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게 만들어진 블록버스터 속편들: [007 QoS]와 [트랜스포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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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개봉된 [카지노 로얄]은 그 전까지, 정확히는 [네버다이(1997)]부터 [어나더데이(2002)]까지의 3편간 곪아와서 이젠 사망 직전에 이르렀던 007 시리즈를 부활시킨 수작이었다.

그 전까지 5년간 007 영화 3편에서 보여준 어이없는 모습의 틀을 완전히 깨뜨리고, 터프하고 강인한, 새로운 제임스 본드의 모습과 함께 액션과 드라마를 적절히 배합한 구성을 보여주었다.
(물론 강한 모습은 원작 소설이나 초기 007 영화로 회귀한 것이다)

이 영화는 이후 블루레이로 출시되어 블루레이 vs HDDVD의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블루레이 진영의 킬러 타이틀로 군림하면서 이후 블루레이 진영의 승리에 일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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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인 2007년 개봉된 [트랜스포머]는 만화로만 존재하던 세상을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담아낸 수작이었다.
CG의 한계... 아니, 어디까지가 CG이고, 어디까지가 실사인지 구분이 안 가는 수준의 그래픽과 단순하지만 명쾌한 플롯을 통해 깔끔한 구성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는 [카지노 로얄] 이후 블루레이 진영의 킬러 타이틀로 군림하다 이후 블루레이 진영의 승리의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의 속편들은 이런 장점을 전혀 유지하지 못하고, 엉성한 구성만을 보여주었다.


1. 전작들의 극히 일부만 지루하게 반복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는 전작들에서의 능글능글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영화는 강한 생명력을 얻게되었다.

그런데,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전작 [카지노 로얄]에서 보여준 모습 중 쌈박질하는 모습밖에 보여주지 않았다.
원래 보여줘야 할 짧고 간결하게 살인을 해치우는 모습이나 강한 정신력 따윈 없다. 그저 쌈박질일 뿐이다.
너무 쌈박질만 많이 해서 캐릭터의 생명력이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이젠 불필요한 살인까지 한다.

[트랜스포머]에서 보여준 모습은 화려한 CG뿐만이 아니었다.
오토봇과 디셉티콘 종족의 소개 장면을 충실히 배치하고, 이들과 인간과 교감하는 장면들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서 CG로 만들어낸 외계 종족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줬다.

그런데, [트랜스포머2]에서는 이 중 화려한 CG 외엔 보여주는 것이 없다.
오히려 트랜스포머들이 너무 많이 등장함으로서 캐릭터의 생명력마저 사라져버렸다.



2. 밋밋하기 그지 없는 구성

[카지노 로얄]에서 보여준 치밀한 구성과는 달리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단순무식한 구성만 보여준다.
초반에 적의 정체를 알려주고, 본드는 함정에 빠지고, 이후 아무런 구성 없이 주구장창 쌈박질만 한다.
안 돌아다니는 나라가 없는 것 같지만, 비주얼을 위한 것일 뿐 종로 한 복판에서 진행된다고 해도 무리가 없는 구성인 거다.

[트랜스포머2] 역시 비슷하다. 전작에서 보여준 짜임새 있는 구성과는 달리 초반에 갈등구조 및 악당을 다 보여준다.
그리고는 이후 별 구성 없이 CG를 이용한 쌈박질만 보여준다.
역시, 이집트까지 가면서 싸워대지만, 비주얼을 위한 것일 뿐이다.



3. 어설픈 마무리


[카지노 로얄]에서 본드는 온갖 고초를 겪고, 발생한 일들을 마무리한 끝에 모든 것을  배후에서 지휘한 화이트를 찾아낸다.
그리고, (본드 답게) 가볍게 총 한 방 날리고 끝(?)낸다.

하지만, [퀀텀 오브 솔러스]에선 엄청난 일들이 벌어진다.
본드는 명령불복종 외에도 동료 요원을 살해했다는 누명도 쓰고 있다.(누명을 쓰게 된 과정 자체도 석연치 않다)
내부에 적이 침투한지 수년이 지났으니 누가 적인지도 알 수 있다.(M을 죽이지 않았는데, M도 퀀텀의 일원일까?)
하지만, 엔딩 장면을 보면 그렇게 벌여놓은 일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지나가버린다.

[트랜스포머2] 역시 마찬가지다.
디셉티콘은 아예 트랜스포머라는 종족에 대해 전세계로 방송해버린다.
또, 우리의 샘 윗위키는 CIA, FBI 등 정보기관 전체에서 쫓겨다닌다.
NEST라고 별거 있나? 레녹스 소령은 대통령 보좌관에게 명령권을 뺏기고 명찰을 뜯기는 수모도 당한다.
(베이 감독은 공화당을 지지한다는데, 이 부분의 센스는 좀 천박해보인다)
하지만, 역시 엔딩 장면을 보면 이 많은 일들은 다 그냥 넘어가버린다.



4. 불필요할 정도로 과도한 물량공세

[퀀텀 오브 솔러스]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는 [카지노 로얄]은 소풍가는 수준이었다는 얘기를 했다.
([카지노 로얄] 서플 DVD를 보면 얼마나 고생하면서 촬영하는지 나온다)
하지만, 액션의 물량공세는 지켜야할 선을 넘어버렸다.
007 영화 중 가장 짧은 러닝타임인 106분을 기록한 이 영화는 액션만 너무 많아 드라마라는 것이 없다.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 멋진 액션과 스턴트를 보여준 댄 브래들리의 장면들은 빈약한 드라마 덕분에 전혀 부각되지 못했다.

[트랜스포머2]는 긴 상영시간 대부분을 CG 액션에만 할애했다.
역시 물량공세가 적정수준을 넘어선 나머지 드라마란 것이 없다.
게다가 [더록], [나쁜 녀석들] 등 베이 감독 이전의 작품에서 상징처럼 보여주던 자로 잰 듯하면서 동시에 긴박감 넘치는 자동차 추격장면도 나오지 않아 허무하기까지 하다. 무려 자동차 변신 로봇 영화에서 말이다...


두 영화 모두 이후의 속편이 계획되어 있다.
부디, 성공한 전작들의 성공 비결을 잘 생각해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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