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의 M… 여자란 건 어색해요.

전작인 [살인면허]의 흥행실패로 인해 몇 년간 좌초 위기에 빠졌던 007 프랜차이즈는 1995 작인 [골든아이]로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주연 배우의 교체, 시대상황의 반영 및 007 클리셰의 은근한 복귀 등을 무기로 삼은 이 영화에서 특히 두드러진 특성 중 하나는 M여자(주디 덴치 여사)로 교체되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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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등장 장면:

올해 (2008년) 개봉 예정인 [퀀텀 오브 솔라스]에도 덴치 여사의 M이 여전히 나올 예정이니 원조 M인 버나드 리의 기록인 17년간 출연을 깰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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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 Rimington

사실, M 역이 여자로 바뀐 이유(또는 배경) 중 하나가 MI5수장이 당시에 여자였다는 것입니다.

[골든아이]가 기획될 때 스텔라 리밍턴이라는 분이 MI5(007이 소속된 MI6가 아닙니다) 최초의 여성 수장(DG / Director-General)을 맡고 있었는데, 여기서 모티브를 따와서 여성 M을 등장시키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덴치의 M의 패션은 짧은 헤어 스타일, 간결한 귀걸이 등 여러모로 스텔라 리밍턴을 닮았습니다.

참고로, 이 스텔라 리밍턴 여사(정식으로 Dame 작위를 받았습니다)께서는 은퇴 이후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스파이 소설을 3권이나 집필하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전직 국정원장들이 뭐 하고 살고들 있죠? 낙하산?)

그런데, 007 영화의 세상에서는 MI6의 국장은 (남자였음은 물론) 해군 2성 제독(소장)이었습니다. 버나드 리 부터 로버트 브라운 까지 정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에선 언제나 소장 계급장을 달고 나왔더랍니다.


문제는 실제로 영국 해군에서 여성에게 수여한 최고 계급은 준장(1성 제독)이었다는 것입니다. (BBC 뉴스 기사 보기)
그것도 무려 2004년에 와서야 여성 최초로 캐롤린 스테이트 대령이 준장으로 진급한 것이 유일한 경우입니다.

물론, 영화 속의 세상과 실제 세상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22편의 영화가 46년동안 나왔다면 전체적인 일관성이나 실제 세상과의 적절한 연결은 유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유지되지 못하니까 보기 어색합니다.

007 영화는 편당 평균 5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5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대작 시리즈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