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Z 작전 (Knight Rider) 2008] - pilot 감상기

1980년대 TV에서 방영하던 미드 중 [에어울프]와 더불어 첨단 장비 미드의 양대산맥을 이루었던 시리즈가 바로 그 이름도 거룩한 [전격 Z 작전(Knight Rider)]이었습니다.


전격 Z 작전 (Knight Rider) 오프닝


사람들은 이 시리즈에 열광했고, 주연을 맡았던 데이빗 핫셀호프는 이후 스타덤에 오르며 가수로서 음반도 내고, 또 다른 히트작인 [베이워치]에서도 주연을 맡는 등 속칭 잘 나가는 배우 대열에 끼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제작되려고 하는 [전격 Z 작전 2008(Knight Rider 2008)]의 파일럿을 봤습니다.

미드는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에 일단 시험판을 방송합니다.
이 시험판을 파일럿(pilot)이라고 하는데, 파일럿의 반응이 좋아야 제작을 지원해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후속작을 자처한 [Knight Rider 2000], [Knight Rider 2010] 및 [Team Knight Rider]가 주제음악을 바꿔버리고, 설정을 정체불명의 미래(아니면 과거나 외계?)로 설정해서 드라마 느낌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고 그에 따라 시청자들에게 후속편으로 인정받은 작품 없이 사촌 드라마들이 되었었는데, 이번 작품인 [KR2008]은 나름 원작의 기조(원작과의 연속성)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몇 번 보고 나니 원작과 다소의 괴리감이 느껴지더군요.
원작과 비교했을 때의 연속성 및 괴리감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연속성


a. 주제음악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억지로 미래지향 음악으로 바꾸면서 이상해졌던 [KR2000]이나 서부영화 feel이 잔뜩 느껴지는 [KR2010] 등의 이상야릇한 음악이 아닌, 원래의 음악으로 돌아왔습니다.
편하게 앉아서 등을 의자에 기대고 들으면 됩니다. 반가워 음악아.
 
[전격 Z 작전 2008(Knight Rider 2008)] 오프닝


b. David Hasselhoff(데이빗 핫셀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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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 운전사 인계 인수

마지막에 잠깐 얼굴을 보입니다. 마이클 나이트라는 상징성을 정식으로 인계해주기 위해서입니다.
[KR2010]에서는 코빼기도 뵈지 않고, [TKR]에서는 시즌 마지막화에서 잠깐만 실루엣으로(게대가 배우는 다른 사람이라는…) 나와서 애매한 모습을 보였던 것에 비해 정식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그대로 상징성 혼란의 효과도 가져옵니다.
왜냐하면 [KR2000]에서 이미 비슷한 느낌으로 나와줬거든요.
(KR2000에서 그는 KITT의 두뇌를 Knight 4000에 이식하고 잠깐 활약한 뒤 떠납니다)

다시 말해, 데이빗 핫셀호프마이클 나이트는 여기저기에 자리인계남발한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KR2000]의 실패는 시리즈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크게 일조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죠.

※ [피스메이커(Peacemaker)]에서 PC의 암호를 알아내려고 심문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때 암호가 hasselhoff입니다.
    데이빗 핫셀호프의 성이 아닐까합니다. ^^;;



2. 괴리감

a. 마이클 나이트의 친아들이 주인공

원작에서의 마이클 나이트는 (나이트 재단을 세운) 윌튼 나이트의 친아들이 아닙니다.

원래 이름은 마이클 롱이라는 경찰이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얼굴을 윌튼 나이트의 친아들인 가쓰(Garthe) 나이트와 똑같이 성형하고 모든 기록을 없앤 뒤, 윌튼의 양아들이 되고, 나이트라는 성을 갖게 됩니다.
한편, 가쓰는 범죄자로 결국 마이클과 싸우다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게 됩니다.

다시 말해, 기본적인 배경에서 혈연관계보다는 사람간의 끈끈한 우정과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깔려있었는데, 여기서는 마이클의 친아들이 주인공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혈연관계라는 쪽으로 방향이 급선회하면서 원작과는 다른 괴리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b. 차 이름이 Knight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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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KITT라는 이름은 나이트 산업 2000(Knight Industries Two Thousand)의 약자입니다.
그리고, [KR2000]에서 등장한 빨간색 차의 이름은 나이트 4000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3000이라뇨…
물론 KITT(Knight Industries Three Thousand)라는 이름을 유지하기 위한 작가들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좀 더 그럴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c. 차 디자인은 안습

[KR2008]에서는 원작의 Pontiac Firebird Trans Am 대신에 Ford Shelby GT500KR Mustang을 모델로 했습니다.
트랜스암의 미래지향적이고 날렵한 모습 대신에 머스탱의 투박한 모습은 정말 안습입니다.

머스탱의 디자인 자체는 정말 멋있기는 합니다만, 이 시리즈와는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전격 Z 작전의 올드팬들은 날렵한 KITT가 각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포드에서 머스탱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비를 잔뜩 지원하다 보니 생긴 결과입니다)

참고로 Knight4000(위의 빨간차)는 Pontiac Banshee를 모델로 했는데, 저걸 비디오로 봤을 때는 너무 억지스러운 미래지향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머스탱을 보니 그쪽이 오히려 나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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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머스탱을 폄하하는 것 아닙니다. 머스탱의 디자인은 훌륭하며 많은 차들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d. 분자결합식 차체는 어디로?

원작에서 KITT의 표면은 분자 결합식 차체(molecular bonded shell)라는 방탄 재질로 되어있습니다.

가쓰가 골리앗을 만들 때에도 분자 결합식 차체를 사용했는데, 이 때 일단 (아마도 철로) 만든 뒤에 특수처리를 하는 장면이 나온 것을 보면 재질 자체는 철 등의 평범한 금속이고, 여기에 특수처리를 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KR2008에선 이런 효율적이고 단순한 구조를 버리고, 나노구조로 되어있으며 컴퓨터가 자동복원한다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컴퓨터가 꺼지면 방탄기능도 사라집니다!

분자 결합식 차체은 왜 채택되지 않았을까요? 기술의 다운그레이드?


e. 연료도 더 비효율적으로 다운그레이드

원작에서 KITT의 연료는 수소 에너지입니다. 그리고, 연료가 부족할 때 아무 연료나 대충 집어넣으면 수소만 분리해서 연료로 활용합니다.

그런데, KR2008에서는 태양 전지와 함께 가솔린을 사용합니다.
가솔린의 효율을 91%로 엄청나게 높였다고는 하지만, 왜 고효율에 무공해인 수소연료를 굳이 버렸을까요?

게다가 연료주입구에 설탕을 집어넣겠다고 협박하자 Knight 3000은 긴장해버립니다.
(즉, 순수하게 가솔린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Knight 2000은 안전하게 연료를 재처리했습니다!!!)

전격 Z 작전의 올드 팬으로서 좀 더 멋진 시리즈가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주절주절 적어봤습니다.
많은 클래식 미드들이 리메이크되는 이 시점에 KITT도 돌아와야죠. 제대로 된 모습으로 말이죠.


덧1. 전격 Z 작전이라는 이름은 아무리 봐도 어색한 번역제목입니다. 그냥 원래 제목이 더 좋아보입니다.

덧2. 쌈박질 액션이 너무 약합니다. 이미 우리는 [카지노 로얄]이나 [본 시리즈]로 인해 눈이 많이 높아져버렸습니다!!

덧3. 원작의 KITT는 [KR2000]에서는 등장했는데, 여기서는 빠진 것이 영 아쉽습니다.
       마이클을 부르려면 KITT도 불렀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