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뷰투어킬: 용두사미가 돼버린 훌륭한 캐릭터

An I knowe'd John Peel and his Ruby too,
Ranter an' Royal an' Belman as true,
Frae the drag to the chase frae then to the view,
Frae the view to the death in the mwornin'.

adapted from D'ye ken John Peel?

http://ss.textcube.com/blog/0/8395/attach/XUKwyfDbn3.mp4


0. 소설 <From A View To A Kill>

이 작품은 [유어 아이즈 온리] 편에서 잠깐 소개한 단편집 <For Your Eyes Only>의 한 작품입니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명확합니다.

소설 <From A View To A Kill>의 줄거리 열기..


왠지 많이 보던 장면이 생각나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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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007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인 오프닝 건 배럴 씬입니다.
킬러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지 알고 있는 본드는 한 손에 이미 을 들고 있고, 자신을 쏘기 전에 먼저 사살합니다.

하지만, 영화 [뷰투어킬]에서 소설로 부터 차용한 내용은 오프닝 건 배럴 씬입니다.
(프랑스를 잠시 배경으로 하긴 하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1. "(From) A View To A Kill"의 뜻은?

괴작 [두번산다]에 이어 [뷰투어킬] 역시 원 제목에 담겨 있던 뜻을 완전히 무시하고 뒤튼 영화입니다.
이 제목은 1800년대초 영국의 유명한 농부이자 사냥꾼인 John Peel을 소재로 한 노래 "D'ye ken John Peel"의 가사에서 따왔습니다.
오래된 노래이다 보니 여러 변형이 있는데, 그 중 아래와 같은 변형에서 따온 것입니다.

Yes, I ken John Peel and his Ruby, too!
Ranter and Ringwood, Bellman so true!
From a find to a check, from a check to a view,
From a view to a kill in the morning.

파란색 부분만 해석하면, "찾을 때부터 확인할 때까지, 확인할 때부터 볼 때까지, 볼 때부터 죽일 때까지" 정도가 됩니다.
제목 부분만 의역하면 "발견해서 사살하기까지" 정도가 될 것이고, 단편 <From A View To A Kill>의 내용을 함축한 제목이 됩니다.

그런데… 영화 [뷰투어킬]에서는 조린이 열기구에서 내려다보며 메이데이와 지껄이는 대사로 변질되어버렸습니다.

Mayday: Oh~ what a view!
Zorin: To a kill.

대략 해석하면 "와~ 경치 죽이네!" / "다 죽을 거야.(또는 살인의 경치야)" 정도가 될까요?
이 무슨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보내버린 제목 센스란 말입니까…
조린이 하려는 것은 살인(kill)이 아니라 학살(genocide)입니다!
게다가, 여자가 "보기 좋다"고 하니까 "다 죽여버릴거야!"라는 대사 센스는 대체 어디서 기어나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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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와~ 경치 죽인다! 男: 그래? 다 죽여버릴게. (이건 도대체 뭥미!)


2. [뷰투어킬]의 장점 : 캐릭터가 살아있고 특수장비를 별로 사용하지 않음

오랜만에 캐릭터가 살아있는 악당들이 돌아왔습니다.
이무렵 007 영화에는 IQ 두 자리의 우등 인종 휴고 드랙스 등, 색깔이 뚜렷하지 않은 3류 악당들이 계속 등장했었습니다.
하지만, [뷰투어킬]에서 악당 2인조는 캐릭터 하나만은 짱짱합니다.
게다가 [옥토퍼시]에 이어 본드카를 비롯한 특수장비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판타지스러움이 최소화되었습니다.

a. 강한 캐릭터 #1: 조린 (Max Zo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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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순간까지 정신병자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준 크리스토퍼 워큰의 열연


조린 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워큰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시종일관 정신병자의 이미지를 깔끔하게 보여줍니다.
액션 쪽은 노력하는 모습에 비해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정신병자 이미지를 훌륭히 보여줍니다.

또한, 007 소설의 특징 중 하나가 등장인물의 과거 이력이나 왜 이 짓을 하는지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인데, 영화에선 (소설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세한 설명이 거의 없었습니다.
[뷰투어킬]에서는 이 싸이코에게 과거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첨부했습니다.


b. 강한 캐릭터 #2: 메이데이 (May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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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마저도 과격하기만한 터프걸 메이데이


[골드핑거]의 푸시 갤로어 이후 최초로 싸움 기술을 보유한 본드걸이 등장했습니다.
([유어아이즈온리]에선 석궁을 사용하지만, 논외로 하겠습니다)
1:1 맞짱이라면 어떤 남자도 한 방입니다.


c. 특수장비의 최소화

전작 [옥토퍼시]에서도 만년필과 추적장치 외에는 별다른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뷰투어킬]에서도 수표에 적힌 글자를 읽어내는 장비(?)와 유리창의 반사를 감소시키는 안경 그리고, 반지형 카메라의 3가지 소형장비만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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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루이비통 특수장비 ㄷㄷㄷ


하지만, 이 장면은 한편으로는 좀 아쉬운 것이 너무 루이비통 간접 광고의 티가 많이 납니다.
저 상황에선 사실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내용을 알아낼 수 있거든요…


3. 단점

a. 늘어지는 전개

사실, 영화 [뷰투어킬]은 007 영화(또는 스파이 영화)의 흐름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입니다.
임무를 지시받고,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며, 이 과정에서 동료가 죽임을 당하고, 자신은 겨우 탈출합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이 구성이 늘어져서 힘이 없고 답답합니다.


b. 본드를 살려주지 못해 안달인 허술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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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에게 '엘리베이터 뚜껑이 열린다'는 환상을 심어준 유명한 장면: 형광등은 어디 달란 말이냐!


[뷰투어킬]에서 죽는 본드 주변 인물은 고드프리 티벳 경, CIA 요원 척 리, 이름을 알 수 없는 KGB 요원의 3명입니다. 3명 모두 한 칼에 죽임을 당합니다.
그런데, 유독 본드만은 에 빠뜨리고, 엘리베이터에 가두는 등 빠져나갈 틈을 충분히 줍니다.
이런 장면이 반복해서 나오다보니 본드가 위기를 맞는 장면들은 도무지 박진감이 없습니다.


c. 우연의 연속


[뷰투어킬]의 힘을 빼버린 가장 큰 요인은 우연의 연속으로 구성된 시나리오입니다. 제임스 본드 옆에는 마치 수호천사라도 있는 것처럼 물에 물 탄 듯,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버립니다.

- 본드가 잡혀야 할 상황에서 KGB 요원이 대신 잡히는데, 조린은 별다른 취조도 없이 바로 사살함
  (조금만 취조했으면 산소통의 주인이 그 요원이 아니란 것을 알았을 것임)

- 본드는 아무 한 일 없이 탈출하는데, 마침 KGB 요원 폴라 이바노바는 미리 녹음 다 해놓고 기다리고 운전도 해줌
  (게다가 소형 테이프도 아닌 일반 카세트에 녹음해서 카오디오로 들으려 함)

- 메이데이는 갑자기 개과천선을 하고, 때마침 브레이크가 고장나서 죽어줌

- 그렇게 무사히 상황이 정리되는가 하니까 메인 본드걸 스테이시 서튼은 조린과 딱 마주치고 납치당함

- 조린 하나 죽이니까 열기구 쪽은 알아서 다이너마이트로 자폭함


d. 오히려 본드가 실수를 자처하는 경우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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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거기가 아니라니깐!!!


모든 상황을 주도해야 할 제임스 본드는 오히려 실수를 저질러서 위험에 빠집니다.
(호르몬이 들어있는 시험관을 잘못 꽂는 실수를 합니다)
천하의 제임스 본드가 이럼 안 되죠… ㅠ.ㅠ


e. 메이데이는 전형적인 몸만 좋은 바보

조린은 2차대전 중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싸이코 천재입니다.
천재답게, 다양한 외국어 구사능력도 갖고 있고, 순간적인 판단력도 발군입니다.
아무런 티도 나지 않게 본드의 정체를 알아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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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의 정체를 한 칼에 알아냈지만, 정작 본드는 들킨지도 모른다는 거…


하지만, 조린 옆에서 항상 조린과 함께 하는 메이데이는 (베드씬을 제외하고는) 죠스에 가까운 이미지입니다.
본드와 파리 시내를 가로지르는 추격전을 벌였지만, 그 얼굴을 기억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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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생각났삼~ 에펠탑의 그 놈이삼~


f. 상당히 심각한 무어의 나이

대본의 취약함과 더불어 여기서 쉽게 볼 수 있는 약점은 무어의 나이입니다.
이제 거의 환갑에 가까운 나이이다보니 주름살도 너무 많고, 목소리도 연로해보입니다.
물론, 액션은 늘어지고, 대역을 사용한 티도 아주 많이 나죠.



g. 잘 구축된 캐릭터의 자체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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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길러놓은 직원들을 몽땅 학살하는 이해가 가지 않는 판단력를 과시하는 조린


조린 및 메이데이는 잘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성격도 뚜렷하고, 강렬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조린은 부하들을 학살하고, 메이데이는 개과천선함으로써 캐릭터를 자체 붕괴시킵니다.
양쪽 모두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구성입니다.
(특히, 메이데이는 늙은 무어와 대결하는 장면을 넣기가 애매해서 였을까요?)



4. 살짝 묻어나는 전작들의 흔적들

a. [골드핑거]


[뷰투어킬]은 여러 장면에서 [골드핑거]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특히, 비행선 안에서 작전 브리핑을 하는 장면은 정말 비슷합니다.
디테일한 세트를 만들어놓고, 조직의 대표들을 불러서 얘기하는 것부터 반대하는 한 명을 따로 살해하는 것까지 말이죠.
또, 이 외에도 전체적인 구성이 [골드핑거]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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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테이시의 집에 있는 고양이의 이름이 푸시(Pussy)인데, 이건 은근히 [골드핑거]의 푸시 갤로어를 연상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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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옥토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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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리 역을 맡은 데이빗 입은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에서도 죽는 역을 맡았음


사실은 전작의 흔적은 아닙니다. 본드걸 중 유일하게 한 배우가 두 번 본드걸을 연기한 모드 아담스가 [뷰투어킬]에 등장합니다.
촬영장에 그냥 인사차 왔다가 제작진이 재미로 출연시킨 것이죠.
화면 가운데 검은 옷에 갈색 겉옷을 입은 썬그라스 쓴 여자가 바로 모드 아담스입니다.


5.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1. 영화 초반에 조린(Zorin)을 포함한 어떤 이름도 실제 회사나 사람과 무관하다는 문구가 나왔는데, 촬영이 끝날무렵 Zoran Ladicorbic Ltd.라는 패션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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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oran과 전혀 무관한 Zorin…


  2. Q가 만든 이동형 탐지장치는 강아지처럼 생겼는데, 이름은 스누퍼(Snooper)로 스누피의 패러디라는 인상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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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조린의 열기구는 한쪽면만 페인트를 칠했는데,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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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파인우드 스튜디오에 있는 007 스테이지가 1984년 6월 27일 화재로 파괴되었고, 4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완전히 복구되어 "The Albert R. Broccoli 007 Stage"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음.
    재미있는 것은 주제가 "A View To A Kill"에는 'dance into the fire'라는 가사가 나온다는 점임.
    (이 007 스테이지는 2006년 6월 [카지노 로얄] 촬영 후 또 소실됨)

  5. 돌프 룬드그렌이 영화에 잠깐 얼굴을 비추는데, 그레이스 존스의 남자친구였기 때문에 역을 맡을 수 있었으며, 이 영화는 그의 첫 출연작품임. (두번째 작품이 그 유명한 [록키 IV]의 드라고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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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야… 고마워…


  6. 고드프리 티벳 경이 1962년형 은색 롤스 로이스(Rolls Royce Silver Cloud II)를 타는데, 사실 이 차는 제작자 알버트 브로콜리의 차이며, 호수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복제품을 사용했음.

    유명한 옥에티: 창문이 열렸다 닫혔다 난리가 아님


  7. 무어는 이 영화를 찍으며 스테이시 역을 맡은 타냐 로버츠의 어머니가 자신보다 젊다는 것을 알고 본드 역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고 함

  8. 제임스 본드와 스테이시가 샌프란시스코 시청을 탈출할 때 나오는 음악은 주제곡 "A View To A Kill" 중에서 'dance into the fire' 부분임. 이 부분은 작곡가 존 배리의 장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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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껏 불을 피해(out of fire) 탈출했지만, 음악은 불 속에서 춤을(dance into the fire)이라능~


  9. 프리 타이틀 액션에서 소련군 한 명이 실제 로저 무어 경의 이름을 부름. "Pomageete! Roger Moore pomageete!"이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도와줘! 로저 무어, 도와줘!"라는 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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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줘! 로저 무어, 도와줘! (이런 장난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