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찾은 모교들

문득 바람이 들어 모교들을 찾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 교정은 어떻게 변했을까, 운동장 옆에 있던 아름드리 나무는 그대로 있을까, 담치기하며 불량식품 사러 가던 가판대 가게는 있을까 하는 등의 잡생각을 하면서 휴일에 학교를 갔더랍니다.





1. 초등학교

졸업한지 20년도 넘었지만, 교문은 옛날과 달라진 것이 없더군요.
앞에 보이는 수돗가는 새로 생긴 것이지만, 나머지는 옛날 그대로였습니다. 방가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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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것이 거의 없어 너무나 반가운 교문

교문을 딱 들어서니 흙 운동장은 간데 없고, 인조잔디 구장클레이 트랙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어떤 돈으로 이런 환경을 구축했을까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보기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나무 밑둥을 잘라내서 자리로 만들어버린 것은 보기 상당히 나빴습니다.

아름드리 나무를 잘라내버린 것은 도대체 누구의 아이디어란 말이냐!

운동장을 지나가는데 문득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나무 주변에 인조잔디를 심어(?)놓은 것이었습니다.
뭐 하자는 플레이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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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무 주변에 풀을 없애버리고 인조잔디를…?

운동장을 지나가서 백엽상과 동물원(?)이 있는 후문 쪽으로 갔습니다.
안타깝게도 코끼리와 호랑이 모형은 처참할 정도로 낡아있더군요.
제가 학교를 다닐 때도 코끼리의 코가 부러져있었는데, 20년이 되도록 복구하지 않았더랍니다.
인조잔디 깔 예산 중에서 조금만 여기에 썼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긴, 여긴 티가 나지 않으니까 돈을 여기다 쓰려고 하지 않겠죠?)

이제 코끼리 코도 슬슬 복구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건물 사이를 돌아다니니 정기 장학지도 푯말이 보였습니다.
교육청 장학사들도 운동장 인조잔디만 보지 말고, 동물원의 부서진 코끼리도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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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지도! 아무 것도 모르는 학생들이 열심히 청소했을 생각을 하니 심히 안습.

분수대가 보였습니다. 네. 20여년 전에도 그 자리에 있던 분수대입니다.
그저 반갑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때 이 분수대 옆에서 책을 더 많이 읽었더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분수나 물레방아는 언제 봐도 멋있습니다

저는 6학년 때 7반이었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주기숙 선생님 ^^;;;)
마지막으로 다녔던 건물을 찍었는데, 2층인가 3층인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70%의 확률로 3층 오른쪽 끝 교실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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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을 받은 교실이 이 사진 안에 있기는 합니다

옛날엔 없었는데, 교실 건물 옆에 어린이용 놀이기구가 설치되었더군요.
예전엔 저 자리에 뭐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아뭏든, 애들이 놀 수 있도록 되어있어서 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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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이 짱이도 가면 좋아할 것 같은 놀이기구

마지막으로 가본 곳은 어릴 때 기어내려가서 불량식품을 사먹던 구멍가게 위치였습니다.
지금은 울타리도 쳐져있고, 구멍가게도 없더군요.
그런데, 구멍가게 자리엔 웬 당일대출?

당일대출 보다는 차라리 구멍가게가 더 낫습니다!!!


초등학교는 예전에 비해 새로워진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건 꼭 고쳐졌으면 하던 부분은 전혀 고쳐지지 않았더군요. 휴~


2. 중학교

역시 학교를 찍을 때는 교문을 먼저 찍어줘야 합니다. ^^;;;
중학교는 사립학교인데, 한 재단에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같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교문 왼쪽에는 고등학교의 명패도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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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르막길을 3년간 걸어서 올라갔더랍니다

올라갔더니 그 날 진해에 있는 교회들(-.-;;;)이 모여서 체육대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용한 교정을 거닐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던 생각이 다소 틀어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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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와보니 그저 작기만 한 중학교

하지만, 저 체육대회 덕분에 건물 출입문 일부가 열려있어 복도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
(원래는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살짝 열어놓은 것이었습니다)

혁신행정실의 압박. 저 멀리서 귀신…은 아니고 무서운 선생님이 몽둥이를 들고 나타날 것 같다는…

복도에 보니 학생들의 작품이 많이 걸려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닐 때에도 걸려있던 작품이 하나 있더군요.
이것도 반갑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 작품 중 한 점은 제가 다닐 때도 걸려있던 놈입니다

거울에 "주제가 있는 공간"이라고 적혀있는데, 오늘의 주제는 "파괴"인가 봅니다.
꺠진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은데, 학생들이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빨리 치웠으면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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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을 받은 지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사진

학교에 매점이 하나 있었는데,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같이 사용하는 매점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곳입니다.
그대로 있나 가봤는데, 그 자리는 식당으로 바뀌었더군요. (ㅠ.ㅠ)
단체 의무급식을 하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 봅니다.

매점은? 매점은? 매점은?

마지막으로 학교건물 정면사진을 한 장 찍고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언제 또 올지 모르겠지만 잘 있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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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I bid you farewell.



3. 고등학교

당근 정문 사진을 한 장 찍어주고 시작했습니다.
학교법인 청송학원이란 명패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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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솟은 청송학원, 진리 찾는 경상 남아~

학교 건물을 찍으니까 뒤에 천주산이 멋있게 보입니다.
(학교 다닐 때는 저 산이 저렇게 멋지게 생겼는지 몰랐더랍니다)
철쭉으로 유명해서 이 되면 철쭉 축제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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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산 의젓한 품에 우리들 안겨자란다~

학교에 청송관이라는 대형 강당이 있었는데, 1층에서 미전(미술 전시회) 등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2층이 강당)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니 식당으로 개조되었더군요.
역시 단체 의무급식을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젠 도시락 싸들고 다닐 필요는 없는 것 같군요.

모 선생님이 축구하다 청송관 앞 농구골대에 슛을 성공(?)시킨 기억이…

2층 앞쪽에 보이는 교실은 제가 3학년 기간은 보낸 곳입니다. (당시 3학년 5반)
전 특차 대학교에 진학한 관계로 친구들 대입 준비할 때 [터미네이터 2]를 극장 가서 보면서 놀았더랍니다.
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얼굴만 비추고 창문으로 친구들이 던져주는 가방을 받아서 집으로 도망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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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때 열심히 도망다녔던 교실 ^^;;;

고등학교 때 빈 속에 커피를 계속 밀어넣다가 위장을 상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자판기는 고장이 났었는데 동전을 넣고 커피를 뽑은 뒤에 거스름돈 레버를 당기면 돈이 다시 나왔습니다.
지금 그 자판기는 간데 없고, 그 자리엔 전화기 한 대만 놓여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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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자판기 대신 놓여있는 전화기가 그렇게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그냥 갈까 하다가 교무실 문을 두드렸는데, 마침 선생님 한 분이 계셨습니다.
허락을 받고 교무실 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예전에 이 곳이 그렇게 크고 무서워보였다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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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다니…

교무실을 가서 들어보니 3학년 진학상황실에 선생님들이 계신다던데, 제가 다닐 때 계셨던 선생님들도 계셨습니다.
(역시 사립학교 교사가 짱입니다. 아무데도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서 평생직장이라니…)

올라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좀 나누다 내려왔습니다.
아무래도 저를 가르친 선생님이라 사진을 찍기는 좀 그렇더군요. (그래서 사진은 없습니다)





괜한 바람이 들어서 학교들을 찾아갔는데, 가보니 잘 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떠난지 짧게는 15년, 길게는 20년이 넘은 학교는 교정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많은 추억이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