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시리즈의 성공적인 부활

전설과도 같았던 [터미네이터](1984), [터미네이터2](1991)의 명성에 대충 기대어 어설픈 구조로 만든 팬픽인 [터미네이터3](2003)로 인해 이 시리즈는 나락으로 빠져버리고 만다.

더 이상의 시리즈는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때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로 죽은 시리즈 부활 전문배우로 인정받은 크리스찬 베일과 캠피한 영화 [미녀삼총사]를 감독한 맥지가 만나 시리즈의 4편에 해당하는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원제는 [터미네이터 구원])을 찍었다.

과연 이 영화는 베일의 분위기에 맞는 진지하고 심각한 영화가 되었을까?
아니면 맥지 감독의 예전 모습과 어울리던 캠피한 코미디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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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족스러운 캐스팅  

크리스찬 베일은 [배트맨 비긴즈]에서 보여줬던 진지하게 고뇌하는 영웅의 모습을 이번에도 훌륭하게 보여준다.
[T3]에서 잠시 등장했던 몽키 소년과 달리 그는 진지하고, 결단력이 있으면서도 인간미가 있는 존 코너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카일 리스로 분한 안톤 옐친 역시 어린 카일 리스의 모습을 몰입감 있게 보여준다.
(여담이지만 [스타트렉]에서 러시아 사투리를 써대던 모습이 생각나서 웃음이 약간 나긴 했음)

게다가, 마커스 라이트 역을 맡은 샘 워딩턴은 상당히 안정적인 연기로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키워준다.



    제대로된 스릴러 코드의 귀환
 

드디어 스릴 넘치는 화면이 돌아왔습니다!
초반 1시간~1시간 30분 정도는 어둡고 으시시한 분위기와 무시무시한 기계들이 염통을 쫄깃쫄깃하게 죄어준다.

밤이 배경으로 하는 화면이 많아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낮 화면이라고 여유가 있느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부분은 특히, [T1]을 더욱 생각나게 한다)



    전작들에 대한 오마주
 

[T3]의 충격과 공포 중 하나는 [T1], [T2]의 대사를 패러디하면서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렸단 점이다.
주지사님이 별모양 선글라스를 쓰거나, 손을 내밀고 "Talk to the hand!" 하는 장면은 정말 무섭(?)더라...

이런 허접함은 벗어던지고, 충실한 오마주로 돌아왔다.
게다가 <You Could Be Mine>도 들려줍니다. ([T2]에서 존 코너가 양부모에게 틱틱거리고 떠날 때 들리는 음악이다)

일부 장면들은 오마주를 넘어서, 터미네이터의 기본 동작방식이란 느낌도 들었다.
영화에 몰입할 수록 즐거운 장면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기계들에 대한 설득력 있는 묘사
 

이 영화의 트레일러를 보고 [트랜스포머]와 비교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었다.
(물론, 마이클 베이가 그런 뉘앙스의 얘기를 한 것이 시작이다)
하지만, 기계들은 [트랜스포머]의 그것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트랜스포머] 쪽이 밝은 색상과 빛을 이용해서 화려하게 그렸다면, [터미네이터]의 기계들은 굉장히 음울한 느낌을 준다.

이런 방향성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서 기계가 등장할 때마다 섬찟함을 느끼게 한다.



    1% 부족한 마무리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는 엔딩 장면이 스포일링되면서 잠시 소란을 겪었다.
그러면서, 그 부분이 약간 수정되었는데, 이 수정은 전체적인 균형을 약화시켰다.

또한, "그분"이 나오시는 장면에서 CG의 티가 많이 나는 편이다.
처음엔 전체가 CG라고 생각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사람의 몸에 얼굴만 CG로 덧붙인 것이더라.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CG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T1], [T2]와 비교할만한 넘사벽 수준의 영화는 아니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볼만한 잘 만든 영화이다.
적어도 [T3] 따위와 비교될 수준의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의 개봉이 드디어 다음주로 다가왔다. 즐거운 감상들 하시기 바란다!


덧. 이 영화의 음악은 [배트맨], [맨인블랙] 등으로 유명한 대니 엘프만이 맡았다.
상당히 변주되긴 했지만, 브래드 피델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만족스러운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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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2일 20:00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