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접했던 [007] 영화들 (부제: 내가 리얼리티 007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007 영화는 [유어아이즈온리]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필름을 가져다가 강당에서 상영을 해줘서 본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계약 수량보다 많게 즉, 추가로 복사한 필름을 파기하지 않고 갖고 있다 틀어준 것 같음)

어렴풋한 기억에도 뭔가 재미있었던 것 같은데, 특히 기억에 뚜렷이 남는 것은 아래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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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이 때만 해도 주인공이 악당을 냉정하게 그냥 제거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보통은 마지막에 살려두며 위기를 자초하는 뻘짓거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니까.


두 번째로 본 007 영화이자, 극장에서 처음 본 007 영화는 티모시 달튼의 007 데뷰작인 [리빙데이라이트]였다.
전체적인 구조가 정통 스파이 영화라서 몰입감이 우선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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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이소룡에게 한창 빠져있을 때라 액션은 뭔가 2% 부족해보였지만, 서양 배우들 중에 액션을 제대로 찍는 배우는 보기 드문 시절이었기 때문에 한쪽눈을 감아줄 수 있었다.
오히려 눈에 띈 장면은 C-130에서 킬러인 네크로스를 떨어뜨린 뒤에 냉정한 표정으로 말하던 "He got my boot."였다.


이 무렵 정식으로 수입된 007 비디오(VHS)가 비디오 대여점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불법복제품이 비디오 대여점에 있었는데, 그 시절엔 집에 비디오 플레이어가 없어 볼 수도 없었다)

비디오 플레이어를 산 기념으로 빌려본 비디오는 [위기일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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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정말 최고였다.
비록 20년도 더 지난 작품이라 일부 소품이 좀 구식이긴 했지만, 꽉 짜여진 스파이 영화다운 스토리,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구성 그리고, 정말 무시무시한 킬러 그랜트까지... 최고의 영화였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에겐 최고의 007 영화는 [위기일발]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뭔가 [리빙데이라이트]와 많이 닮아있었다.

의도적으로 제임스 본드를 노린 작전, 영국 vs 소련의 구도인 척 하지만, 제 3의 세력이 장난을 친다는 점, 현실적이고 무자비한 킬러... 뒤에 생각해보니 [리빙데이라이트]는 [위기일발]의 정교한 리메이크였던 것이다. (참조 포스트: 007 리빙데이라이트: [위기일발]의 정교한 리메이크)


이후 몇 편의 007 영화를 비디오로 본 후에 극장에서 다음으로 본 007 영화는 (당연히) [살인면허]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딱 007이닷!!!"하는 생각이 여러모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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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자비한 적에게 걸맞는 무자비한 제거장면은... 최고의 장면 중 하나였다.
제임스 본드가 악당을 무자비하게 제거한다면 저 정도는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이 무슨 장난도 아닌데, 아무리 영화라지만 심하게 장난스럽게 제거하는 장면은 좀 어색해보인다)


007 영화는 [위기일발], [여왕폐하의 007]과 같은 정통 스파이 영화, [골드핑거], [썬더볼]과 같은 액션 어드벤처, [퀀텀 오브 솔러스]와 같은 액션영화까지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져왔다.

그런데, 초기에 봤던 리얼리티 스파이 영화들이 영화에 대한 몰입감은 최고였다고 본다.
또한, [살인면허]와 같은 리얼리티가 극대화된 변형 스파이 영화 역시 강한 생명력이 있다.

[퀀텀 오브 솔러스]가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간 액션 영화여서 차기작은 다시 힘을 빼고 유머 코드를 집어넣을 것 같다.
하지만, 과도한 유머를 위해 리얼리티를 버리는 실수는 하지 말고, 균형이 잘 잡힌 영화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http://ss.textcube.com/blog/0/8395/attach/XQKau9VbRk.mp4

※ 본 포스트에 사용된 스틸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에 귀속됨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