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1. 처음 다뤄본 컴퓨터 SPC-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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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다뤄본 컴퓨터는 삼성반도체통신(현재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개발한 SPC-1100이었습니다.

SPC-1000A, SPC-1100 등 똑같은 모델에 용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명칭이 부여되어 있었습니다.
1000A오디오 볼륨 확인 기능 장착, 1100교육용일 겁니다, 아마도.

처음 컴퓨터 학원이라는 곳을 가서 만난 컴퓨터가 그것이었죠.

Z-80이라는,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CPU를 사용했던 컴퓨터였습니다.
(이후 FC-30, MSX1, MSX2까지 Z-80과의 인연을 오래동안 지속했습니다)
처음 켜면 Hu-Basic이라는 글자가 떴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 Hudson 사에서 개발한 Hudson-Basic의 약자였더군요.

제가 다녔던 컴퓨터 학원에서는 월-금요일까지는 정규 수업을 하고, 토요일은 게임을 했습니다.
(당시엔 주 5일 근무라는 개념은 안드로메다 3.14배 거리에 있던 시절이라, 토요일도 당연히 학원을 갔습니다)
이 때 주로 하던 게임이 구니스와 팩맨이었습니다. 두 게임 모두 단순한 흑백 게임이었지만,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한글을 입력하기 위해서는 테이프를 하나 집어넣고 한글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로드해서 사용했습니다.

질풍 17주 님의 블로그에 달린 bigmouse님의 댓글을 보니, 64KB의 메모리에 32KB는 베이직이 사용하고, 8KB는 비디오가 사용해서 24KB의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24KB = 24576 Bytes… 요즘이면 malloc/new도 귀찮아서 배열로 선언할 크기입니다

여기에 저 한글 프로그램까지 집어넣으면 사용할 공간이 10KB 단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주객전도의 대표적 사례죠. 한글이 환경이 되지 않고 응용 프로그램으로 자리잡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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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D같은 사치품을 광고하다니…

당시 유행하던 것중 하나는 테이프의 복사였습니다.
BASIC 프로그램은 컴퓨터로 읽어들여서 다시 저장하는 방식으로 복사가 가능했는데, 한글이나 게임과 같이 읽어들이면 바로 실행되어버리는 프로그램은 복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내공이 더블데크 오디오 무공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더블데크는 2배속 고속 복사기능을 장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꽤 빠르게 복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동네 음반 가게에서 테이프 하나 500원에 사고 오디오 있는 친구집 한번 갔다 오면 게임 끝이었죠.

광고에는 위의 사진과 같이 플로피 드라이브를 함께 광고했지만, 실제로 드라이브의 가격이 컴퓨터의 가격을 상회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살 수는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학원에서는 이런 사치품을 구비할 필요도 없었고요.
SPC-1000 : 495,000원, 싱글 FDD 드라이브 : 450,000원, 더블 FDD 드라이브 : 600,000원, 뷁


SPC-1000A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정보는 질풍 17주 님의 블로그를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utena님의 블로그도 있습니다.

좀 더 기술적인 자료는 OLD-COMPUTERS.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p.s. SPC-1000 에뮬레이터도 개발되어 있다고 합니다.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아시는 분은 답글 부탁드립니다.

utena님의 댓글을 통해 네이버 카페 8bit computer/MSX아이큐/금성패미콤/SPC-1000/1500/Apple역사에서 SPC-1000 에뮬레이터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훌륭하게 동작하는군요. 좋은 정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