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코너리의 복귀가 독이 된 시리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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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여왕폐하의 007]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제작진은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려 고민합니다.
래젠비는 재계약 의사가 없다는 뜻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대신 이 역을 맡을 배우를 찾으면서 동시에 코너리를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티모시 달튼을 포함한 많은 배우들을 상대로 대규모 캐스팅을 거친 결과 존 개빈이라는 배우가 선발됩니다.
하지만, 결국 코너리가 한 편 더 찍겠다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존 개빈은 5만 달러의 위약금을 받고 물러나게 되지만, 720만 달러를 투입한 이 영화는 1억 1600만 달러를 벌어들이게 되고, 코너리는 명예롭게 본드 역에서 은퇴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분명히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입니다.
투자금액의 16배를 벌어들였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전작들과의 연계성을 파괴시킨 나머지 시리즈의 구성에 있어 여러모로 독이 되기도 했으며, 007 영화로서도 상당히 밋밋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문제점들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코너리의 복귀로 오히려 모호해진 복수의 개념


가장 커다란 문제는 역시 복수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007 영화에서 거세된 "복수"의 코드에서도 적었듯이 이 영화 한 편에서 무려 3번이나 블로펠드를 죽입니다.
하지만, 복수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를 알 수 없습니다.

결국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의 제임스 본드는 복수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해 [여왕폐하의 007]이 아닌 [두번산다]의 속편이라는 인상만 강하게 남겨줍니다.

그런다고 블로펠드는 본드를 못죽여서 안달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ㅠ.ㅠ
자기 부하들은 친히 자기 손으로 죽이던 블로펠드가 정작 숙적은 눈 앞에서 똘마니들 시킵니다.
똘마니들 역시 한 칼에 죽이지 않고 질질 끌다가 탈출하게 놔두고 말이죠.

좀 더 자세히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a. 오프닝(프리 타이틀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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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폐인이 되어가며 고민했던 모습은 없고, 실실 쪼개며 복수(?)하려는 본드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블로펠드를 찾는데, 잡히는 애들은 한대만 맞고 술술 불어대는 똘마니 수준입니다.
(아무런 고문 없이 블로펠드의 은신처를 술술 불어댈 정도면 수준은 안 봐도 블루레이입니다.)
결국 블로펠드를 슬쩍 침대에 묶어 용암(또는 뜨거운 진흙?)에 밀어넣자 그냥 죽습니다.


b. 화이트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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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유일하게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두번째 블로펠드 사살


화이트 하우스(백악관 아님)에서 본드는 두 명의 블로펠드와 마주치고, 그 중 한 명을 죽입니다.
복수심을 죽이고 냉정하게 죽인다는 모습은 역시 없습니다.


c. 캘리포니아 앞바다 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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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미소... 웃으면서 복수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뭐...


유전에서 탈출용 보트에 탄 블로펠드를 죽이기 위해 보트 자체를 건물에 충돌시킵니다.
실실 쪼개면서 즐기는 모습만 보여줍니다.
(물론, 블로펠드도 끝까지 본드를 죽이려는 집념 따위는 없습니다. 그냥 치졸하게 도망만 다닙니다)


2. 블로펠드의 미스캐스팅

영화는 영화이다보니 배우가 재활용되는 즉, 같은 배우가 전작과 다른 배역을 맡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는 좀 우스꽝스럽습니다.
이 배우는 [두번산다]에서 헨더슨 역을 맡았고, [두번산다]에서의 블로펠드는 도날드 플레전스라는 배우가 맡았거든요.

내가 누구게? 발모제를 발랐을까, 원래 대머리가 아니었을까?


게다가 전의 두 작품에서 블로펠드는 김정일 옷을 입은 대머리라는 인상을 실컷 심어주고선 이번에는 백발이 성성한 블로펠드라뇨…

[두번산다]에서 한 칼에 죽어버린 헨더슨의 인상마저 남아있에 여기서의 블로펠드는 카리스마 따위는 못 보여줍니다.
그냥 때가 되면 튀는 악당일 뿐…


3. 다이아몬드 레이저 위성의 허무맹랑함

원작 소설은 그냥 다이아몬드 밀수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볼 거리를 추가하고, 스펙터를 우겨넣으려 하다보니 밀수의 목적이 레이저 위성이라는 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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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지랄… 아니, 다이아 지랄… 차라리 2mb처럼 봉헌을 해라!


문제는… 저 정도의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있으면 뭣하러 귀찮게 레이저 쏴대고 협박하냐는 것입니다.
그냥 경제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도 충분히 몇 나라를 가지고 놀 수 있을텐데, 삥이나 뜯냐는 것입니다.
(이 점은 [썬더볼]과 비교가되는데, 원작 소설 <썬더볼>의 스펙터는 신생 범죄집단으로 목돈을 위해 삥뜯습니다)
다이아몬드로 레이저 빔을 만들 수 있냐는 기술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도 말이죠.


4. 액션 어드벤처와 스파이 스릴러 양쪽에서 방황하는 구성

전술했듯이, 원작 소설은 다이아몬드 밀수에 대해서만 다루는 스파이 스릴러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볼거리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스펙터와 레이저 위성이 메인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다보니, 다이아몬드 밀수를 중심으로 하던 스파이 스릴러는 뒷전이 됩니다.
그런다고 액션 어드벤처 쪽은 잘 살렸느냐…
굳이 본드를 죽일 수 있는 상황에서 안죽이고 질질 끄는 것액션 어드벤처라고 부른다면 모르겠지만…
눈이 즐거운 장면은 별로 없습니다.


5. 우주 관련 시설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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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착륙 시뮬레이션 장면이 왜 들어갔나고!!!!


[두번산다]의 우주 씬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는지, 이번에도 우주 관련 시설이 계속 나옵니다.
그런데, 공격용 레이저 위성이 등장하는 장면들 외에도 위와 같은 달착륙 시뮬레이션 장면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제임스 본드는 결국 이곳에 있는 월면차를 타고 탈출합니다.

이게 뭣하는 짓인지 원… (뒤에 다시 설명하지만, 이 장면은 사실 다른 의미에서 의미가 있는 장면이긴 합니다)


6. 이젠 너무 늙어버린 코너리 경

이 영화에는 몸으로 때우는 액션이 3장면 등장합니다.
(물론 주적인 블로펠드와는 "절대" 싸우지 않습니다. 휴~)

그런데, 그 중 2번의 액션에서 코너리의 본드는 힘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기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오프닝에서 블로펠드의 보디가드들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자기가 발로 차고는 자기가 뒤로 밀려버립니다.
(소연이가 채치수를 밀려고하는 것 같다능~)
게다가 액션의 구성도 밋밋해서 보기 안쓰럽습니다.
심지어는 블로펠드에게 등을 한참 보이고, 블로펠드는 이 본드를 그냥 놔두는 촌극도 벌어집니다.


자기가 발로 차고는 자기가 뒤로 밀리는 제임스 본드

또, 밤비와 텀퍼라는 2인조 킬러(?)랑 싸우는 장면은 왜 들어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구성도 엉성하지만, 이기긴하는데, 저 상황에서 어떻게 이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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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싸움에서 진 너희들 둘은 도대체 직업이 뭐냐!


결국 코너리가 본드역을 고사했을 때 그만두도록 하는 편이 더 나았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장면들이 이 액션장면들이었습니다.



1.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1

a. 화면을 가득 덮은 옥에티

이 영화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바로 웃기는 옥에티입니다.
본드가 경찰차의 추격을 피해 차를 달리는 장면에서 한쪽 바퀴로 운전하며 탈출합니다.
그런데,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방향이 다릅니다… ^^;;;;


한쪽으로 운전하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았을 건데, 고생해서 찍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 웃음이 나오는 장면입니다.


b. Elementry, Dr. Leiter?

홈즈 소설의 팬이라면 잘 아는 표현이 기초일세, 왓슨 박사(Elementry, Dr. Watson)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실, 이 표현이 홈즈 소설에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바스커빌의 개>를 보면 "Interesting, though elementary."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이 와전된 것입니다.

각설하고, 제임스 본드가 밀수업자 피터 프랭크스의 시신에 다이아몬드를 숨겨서 미국으로 들어갔을 때 세관 직원 대신에 CIA 요원 필릭스 라이터가 나옵니다.
다이아몬드 밀수를 이미 알고 있는 필릭스는 프랭크스의 시신을 뒤지지만 찾지 못하고 본드에게 물어봅니다. 이 때 본드의 대답은…
Elementry, Dr. Leiter가 아니라…
Alimentary, Dr. Leiter입니다.

alimentary canal… 소화관이라는 뜻입니다.
의학용어라서 널리 쓰이는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제작자인 브로콜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시사회장에서 두명이 이 장면에서 낄낄거리는 것을 보고는 "난 저 친구들이 의사라는 쪽에 걸겠네"라고 말했습니다.


c. Spectreville

원작 소설은 스펙터와의 싸움이 아니라 The Spangled Mobs라는 악당 형제와의 싸움이 주된 내용입니다.
제임스 본드는 그들이 지배하는 마을에서 붙잡히고 감금되는데, 그 마을의 이름이 Spectreville입니다.

소설 <썬더볼>이 나오기 이미 5년 전에 이언 플레밍은 스펙터라는 이름에 관심이 컸던 것입니다.
(맥클로리와 이언 플레밍의 법정 싸움에서 플레밍이 합의한 이유가 건강문제였다고 해석되는 근거 중 하나입니다)


2. 그 외에 소소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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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 선명히 남은 특수부대 요원들

  1. 골드핑거의 쌍동이 동생이 나오는 내용이 검토되었으나, 골드핑거 역을 맡았던 거트 프로베의 반대로 무산됨

  2. [여왕폐하의 007] 엔딩이 오프닝으로 고려되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무산됨

  3. 가짜 달착륙선을 촬영장면을 묘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당시 한창이던 달착륙 음모론을 담은 장면임

  4. 코너리의 출연료이 너무 높아 특수촬영 예산이 삭감되었음. 출연료는 125만 달러였는데, 당시에는 꿈도 못 꿀 액수임

  5. 코너리가 마지막으로 찍은 장면은 의식을 잃고 관에 들어가는 장면임. 그 날은 1971년 8월 13일 금요일로, 13일의 금요일임.

  6. 최초에 블로펠드와 본드의 마지막 싸움은 라스 베가스의 카지노 소유주가 갖고 있는 요트 사이로 보트 추격전을 벌이는 것이었지만, 비용문제로 취소되고 현재의 썰렁한 장면으로 대치되었음

  7. 또한, 특수부대 대원이 헬기에서 내려와서 유전의 다리에 폭약을 설치해서 파괴하는 내용도 최초에는 검토되었으나 역시 취소됨. 이 내용은 결국 포스터에는 남아있음.

  8. 블로펠드와 싸우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지만, 정작 스펙터라는 명칭은 언급되지 않음

  9. 2004년 션 코너리 경은 월면차를 5'4000 달러에 사들임

  10.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가 까메오로 출연한 장면이 편집시 삭제되었음

  11. 화이트 하우스(Whyte House)는 사실 하워드 휴즈가 소유한 라스 베가스 힐튼인데, 휴즈가 영화의 16mm 프린트 필름을 갖는다는 조건으로 촬영을 허락했음

  12. 미스터 키드 역을 맡은 퍼터 스미스는 원래 재즈 음악가였는데, 이 영화가 첫 영화출연이었음

  13. 원작소설에서 미스터 키드와 미스터 윈트는 어뢰(torpedo)라고 불리는 동성애자 킬러로 되어있지만, 영화에서는 어뢰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고, 성적 취향 역시 은근히 표현만 될 뿐 명확하게 묘사되지는 않음
    (골드핑거의 푸시 갤로어와 비슷한 경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