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 대한 가벼운 추억담

로저 무어 경이 2번째로 출연한 007영화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어두운 원작을 완전히 무시하고 캠피하게 만든 영화였다.
나는 이 영화를 고딩 때 비디오로 처음 봤는데, 마지막 듀얼을 제외한 어떤 장면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갑자기 이 영화에 대한 가벼운 추억들이 생각나서 포스팅.


1. 황금총에 대한 충격

원작을 무시하고 대본을 다시 쓰는 과정에서 황금총은 황금 리볼버에서 007의 비밀무기와 비슷하게 변형되었다.
처음 봤을 때 난 원작은 황금 리볼버는 모르던 시절이지만, 그래도 스카라망가의 황금총은 황당한 충격이었다.

아무리 펜이 굵어도 총알이 펜보다 가늘다니! 이건 너무하잖아!



2. 쌈박질 여학생

이 영화는 [용쟁호투]가 개봉하고, 히어로 이소룡이 사망한 다음 해인 1974년에 개봉되었다.
그래서인지, 영화 전체적으로 [용쟁호투]를 벤치마킹(이라고 쓰고 따라하기라 읽음)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 중 가라데 도장 사범 딸 자매(뭐가 이리 길어?)는 여러모로 [용쟁호투]에 등장한 리의 여동생을 연상시켰다.
험악하면서도 굳은 결의가 보이는 인상부터…

이 남자분이 최초로 007 영화에 출연한 한국인 오순택



3. 하늘을 나는 자동차

007은 변변찮은 비밀병기 하나 없이 고군분투하는데, 스카라망가는 황금총 외에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굴린다.
그런데, 딱 봐도 어이 없는 수준. OTL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후에 김삼 화백의 <소년 007>이란 만화에서 이 자동차가 다시 등장했대나 어쨌대나…



4. 주제곡 테이프 녹음

이 영화를 처음 봤던 시절엔 007 영화 OST 모음집 같은 것도 없고,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다.
영화 주제곡을 테이프(그렇다! 테이프다!)에 복사해서 듣고싶었던 나는 카세트로 녹음해서 들으려 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총소리와 함께 주제곡이 나온다.
깔끔하게 주제곡만 듣고 싶었던 나는 더블데크를 이용해서 여러번 복사한 끝에 어렵게 녹음을 해내고야 말았다.

물론, 지금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냥 통째로 파일로 뜬 뒤에 골드 웨이브나 어도비 오디션 같은 걸로 읽어서 자를 것 자르면 간단히 해결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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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소리를 마침내 분리해내고야 말았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