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007 영화의 감독을 맡아줬으면 싶은 감독들

[로드 투 퍼디션]의 샘 멘데스

MGM의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 차기 007 영화의 제작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덕분에 차기 007 영화에 대한 어떠한 예측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공식적인 차기 감독으로 샘 멘데스가 선정되긴 했지만, 이후 제작이 지연되었으니…

시간을 조금 앞으로 돌려보자.
마틴 캠벨 감독은 [카지노 로얄]을 감독하면서 다른 감독들이 못하던 것을 했다.
다름 아닌 원작 소설의 코드를 제대로 살리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에 커다란 입체감이 부여되었다.
(아쉽게도 다음 작품인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대부분 제거되었음)

007 영화의 감독을 맡아 원작의 코드와 캐릭터의 입체성을 살려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감독들을 정리해봤다.



시리즈 부활의 일등공신

1. 마틴 캠벨

마틴 캠벨은 [골든아이]와 [카지노 로열] 두 편의 007 영화를 감독했다.
이 두 편을 감독하면서 007의 코드를 제대로 살려 시대에 부합하면서도 원작 소설의 코드를 잘 살린, 그래서 죽어가는 시리즈에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 작품을 만들었다.

즉, 원작의 코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영상으로 보여준 감독이다.

특히, [카지노 로열]에서 보여준 오프닝 달리기(!) 씬과 기차에서 베스퍼와의 대화(말싸움?) 씬은 그가 얼마나 원작의 코드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두 장면 모두 원작 소설엔 등장하지 않는 장면들이지만, 원작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제임스 본드 비긴즈인 [카지노 로열]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었다.
(우리나라에선 기차 씬은 지루하게 왜 들어있는지 모르겠다는 평가도 많았음)



2. J.J. 에이브람스

007에서도 떡밥을 한번…



[로스트]를 통해 진정한 떡밥의 제왕으로 떠오르신 쌍제이 님.
하지만, 이상하게도 잘 언급되지 않는 그의 능력은 시리즈 부활 능력이다.

일단 [미션 임파서블 3]를 보자.

전작 두 편은 비록 흥행은 성공했으나, 원작 TV 시리즈의 코드를 하나도 살리지 못한, 그야말로 이름만 빌려온 영화였다.

팀플레이를 통해 악당들을 깔끔하게 제거했던 시리즈를 다 갈아엎어, 진정한 주인공인 짐 펠프스가 배신하고, 원맨쇼로 문제를 해결하게 만든 1편이나, 아예 오우삼 감독에게 맡겨 홍콩 총질 영화가 되어버린 2편과는 달리, 3편은 원작의 팀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로써 [미션 임파서블]은 시리즈물로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되었다.

이후 그는 이 능력을 [스타트렉]에서 다시 한 번 보여준다.
프리퀄이자 시퀄이 되는 작품을 보여줌으로써 시리즈 정통성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리즈로서의 생명력을 부여했다.



3. 크리스토퍼 놀란

[배3] 끝낸 뒤에 어케 안될까요?



원작의 이해 및 재해석 능력에 있어 극강의 수준을 보여주시는 놀란님.
이미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에서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높은 경지를 보여주셨다.
그 두 편에서 그가 얼마나 원작 만화의 코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재해석했는가에 대해선 더 쓸 말이 없다.

모 네티즌님 표현으론 영화계의 허준이시라고…

사실, 007 영화는 제작과정에서 EON 프로덕션에서 감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종종 영화가 막장으로 빠지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하지만, 놀란이라면 그런 태클따위엔 전혀 흔들리지 않고 그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덧1. 얼마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007 영화를 맡고싶단 말씀을 하셨다. 제발… (굽신굽신)

덧2. 이 분은 영국 출신이라 제작진(특히 EON 프로덕션)들이 원하는 조건 중 하나를 더 만족한다.


덧1. 판타지 계열 007 시절엔 스티블 스필버그제임스 카메론도 기대했었지만, 이미 그분들의 007 세상은 아닌 듯 싶다.

덧2. 제작진의 차기 007 영화 목표 수익은 6억불이다. (현재까지 최고는 [카지노 로열]의 5.9억불)
그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게 걸맞는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제작진의 어설픈 간섭은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