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예측을 넘어서버린 엄청난 속편들: [터미네이터2]와 [다크 나이트]

1984년, 무명 감독이었던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를 통해 장래가 촉망되는 감독이 된다.
이후 [에어리언2]로 속편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준 그는 마침내 1991년 [터미네이터2]로 자기 작품의 속편을 공개한다.

이 영화에서 전작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충격에 빠져버렸다.
재미는 물론, 내용 면에서나 기술 면에서나 모든 이의 기대치를 넘어서버리는 영화가 나와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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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래픽이 무려 1991년... ㄷㄷㄷ



[배트맨3(1995)], [배트맨4(1997)]로 인해 배트맨 시리즈는 나락 아래의 세상으로 떨어져서 완전히 끝장나버렸다.
그런데, 8년이 지난 2005년 배트맨 시리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의해 [배트맨 비긴즈]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3년 뒤인 2008년, 속편인 [다크 나이트]가 개봉을 앞두고 있을 때, 전작을 만족스럽게 본 팬들은 얘기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배트맨 비긴즈]만큼만 만들어라"

하지만, [다크 나이트]를 본 관객들은 역시 충격에 빠져버렸다.
이번에도 재미는 물론, 내용 면에서 모든 이의 기대치를 넘어서버리는 영화가 나와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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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 그까이꺼 대충~






이 두 속편은 왜 다른 속편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전작들의 코드 중 일부만 지루하게 반복하거나 어설프게 마무리한 작품들이 아니었다.

왜 이 두 작품만은 다른 속편들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되었나 정리해봤다.


1. 세계관의 연결과 발전

[트랜스포머]에서 "미지의 행성" 지구에 처음 왔다고 했지만, [트랜스포머2]에선 원래 지구에 와있었다고 슬쩍 바꿔버렸다.

속편이 제대로 된 속편으로 인정받으려면 (이런 식의 어설픔은 없어야 하고) 일단 세계관이 잘 연결되며 발전되어야 한다.
이 두 편의 영화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계관이 꼼꼼하게 연결되어 있다.

[터미네이터2]의 경우 왜 두 편에서 같은 모델(주지사 모델)이 과거로 왔는가에 대한 설명이 있으며, T-800의 동작 방식, 등장 인물 등이 그대로 연결되고, 1편에서 터미네이터가 경찰서에 들어올 때 마침 밖으로 나가 살아남은 실머맨 박사는 자신이 얘기했던 대로 캐리어를 쌓아 페스카데로 정신병원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다.

사라 코너는 여전사로 변했지만, T-800을 처음 만나는 장면에선 여전히 T-800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터미네이터 구원]에서 존 코너가 T-800을 처음 만나는 장면은 실망이었다)

[다크 나이트] 역시 전작에서 살해된 지방 검사의 후임으로 하비 덴트가 부임한다.
악의 천지였던 고담시는 배트맨의 활약으로 조금씩 정화되어가고, 시민들도 법치와 질서에 대해 고민을 해간다.

한편, 팔코네가 무력화된 이후 범죄집단은 배트맨에 대항하기 위해 통합하여 거대화되어간다.
그리고, 배트맨은 거대화한 조직과 싸우기 위해 더 큰 불법을 저질러간다.



2. 주제 및 시각의 변화

속편을 만들면서 주제나 시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나 [트랜스포머2] 같은 영화에서 갑자기 바뀌기는 힘드니까.

하지만, 주제가 변화되면 다른 느낌을 주고, 영화에는 새로운 생명력이 부여된다.

[터미네이터]의 기본 주제는 미래를 변화시키려는 노력 자체가 미래를 결정시킨다는 결정론이었다.
하지만, [터미네이터2]에서는 운명을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주제를 변화시켰다.
(marlowe님의 답글을 참조했음)

또한, 전작에서 악역이었던, T-800이 존 코너를 지켜려는 구원자로 활약한다.
피해자로 겨우 살아남은 사라 코너는 여전사로 변신해 공권력의 추격을 받는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고담시는 그야말로 악의 소굴이다.
배트맨이 활약하자 식당에서 사람들은 그에게 찬사를 보내기 여념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을 비난하는 장면은 굉장히 아이러니컬했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에서는 팔코네가 무력화되고, 비리경찰들이 구속되면서 시민들도 법치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배트맨 덕분에 세상이 정화되기 시작했지만, 시민들은 법적 잣대로 그를 평가하기 시작한다.
식당에서 브루스 웨인 앞에서 배트맨을 비난하고 하비 덴트를 칭찬한다.



3. 명확한 마무리

[퀀텀 오브 솔러스]나 [트랜스포머2]에 빠진 것 중 하나가 마무리였다.
동료 살해의 누명을 썼는데 그냥 넘어가는 제임스 본드나, 전세계에 트랜스포머라는 종족이 알려지고, CIA 등에게 쫓겼음에도 불구하고 항공모함을 타고 노는 장면들은 사실 불쾌하기까지 했다.

[터미네이터2]는 주제가 변화되면서 운명을 극복하는 것으로 영화를 명확하게 마무리했다.
모든 자료는 파기했고, 개발을 주도했던 마일스 다이슨은 사망했다.
([터미네이터2]의 속편들에서 어떻게 이 개발이 재개되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한 것은 근본적인 약점이다)
게다가, 화룡점정으로 터미네이터가 스스로를 희생하는 장면이 들어가있어 수많은 관객들의 눈물샘까지 자극했다.

[다크 나이트]는 배트맨이 조커를 만나 그의 약점을 드러내다, 결국 자신이 악당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살바토르 말로니, 라우 및 투페이스는 사망하고, 조커는 체포됨으로서 영화에 등장한 대부분의 악당은 제거된다.
또한, 화룡점정으로 배트맨 스스로가 선택한 길에 대해 고든 청장이 아들에게 설명하는 장면에 이은 THE DARK KNIGHT이라는 제목은 뒷통수에 해머를 맞는 듯한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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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두 시리즈 모두 속편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터미네이터 구원]은 속편 얘기가 불투명한 것 같긴 하지만)

부디 속편을 만들 때 전작에 안주하지 않는 멋진 속편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저 [다크 나이트]를 능가하는 수퍼 히어로 영화를 보고 싶을 뿐이다!

※ 본 포스트에 사용된 모든 스틸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Artisan Entertainment 및 Warner Home Video에 귀속됨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