이 나이트크롤러를 돌릴 때의 자세와 유사함

b. 제이슨은 홍채이색증인데, [F.C.] 초반에 홍채이색증의 여인네가 등장함

c. 나이트크롤러는 독일어영어를 사용하는데, [F.C.]에선 등장인물들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사용함

d. 아자젤의 액션은 나이트크롤러의 킬러 버전임
   (나이트크롤러의 액션은 오프닝답게 화려한 영상과 음악이 중심인데 반해, 아자젤의 액션은 담백한 킬러의 그것이었음)


하지만, 익히 알려진대로 [엑스맨 3] 및 [울버린]과의 연계가 없다는 건 물론이거니와, 1-2편과 연계를 끊는 장면들이 꽤 나왔다.


1. [엑스맨(X-Men, 2000)]

a. 둘은 재비어가 17살 때 만났다는데, [F.C.]에선 '44년에 재비어는 이미 좀 컸고, '61년에 처음 만났으니, 17살 때는 아님

b. 영화 중반까지 재비어는 매그니토에게 텔레파시가 안 통하는 이유를 모름

c. 세리브로는 재비어와 매그니토가 함께 만들었으며, 그래서 피하는 법을 터득했다고 함


2. [엑스맨(X2, 2003)]

a. 세바스찬 쇼와 행크 맥코이가 등장함

이 인터뷰 장면이 바로 행크 맥코이 박사와 세바스찬 쇼의 인터뷰 (쇼의 얼굴은 안 나옴)


b. [X2]에서 재비어가 두 다리로 서있는 환각을 봄. 물론, 환각이라고 말하면 더 할 말은 없지만…

c. 재비어가 세리브로를 만들 때 매그니토가 도왔다는 얘기를 함


3. [엑스맨3(X-Men: The Last Stand, 2006)]

a. 나이든 재비어가 걸어다니며, 매그니토와 동업중이었음

b. 아주 젊은 모이라가 등장함

c. "Cure"가 가능하단 설정이고, 비스트를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반응

d. 미스틱이 "Cure" 되자, 매그니토가 너무 쉽게 버리는 모습에 즉각 배신하는 미스틱까지…
   (원래 그런 인간들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4. [엑스맨 탄생: 울버린(X-Men Origins: Wolverine, 2009)]

a. 어린 엠마 프로스트가 등장함.

b. 나이든 재비어가 걸어다님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기존 시리즈들의 엄밀한 프리퀄이라기 보다는 평행우주를 다룬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영화의 전개를 더 깔끔하고 치밀하게 풀어나가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리고, 기타 단상들…

1. 세바스찬 쇼 역을 맡은 케빈 베이컨의 다국어는 쇼킹한 수준이었음.
   독일어와 러시아어까지 해내는 그의 외국어 능력은 카리스마 근원중 하나였음.
   (정작 본인은 걍 미국 출신…)
   ※ 그런데, 러시아 네이티브 얘기로는 러시아어는 정말 별로였다고… ㅎㅎ

2. 매그니토 역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 역시 후덜덜한 독일어 능력을 보여주어, 술집 씬에서 무지막지한 카리스마를 보여줌.
   [거친 녀석들(2009)]에서 히콕스 중위 역을 맡으며 2% 부족한 독일어를 구사했는데, 실은, 독일 출생에, 부친이 독일인임.

3. 매그니토는 오프닝에서 각성하지만, 재비어는 (사춘기 이전에) 이미 각성되어 있었고, 부모 이야기도 거의 나오지 않음.
   즉, 별도의 영화로 뽑아낼 수도 있을 것 같음.

4. 미스틱의 변신 장면 중, 옷을 입고 있는 미스틱이 변신할 때는 옷이 함께 변신했다 말았다하는 부분이 눈에 거슬림

5. 쇼와 매그니토는 은근 유사점이 많음. 싱어가 각본에 참여하며 싱어 각본의 상호관계가 그대로 내려온 게 원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쇼와 매그니토 모두 목적을 위해 뮤턴트를 제거하는 내용이 가장 쇼킹했음)

6. 쿠바 미사일 사태는 미-소 양쪽 모두에 통째로 면죄부가 씌워지는 느낌임

7. 제목의 퍼스트 클래스(First Class)는 1교시란 뜻임.

8. 번역은 박지훈. 전체적으로 미흡한 느낌이었음.
   (Moscow, Russia모스크바, 러시아로 번역하는 센스는 뭥미… 소련 모스크바 아님?)

9. 모든 시리즈에서 X-Men을 엑스으로 번역하는데, 엑스이 맞다.
   이 나라 영어몰입교육의 한계랄까? 미친듯이 혀를 꼬지만, 발음와 액센트는 엉망진창인 영어의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