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짧은 여행

프라하...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특히 나에겐 제임스 본드가 007로 승격된 곳이다.
([카지노 로얄]에서 본드는 드라이든과 연락책을 사살하고 007로 승격)

쓸데 없는 소린 집어치우고... 드레스덴에서 멋진 성을 보고서 그 느낌을 간직한 채로 프라하를 향했다.
프라하에 도착했을 땐 밤 10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원래 계획은 드레스덴과 프라하 모두 체력이 바닥날 때까지 다 걸어다니며 관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프라하에 와보니 뭘 어떻게 봐야할 지도 모르겠는데다 체력도 많이 저하. OTL

다행히 민박집 사장님과 사전에 시간 약속이 되어 있어 트램을 타고 무사히 야간 관광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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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저씨들이 트램 시간표를 이렇게 바꾸면 야간 노선으로 변신하는 거다. 등짝은 민박집 사장님.


체코는 원래 유명한 제품들이 굉장히 많은 곳인데 그 중 하나가 인형이다.
(그 외에도 유럽에서 최초로 맥주를 만든 나라가 체코다)

인형극을 할 수 있는 멋진 인형들이 그득하다. (그런다고 내가 인형극을 할 수 있단 얘긴 결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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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티를 입고 프라하에서...


드레스덴도 괜찮았지만, 프라하에 와보니 이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시가지 전체가 옛것물로 뒤덮여있다. 아예 최신 건물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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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말로, 카메라만 갖다대면 이런 사진이 나오는 곳이다.


프라하의 건물들이 책에 실리려면 일단 600-700년 정도는 되어줘야 된다.
한 300년 짜리 새건물은 자격이 없다. 100년 단위는 아예 최신건물이다. 여기선 대략 엊그제 지은 건물과 동급이다.
(노인정에 가면 60대 초반 할아버지가 그런다는군 "형님들. 조금이라도 젊은 제가 총무일을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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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뒤에 있는 허연 애가 1365년에 지어진 틴 성당임. 644년 되었으니, 책에 나올 때가 되긴 되었음.


트램 타고 구시가로 가서 까를 다리 등 핵심 코스를 보고서 일단 민박집으로 감.
민박집은 이제 갓 103년을 넘긴 최신 건물이다.

오늘은 투숙객이 거의 없어 침대가 5개나 있는 도미토리를 혼자 점거.
아침에 일어나니 아침식사로 밥을 주신다. (그렇다! 밥이다! 김치도 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한국 음식이다. 한동안은 또 못 먹을 것 같아 밥 한 그릇 반을 혼자 해치움.

남자아이가 사장님 부부의 아들 서현이. 체코어 동시 통역 가능하며, 비용은 무려 아이스크림 2개.


옆방에서 주무신 관광객 2분은 하루 더 있다 가실 것이라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지만, 난 이날 밤까지 브레멘으로 돌아가야 되니 지도와 트램 표를 따로 챙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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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면서 찍은 민박집 입구다. 밖에서 여길 알아볼 수 있는 간판 따윈 없다.
하지만, 위치만 대략 알면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게다가, 프라하의 지하철(Metro)은 노선이 딱 3개라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혹한 것. 엉뚱한 트램을 타고 가는 바람에 바츨라프 광장으로 한번에 못 가고 지하철을 다시 타서 30분 이상 낭비. (그러고 보니 이건 현실의 문제가 아니라 IQ의 문제 같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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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헤매지 않았으면 찍힐 수 없는 사진임. OTL


프라하는 관광의 도시다. 아니, 체코 전체가 거대한 관광 국가다.
당연히 모든 공권력은 관광객이 관광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야간에 소매치기? 환전 사기? 그딴 거 없다.
없는 정도가 아니다.
경찰들이 총을 갖고 다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관광객에게 불안감을 주는 행위를 하다가 총을 맞을 수도 있다.
(여기 경찰은 총 4가지 복장을 갖고 있는데, 다들 총이 있으며 시내에서 동시에 몽땅 다 볼 수 있다)

역으로 관광객 입장에선 모르는 게 있으면 덮어놓고 경찰한테 물어보면 다 알아서 해준다.
(게다가 광장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관광객이라 서로서로 물어봐도 아무것도 모름. 다들 지도 한 장씩 놓고 헤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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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차 문짝에 지도를 붙여놓았음. 영어를 할 줄 아시는 예쁜 여경님.


일단 광장에 가면 제일 먼저 봐야 할 것은 이 천문시계(Orloj/오를로이)다.
이 시계를 제작한 장인이 똑같은 걸 또 만들까봐 눈을 멀게 했다는 말도 안 되는 전설도 있다.
(물론 개소리임. 이거 만든 사람은 지존급 시계 장인과 대학 교수였음. 즉, 사회 지도층 인사였으니 그딴짓 할 수 없음)
얜 1410년 작품(에... 그러니까 내년이면 얘도 600살임)이다. 사실 수리는 물론이고 기능이나 디자인의 수정은 계속되어왔다. 하지만, 그런다고 600년이라는 시간의 의미가 퇴색되는 건 아니다.


천문시계에서 둘러보면 눈에 바로 띄는 것이 틴 성당(Chram Matky Bozi pred Tynem).
뭐, 프라하엔 이런 건물이 차고 넘치지만 시험삼아 찍어봤다. 참고로 얘는 1365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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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프라하에선 이딴 건물 따위로 감동하면 안 되는 것이다!


이건 성 미콜라스 성당.
천문시계나 틴 성당이나 미콜라스 성당이나 다 거기가 거기다. 옹기종기.
1278년에 지어졌는데, 화재로 불타 없어진 걸 1755년에 재건축. (그러니까 지금 최신 건물을 보고 있는 거다)

여긴 뭐 별거 없고, 모차르트가 자주 가서 오르간을 연주했던 곳이란다.
모차르트가 죽었을 때 추모미사도 열렸고. 지금도 1787년 모차르트가 연주한 오르간이 남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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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세 건축물 한 가운데 있는 것이 바로 이 얀 후스(Jan Hus)의 동상이다.
15세기의 종교 개혁가라나 뭐라나. 사람들이 쉴 곳은 뭐 이런 곳이다.
나찌가 이 동상에 하켄크로이츠(철십자) 모양을 새겼다는데 못 봤다.

농담처럼 적었지만, 이 사람은 체코에 있어서 정신적 지주 같은 분이다. 국민들에게 독일의 침략에 맞서 싸우도록 독려했으며, 신부로서 가톨릭의 부패에 반대하다 파문당하고 사형당했다. 이후 그의 정신은 체코의 독립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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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Stare Mesto(Old Town)를 떠나 프라하 성이 있는 Mala Strana(Lesser Quarter)로 이동.
중간에 블타바(Vltava)강이 있어 다리를 거너야 한다.
(이 강이 바로 우리가 몰다우, 다뉴브, 엘베 등으로 부르는 그 강임. 워낙 길어 나라마다 다르게 부름)

건너는 다리 중 필견 코스가 바로 카를교(Karluv most).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란다.
카를교로 안 가고 옆에 있는 다리(Manosuv most)로 가서 일단 카를교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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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안 아름답다. ㅡㅡ; 이 다리는 가까이 가서 봐야 제맛이더라.


드레스덴보다 더 멋진 곳이 프라하다. 당연 카메라 들고 대충 누르면 작품사진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런다고 내 사진이 작품사진이란 게 아니라... 조금만 찍을 줄 아는 분이라면 그럴 것이란 뜻이다)
아래 사진들은 그냥 다리 건너면서 대충 찍은 사진들이다.


여기는 성 미콜라스 성당(Chram sv. Mikulase) 성당.
엥? 앞에도 있지 않았나구? 맞다. 같은 이름의 성당이 2개다.
보통 프라하에서 성 미콜라스 성당을 얘기하면 여기(Chram sv. Mikulase na Mala Strana)를 말한다.
일단 규모 자체가 체급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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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성에서 바라본 성 니콜라스 성당. 너무 커서 바로 앞에선 찍을 수도 없더라.


그리고, 오늘의 하일라이트, 프라하의 필견코스 프라하 성(Prazsky hrad).
(또 필견이냐 하겠지만, 솔까말 프라하는 필견의 천국이다. 로마 정도의 체급이라 보면 된다)

나올 때 마침 근위병 교대식을 했다. 관광객들은 더러 웃기도 했지만, 그들에겐 굉장히 진지한 행사더라.
성 안에 있는 성 비투스(St. Vitus) 성당도 굉장히 멋지다. (그래도 한 샷에 찍는 건 불가 OTL)


볼만큼 보고 나서 프라하 성 뒷길 계단으로 내려가다 한 컷.
기차시간을 생각하다보니 이 계단은 뛰어서 올라가고, 뛰어서 내려왔음. 관광지에서 삽질 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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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Town으로 가기 위해 드디어(!) 카를 교를 건넜다.
워낙 사진 찍는 재주가 없어 이 따위 밖에 못 찍었지만, 어쨌거나 다리 전체가 저런 조각품으로 그득하다.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못 찍는 사진 더 허접하게 찍긴 했지만, 그래도 내 실력에 내 카메라(작티)에 이 정도 나왔으면 이건 모두 프라하 덕분인 거다.


이 건물의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이 건물이 세계 최대 규모의 통짜 건물이란다.
(이름은 까먹었음, 내가 길치 중에서도 골리앗-Goliath- 급 길치라 구글어스를 암만 뒤져도 여기가 어딘지 도통 못 찾음)
지금은 내부를 몇 구역으로 나눠서 따로따로 쓴다는데, 옛날엔 교육기관이었단다.
(혹시 걔들 운동장도 건물 안에 지은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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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시간이 프라하 홀쇼비츠 역에서 12:40 출발예정이었다.
그게 드레스덴 14:46 경유, 함부르크 19:46 도착, 열차 환승해서 브레멘 20:41 도착이라는 나름 괜찮은 시간표였다.
(그렇다! 여긴 기차만 8시간 타고 와야 되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차... 깔끔하게 딱 100분 지연되었다. 처음엔 90분이라더니 뭔가 아쉬웠는지 100분으로 변신.
숙소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늦은 기차답게 자리가 없어 난 한시간 정도를 서서 왔고... ㅠ.ㅠ

마지막 샷들. 저거 딱 찍고서 배터리가 다되었다고 징징거리며 사망. 기특하기도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