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2세>에 대한 여러가지 단상들

난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걸작 만화 <바벨 2세>를 새소년 코믹스 출간 버전으로 접했다.
물론 작가는 김동명 이라고 알고 있었고...

당시엔 워낙에 저작권이란 개념 따윈 개나 줘버리는 대한민국에(지금이라고 그리 다르진 않지만), 한국 도서잡지 주간신문 윤리위원회란 곳이 정권의 개새퀴를 해대던 시절이라(이것 역시 지금이라도 그리 다르지 않군) 이것이 일본 만화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다! <바벨 2세>는 일본 만화다!


우선 <바벨 2세>에 대해 생각나는 단상들...

  1. 어릴 때 성당을 다녔지만, 내가 바벨탑의 존재를 기억하게 된 것은 <바벨 2세>를 통해서였음

  2. 만화는 총 4부작으로 되어있으며, 각 부는 매번 요미가 부활하는 것으로 다시 시작했음

  3. 4부는 우리나라에 굉장히 늦게 소개되었기 때문에, 어릴때는 "관" PH304에 실려가는 것만 알고 있었음

  4. 내 머리에 각인된 <새소년 코믹스> 버전은 총 3부 8권으로 되어있었으며, 주인공의 이름은 김인호였음

  5. 바벨 2세의 옷은 체크무니인데, 어떤 각도로 그림을 그리든 체크무늬는 같은 방향이었음.
    아마도 체크무니를 일일이 손으로 그린 게 아니라 무늬 용지를 붙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함.

  6. 난 넥타이 매는 방법을 국딩 2학년때 아버지께 졸라서 졸라서 배웠음.
    바벨 2세가 입은 요미 부하들의 유니폼 때문이었는데, 자켓을 벗은 뒤 휘날리는 해골 넥타이가 넘 쩔었음
    (그러고보니 중학생이 이미 넥타이를 맬 줄 알았구나. 대단대단)

  7. 바벨 2세의 초능력은 대략 8가지 정도였음
    : 엄청난 체력 및 회복력, 텔레파시, 최면술, 변신술, 화염방사, 염력, 에너지 충격파, 에너지 흡수능력
    (청력, 투시력, 손아귀 힘, 점프력 등은 체력으로 통일, 요미는 이 중 에너지 흡수능력 미보유)

  8. 바벨 1세는 바벨 2세에게 지구를 지켜달라거나 정의를 실현하라고 한 적이 없음.
    뭘 하든 니 마음이고, 난 물려주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했음.

  9. 요미는 굉장히 인간적인 악당이었음.
    3부에서 바벨 2세는 부하들을 수장시키려고 하면서 요미의 신경을 분산시켰고, 요미는 구출하기 위해 노력

  10. 새소년 코믹스 버전에서 음주운전자의 "기분 한 번 주우타"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음

  11. 그 버전에서 바벨 2세가 로프로스에게 폭탄을 받는 장면에서의 대사는 "로스로프"였음. ㅎㅎ

  12. 세 부하들의 에너지원이 무엇일까 굉장히 궁금했었음.
    게다가, 포세이돈은 미사일을 발사하는데, 어디서 이걸 보충하는 것일까도...
    (이 생각은 로뎀의 컨셉을 상당수 차용한 [터미네이터2]의 T-1000에서도 계속됨. 에너지원은 뭘까?)


한편으로, 얼마 뒤 김형배 화백이 <바벨 3세>를 그렸기 때문에 이 만화가 우리나라 만화라는 것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
(난 당시 국딩이었다!)
이 만화는 여러모로 의심이 가는 면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당시에 유명했던 김형배 화백이 그린 것이라 적어도 외국 만화를 몰래 들여와서 이름을 바꿨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콜파와의 다찌를 그린 <바벨 3세>


<바벨 3세>에 대한 단상들...

  1. 바벨 1세는 정의를 지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바벨 "가문"이 "절대악" 담무스 "가문"과 싸운다는 개념이 도입됨

  2. 이번에도 주인공의 이름은 인호임. 이건 뭥미? 작명학에 입각한 운명론?

  3. 사고를 당해 혈액형이 바뀌었다는 황당 설정도 웃겼고, 바벨탑이 바벨 2세의 초능력을 제거한 것도 웃겼음.
    바벨탑은 주인 후보였던 요미의 기억을 지웠을 뿐 능력을 없애지 못했음.
    (이건 어릴 때부터 이상하다고 여겼을 정도로 허술한 부분임)

  4. 총 3권으로 되어있었는데, 2권을 구하는 것이 젤 어려웠음.
    그래서 2권 초반부의 인디언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각인되어있음

  5. 악당의 이름은 콜파임. 솔까말, 어떠한 포스도 느껴지지 않는 촌스런 네이밍 센스

  6. <바벨 2세>의 작화를 그대로 베낀 부분이 굉장히 많아 실망스러웠음.
    특히, 병원에서 회복한 뒤 콜파의 부하들과 싸우는 부분은 어이 상실.
    원작에선 마당 돌멩이로 잘 싸웠는데, 굳이 수집해놓은 (그래서 아마도 비쌀) 동전들을 빌려서 싸우는 개념은 뭥미?

  7. 마지막 장면에서 바벨 3세는 초능력으로 람세스 2세의 석상을 움직여 손에 든 지팡이로 콜파를 아작냄.
    그런데, 이 람세스 2세의 석상은 루브르 박물관에 있으며, 아래와 같이 생겼음.
    지팡이도 들고 있지 않으며, 전혀 만화와는 다른 모습임... 헐...

    (다시 한번 써먹는) 나의 람세스는 이렇지 않다능!!!


  8. 콜파를 아작낸 뒤 로뎀을 보내고 자신은 무너지는 피라밋에 남는데, 이 때의 대사가 어이 상실.
    더 이상의 바벨 4세는 없기를 바란다는 독백을 함.
    원작자 미쓰테루는 바벨 3세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표절 작가가 기본적인 양심도 없는 대사를 쓴 것임.

  9. <바벨 2세> 4부에서 로프로스는 핵미사일(수폭 미사일?)을 맞고 파괴되는데, 여기선 멀쩡히 등장.
    표절을 하려면 원작에 대해 연구는 좀 한 뒤에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세월이 흐른 뒤에 <내 이름은 101>이라는 만화를 접하게 되었다.
무려 <바벨 2세> 정식 속편이란 타이틀을 걸고 출시가 된 것이다.
이 무렵 여러가지 정보를 접하면서 이 만화가 원래 일본 만화였으며, 김동명이란 사람은 유령작가란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때 알게 된 또 한 명의 유령작가는 바로 <권법소년 한주먹>의 전성기... ㄷㄷㄷ)

제대로 해석하면 <그 이름은 One-Zero-One>


<내 이름은 101>에 대한 단상들...

  1. 작품의 제목은 <その名は101>으로 직역하면 <그의 이름은 101> 또는 <그 이름은 101>이 맞으나,
    우리나라엔 <내 이름은 101>로 소개되었음.

  2. 제목의 101에 조그맣게 ワン ゼロ ワン(원 제로 원)이라고 주석이 달린 것을 보면 <그 이름은 원-제로-원>이 원작자의 뜻에 맞는 번역 제목이 아닐까 함

  3. 핵실험장 지하에 세 부하가 감금되어 조금만 움직이면 폭발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바벨 2세> 4부에서 로프로스가 파괴된 것과 대치됨.
    즉, 이 작품은 <바벨 2세>의 정식 속편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음. 아마도 평행 우주?
    (어릴 땐 핵이 터진다고 부하들이 파괴될까 했는데, <바벨 2세> 4부에서 파괴된 것을 보면 무사하진 않을 듯)

  4. 전작에 없던 그의 능력(?)이 하나 나오는데, 죽어가는 사람에게 피를 조금 수혈하면 부활하는 능력임.
    (치료하면 마나가 줄어드는 메딕도 아니고 원...)

  5. 그의 피를 많이 받으면 초능력자가 됨. 그런데 에너지 흡수 능력은 없음.
    (바벨의 피를 받으면 요미가 되는 듯. 헐~)

  6. 요미가 등장하는데, PH304에서 꺼낸 것으로 나옴. 이 부분 역시 <바벨 2세> 4부와 맞지 않음.

  7. 요미와 총질하며 싸워대는 마지막 장면은 충격이었음. 초능력 대결이 아닌 총싸움이라니!
    이건 순수 표절작 <바벨 3세>에서도 안 한 짓이었음!!!

  8. 핵탄두를 훔쳐내어 정부를 협박해서 돈을 뜯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이건 [007 썬더볼]의 표절임.
    아무리 소재가 없어도 너무너무 유명한 영화를 표절한 건 웃김.


덧. <황금날개 1,2,3> 역시 표절의 모티브로 <바벨 2세>를 사용한 흔적이 여럿 보인다.
바벨탑이 본거지인 초능력 주인공, 그 주인공과 대화가 가능한 충직한 검은 개, 거대 로봇과의 팀플 등등...

그런데, 황금날개 2호가 로뎀처럼 변신이 가능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혹시 이거 기억하시는 분 계신가요?

http://www.wooroemae.com Art By lenno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