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7 영화 인물열전 : Miss Moneypenny
- 미디어이야기/James Bond 007
- 2008. 4. 21. 11:41
머니페니: 원조는 최신 총, 3대는 구식 총
그리고, 이런 부분을 보완해서 부드러운 위트를 보여주기 위해 추가된 캐릭터가 M의 개인비서인 머니페니입니다.
(이러한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위기일발]입니다)
하지만, ([어나더데이]까지만을 볼 때) M과 더불어 한 편도 빠지지 않고 출연했지만, M과는 달리 -영화의 기조가 블럭버스터 액션 어드벤처로 바뀌는 과정에서- 성격이나 본드와의 관계가 많이 변해갔습니다.
초기의 머니페니는 긴장을 늦추는 역할 외에도 (여자를 전혀 믿지 않는) 제임스 본드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여자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인의 느낌을 많이 주는 쪽으로 설정되었지만, 시리즈가 지나면서 이런 부분은 줄어들었습니다.
지금부터 머니페니 열전을 시작합니다.
1. 진정한 원조 머니페니 : 로이스 맥스웰 - 부드러운 카리스마, 본드는 가도 나는 남는다
아잉~ 자기. 뽀뽀는 언제…?
로이스 맥스웰은 첫 007 영화인 [살인번호]를 촬영할 때는 (고정 캐릭터로 결정되었던) 본드의 애인인 실비아 트렌치 역을 맡을 예정이었는데, 애들 보기 민망할 것 같다고 해서 (고정 캐릭터가 아니었던) 머니페니 역을 선택했습니다.
촬영 조건은 하루 100파운드에 옷은 직접 가지고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머니페니의 등장장면은 이틀간 촬영되었기 때문에 단 200파운드를 받은 것이 전부였더랍니다.
그런데, [골드핑거]에서 감독이 바뀌는 과정에서 실비아는 빠지고, 머니페니는 남게 되어, 이후 3명의 제임스 본드와 함께 계속 영화를 촬영했습니다.
결국, 이 역을 고정역으로 만든 것은 그녀 스스로라고 봐도 무방한 것입니다.
고정역으로 바뀐 이후에는 그녀의 매니저가 계약을 하면서 단서조항을 하나 달았습니다.
촬영에 사용된 복장은 맥스웰이 가져가는 것으로 말이죠.
그래서,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 입었던 세관직원 정복은 그녀가 가져갔습니다.
이 장면을 찍고나면 개인 자산이라우. 호호호.
초기에 본드와 머니페니의 관계는 (저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가벼운 연인관계였습니다.
이러한 둘의 애정을 간접적으로 눈치챌 수 있는 또 하나의 장면이 아래의 [여왕폐하의 007]에서 결혼식 장면입니다.
결혼식에만 오면 운다는 머니페니.
이 장면에서 왜 우냐는 M의 질문에 "결혼식에만 오면 울어요"라는 속 보이는 답을 하는데, 초기의 설정으로 보아 둘의 가벼운 연인관계가 이 때까지는 지속되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이 관계는 로저 무어 경의 첫 작품인 [죽느냐사느냐]에서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본드가 집에서 딴 여자랑 밤을 보낸 것을 머니페니가 목격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이후 가벼운 연인 관계는 전혀 보이지 않고, 중년의 가까운 사이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사실, 주연배우가 늙어감에 따른 부작용일 뿐입니다. ㅠ.ㅠ)
뒤에 [옥토퍼시]에서는 머니페니의 비서 (즉, M의 비서의 비서)가 잠시 등장하는데, 마치 Q가 후임자에게 인계하듯이 인계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다음 작품인 [뷰투어킬]에서 비서는 안 나오고 머니페니만 나오는 것을 보면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M의 비서의 비서인 페넬로페 스몰본에게 추파를 던지는 할아버지 본드
그녀는 무어의 마지막 작품인 [뷰투어킬]까지 출연하고 무어와 함께 본드 영화에서 은퇴합니다.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맥스웰과 무어는 동갑(1927년생)이며 영국 왕립 연극 학원(The Royal Academy of Dramatic Art)에서 만난 오랜(1944년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친구라는 점입니다.
Lois Maxwell 타계에서 적었듯이 맥스웰은 2007년 9월 29일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무어는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It's rather a shock."이라고 얘기했는데, 그들의 오랜 친분을 생각해보면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63년간을 알고 지냈으며, 이 중 12년간은 제임스 본드와 머니페니의 관계로 지냈으니까요.
무어는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It's rather a shock."이라고 얘기했는데, 그들의 오랜 친분을 생각해보면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63년간을 알고 지냈으며, 이 중 12년간은 제임스 본드와 머니페니의 관계로 지냈으니까요.
2. 2대 머니페니 : 캐롤라인 블리스 - 달튼과 함께 왔다가 달튼과 함께 간 머니페니
우리 집에서 배니 매닐로 컬렉션이나…?
무어와 맥스웰이 동시에 은퇴하면서 [리빙데이라이트]에서는 새로운 본드와 새로운 머니페니가 함께 왔습니다.
여기서 제작진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바로 본드와 머니페니의 관계도 재부팅하는 것이었습니다.
(초기 션 코너리 경시절의 007영화들을 보면 둘의 관계는 가벼운 연인 관계에서 시작했었는데, 이 관계로 돌아가자는 시도를 한 것이죠)
그래서 그런지 캐롤라인 블리스의 인상은 로이스 맥스웰을 연상시키는 데가 있습니다.
게다가, 처음 얼굴을 마주치는 장면에서 머니페니는 아예 집에 같이 가자며 본드에게 추파를 던집니다.
Moneypenny: Any time you want to drop by and listen to my Barry Manilow collection...
(우리 집에서 배리 매닐로 컬력션이나 함께 듣는 것은…)
이러한 둘의 관계에 대한 시도는 다음 작품이자 둘의 마지막 작품인 [살인면허]에서도 계속됩니다.
Q 부서로 전화 돌려주세요~ ㅠ.ㅠ
M이 시킨 타이핑은 오자 투성이며, 사라진 본드의 행처를 M의 허락도 없이 조사하고, 이를 M이 질책하자 "Yes, Sir."라고 대답한 뒤에 Q에게 전화를 겁니다. 울면서요…
결론적으로 이러한 시도는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달튼의 성공/실패 여부를 떠나서 이미 본드와 머니페니의 관계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형성되었는데, 이것을 한방에 리부팅해버려 시리즈의 연속성을 파괴하고, 팬들에게는 어색함을 안겨버렸습니다.
오히려 꿋꿋하게 M의 지시를 수행하면서, M은 본드의 행처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하고, 이 때 이미 해놨다는 답을 하는 것이 훨씬 맥스웰의 머니페니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결국, 제작진의 무리한 리부팅과 달튼의 하차에 힘입어(?) 블리스의 머니페니는 2편으로 끝나고 맙니다.
3. 3대 머니페니 : 사만다 본드 - 여권신장 분위기에 맞춰 현대화된 머니페니
당신 지금 추파 던지는 거지? 성폭력으로 고소할 수도 있삼. / 헉 -.-;;
제작진이 블리스의 머니페니의 실패를 통해 맥스웰의 머니페니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면서 새롭게 기용된 배우는 사만다 본드입니다. (네, 성(姓)이 아예 본드입니다)
여권신장이라는 분위기에 맞춰 M이 여성으로 바뀐 것과 동시에 머니페니의 성격도 변해버렸습니다.
James Bond: What would I ever do without you? (당신이 없으면 어쩌지?)
Moneypenny: As far as I can remember, James, you've never had me. (내가 기억하기론 날 가진 적도 없는데요)
Moneypenny: You know, this sort of behavior could qualify as sexual harassment. (이런 언행은 성폭력이 될 수도 있어요)
맥스웰의 머니페니의 오라를 풍길 수 없다면 아예 이렇게 바꾸는 것도 괜찮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맥스웰의 클래식한 머니페니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맥스웰의 스타일이야말로 긴장된 전체 분위기에 가장 긍정적인 여유를 풍길 수 있는 스타일이거든요.
(하긴, 브로스넌의 007은 그다지 긴장된 분위기를 풍기지는 않았죠)
사만다 본드의 머니페니와 본드의 관계는 긍정적인 여유의 관계라기 보다는 또 하나의 긴장의 축에 가깝습니다.
MI6 내부에서 본드의 비리(?)를 알면서 본드를 갈구기만 하죠.
([언리미티드]에서 어깨 부상에도 불구하고 임무에 참가하려는 본드의 노력(?)에 대한 머니페니의 태도는 맥스웰 시절의 여유와 비교해보면 천박해보였습니다)
이러한 일그러진 긴장의 축이 결정적으로 일그러지다 못해 꺾여버린 것이 [어나더데이]의 엔딩장면 부근의 본드와 머니페니의 러브신입니다.
이건 뭐냐! 왜 본드랑 머니페니가 이런 짓을 하고 있단 말이냐!!!
아무리 시뮬레이션 내부의 장면이지만, 이 시뮬레이션을 동작시킨 사람이 머니페니 본인인 것을 보면 이 장면의 머니페니의 내면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드의 태도에 대해 시니컬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녀가 갑자기 도발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쩌면 1999년 [카지노 로얄]의 판권이 손에 들어오면서 차기작으로 [카지노 로얄]이 결정되었을 때 제작진은 머니페니에 대한 커다란 변화(재부팅 또는 삭제)도 함께 구상했고, 마지막 팬서비스로 도발적인 러브신을 넣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추측일 뿐입니다.
어쨌든 머니페니는 [카지노 로얄]에서 Q와 함께 빠져버렸고, 차기작인 [퀀텀]에서도 둘 다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는 시간이 더 지나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이스 맥스웰의 오라가 느껴지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멋진 머니페니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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