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로얄(1954)] 간단 감상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초의 제임스 본드는 션 옹이 아니라 고 배리 넬슨 옹이라는 거...



그간 한번쯤 보려고 생각만 하곤 전혀 보지 않던 전설의 1954년작 [카지노 로열]을 드디어 감상.
비록 단편이지만, 1967년작보다 이게 훨 낫다는 생각이 들었음. 1967년작이 워낙에 앞뒤 없는 괴작 코미디였긴 했지만, 제목이라도 그렇게 안 붙였으면 하는 생각이 아직도 들고 있음.

1. 제임스 본드가 도대체 왜 미국 첩보원인 것이얌? 지미 본드... 이게 가당키나 한 호칭이냐!

2. 미국 첩보원 제임스 본드, 영국 요원 클래런스 라이터... OTL.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하려 노력함. 도대체 연인 이름은 웬 발레리 마티스냐고! 르네 마티스를 뺀 대신에 이름을 슬쩍 섞은 것 같은데, 그러려면 베스퍼란 이름이라도 살려두지 그랬냐고!

3. 르쉬프의 이름에 대한 설명은 1954년작에서만 제대로 나옴. 각국어로 숫자라는 별명을 다 갖고 있단 얘기부터 (소설에선 언급되지 않았던) 루시퍼를 연상시키는 르쉬프를 주로 사용한단 얘기까지.
갠적으로 2006년작에서 이 설명이 누락된 것이 좀 아쉬웠는데, 넘 만족스러웠음.

4. 소설을 보면 르쉬프는 도박에 미친 것 외에 마약이나 매춘에도 손을 대어 스멜쉬가 버리려고 한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이건 쏙 빼고 도박만 얘기함. 아마도 TV라는 매체의 한계가 아닐까.

5. 충격의 낭심고문 장면 대신 뻰찌로 발가락을 으깨는 장면이 들어갔음. 나름 완화시킨다고 한 것 같은데, 이거나 저거나 티비에서 보여주기 좋은 장면은 아니어서 고민 많이 했을 듯.

6. 엘리베이터에서 본드가 발레리를 갈구는 장면이 있는데, [카지노 로얄(2006)]의 엘리베이터에서 베스퍼가 본드에게 빈정거리는 장면은 이 장면을 오마주한 것이 이 아닐까 함. "여긴 당신의 자존심이 탈 공간이 없네요!"

7. 소설에도 나오는 자동차 추격장면이 쏙 빠진 것은 좀 아쉬움. 어쩔 수는 없었을 듯. 티비 단편의 한계.

8. 원래 르쉬프를 KGB가 죽이도록 하기 위해 그 난리를 떨었는데, 결국 본드가 르쉬프를 죽이는 설정은 뭔지... 르쉬프의 돈이 그렇게도 탐났던 걸까?

9. 사실, "카지노 로얄"이란 이름이 언급된 영화는 세 편이 아니라 네 편임. 그 죽일 놈의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에서 도박장의 이름이 다름아닌 "카지노 로얄"임. 이 네 편의 시작으로서 손색이 없는 영화임.

10. 라이터와 접선 암호를 확인하는 장면, 도청장치를 피하려 음악을 트는 장면 및 수표로 바꾼 상금을 숨기는 장면 등은 최초의 007 영화답게 멋지구리하게 묘사되어 만족스러움.

11. 비록 2006년작에서 박진감 넘치는 포커씬을 보여주긴 하지만, 역시 [카지노 로얄]은 바카라가 제격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