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엄청난 여운에 뒷통수가 얼얼한 성장영화

뜬금없이 okto님께 연락을 받았습니다. 영화나 같이 보자고...
그래서 별 생각도, 정보도 없이 [렛미인]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분명히 흡혈귀 영화입니다.
흡혈귀인 이엘리는 인간의 피를 먹으며,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고, 햇빛에 약한 등 전통적인 흡혈귀의 성능(?)을 충실히 보여줍니다.
약간 특이한 점으로 허락받아야만 남의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정이 있지만, 이 역시 일부 흡혈귀 전설에서는 등장하는 설정입니다.

피가 흐르지만, 고어씬이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피가 튀기는 고어씬이나 절대악인 흡혈귀를 잡으러 다니는 절대선 반 헬싱 교수 따위는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근의 많은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이 영화의 큰 줄기는 '진짜 흡혈귀가 우리 주변에 있고, 그 흡혈귀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면...'입니다.


1. 이 영화의 미덕

a. 말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더라


Wall-E~ / E-va~ (번역 불필요)
[Wall.E] 중에서

이 영화는 구차하게 말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고, 행동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사랑한다는 말 따위는 전혀 하지 않지만 이 영화에서 흡혈귀 이엘리와 왕따소년 오스칼은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지켜주는 모습을 보면 사랑한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점은 [Wall.E]에서 보여주는 Wall.E와 Eve의 모습과 유사한 느낌을 느끼게 해줍니다.


b. 영화 자체보다 여운이 더 크더라


He's a silent guardian, a watchful protector.
A dark knight.

그는 소리 없는 수호자이며, 주의 깊은 보호자이자...
"어둠의 기사"니까.
[다크 나이트] 중에서

또한, 이 영화는 영화 자체의 줄거리보다 끝난 뒤의 여운이 더 큰 영화입니다.
마치 [다크 나이트]에서 그러했듯이 말이죠.

이 영화는 영화 자체가 잔잔한 만큼 여운은 엄청나게 거대합니다.
(리뷰를 쓰는 이 시점에도 정신이 없을 지경입니다)


c. 마음으로 보는 영화더라

루빅스 큐브... [Wall.E]에 이어 [렛미인]에서도 비슷하게 사용됩니다.


기존 전통의 흡혈귀 영화([드라큘라], [노스페라투] 등등)와 변형 블럭버스터 흡혈귀 영화([드라큘라 2000], [반 헬싱], [언더월드], [블레이드] 등등)들에 비한 장점들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이 우스울 정도의 영화입니다.
다 나열하려면 끝이 없겠지만, 가장 큰 점은 머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란 점이 가장 큰 미덕입니다.


d. 두 주인공의 연기력은 먼치킨이요, 넘사벽이더라

정말로 특이한 구도: 여자가 뒤에 있습니다. ^^;;;


흡혈소녀 이엘리는 (기존 헐리우드 흡혈귀 영화에서 보여주던) 아름다운 얼굴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를 볼수록 흡혈귀로 보일 뿐더러, 얼굴에 사랑, 슬픔, 연민 등의 감정에다 수십, 수백년을 산 듯한, 모든 느낌이 스며있습니다.
(저의 경우 영화가 끝날 무렵엔 영화라는 사실을 잊을 지경이었습니다)

왕따계의 제왕 오스칼 역시 마지막까지 어설픈 왕따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두 주연배우의 열연 역시 몰입감을 무한대로 끌어올리는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



2. 그 외의 사실들...

a. 영화는 스웨덴 영화이며, 원작 소설 역시 스웨덴 소설입니다

b. 원작 소설에서는 이엘리의 아버지는 소아 성도착증 환자이며, 이엘리는 100여년전에 거세당한 남자입니다
    (이엘리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슬쩍 묘사되기도 합니다)

c. 병원에서 흡혈귀(버지니아)가 햇빛에 타죽는 장면은 [미녀 드라큘라](1992)의 한 장면과 같습니다

햇빛에 노출되면 타버리는 흡혈귀


d. 이 영화는 2009년 개봉을 목표로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가 진행중입니다
    (휴~ 걱정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