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파나마 운하의 장관. 그러나 우리는…

파나마 운하 사진을 필름 째로 분실하는 바람에 이 글에는 제가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ㅠ.ㅠ


요즘 한반도 대또랑에 대해서 워낙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서 2Mb 진영에서는 사람들이 잊을 때까지는 일단 닥치고 버로우 모드로 돌입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또랑 전도사 여러분들이 한참 전도활동에 목숨을 걸 때의 얘기들을 들어보면 대략 이런 시나리오더군요.

서울-부산 간 물류를 위해 운하를 파야한다
  → (반박) 돌아가도 문제 없다

물류가 아니라 관광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 (반박) 너무 느리다

깊이만 파면 속도는 나온다
  → (반박) 깊이 파면 (특히 식수원의) 환경이 파괴된다

프로펠러가 돌면 물은 정화되고, 식수는 간접취수하면 된다
  → (반박) 선풍기 돌리면 공기 정화되나? 정화된다는데 간접취수 왜하나?

제가 궁금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상선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고 이 중에는 파나마 운하를 지나가본 분들이 많을텐데 그 분들이 여기에 대한 말씀을 왜 아무도 안 하시는가 였습니다. 파나마 운하를 지나가본 분들이라면 저런 주장 자체가 도저히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는 것을 쉽게 얘기할 수 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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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아래는 거대한 남미대륙이…

파나마 운하는 북미대륙과 남미대륙이 맞닿아 있는 파나마에 있으며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들어올 때 남미대륙을 한 바퀴 돌 것을 깔끔하게 한 칼에 올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운하입니다.

또한, 이 운하는 갑문식 운하로서 현재 2Mb 진영에서 산에 운하를 파기 위한 기술적인 방안으로 제시하는 바로 그 "갑문식" 운하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물론 독일 킬 운하갑문식 운하입니다)

그런데, 막상 배를 타고 가서 보면 인터넷에서 사진을 뒤지는 것 보다도 볼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갑문식 운하는 그 특성상 수에즈 운하처럼 탁 트인 곳을 여유롭게 지나다니면서, 옆에 바나나피루스(짝퉁 파피루스) 팔고 돌아다니는 쪽배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정반대로, 지나가도록 지정된 배(은행에서 순서표 뽑듯이 줄 서서 갑니다) 한 척 외에는 지나갈 수 없습니다. 갑문 2개당 최대 1척 정도밖에 못 가는 것이죠.

아래의 그림을 보면 배가 계단을 올라가듯이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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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건 말처럼 안 쉽지 말입니다

이렇게 올라가려면 크레인 여러 대가 좌우에서 와이어로 배를 묶어서 천천히 끌고 올라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배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딱 3가지밖에 없습니다.
좌우의 콘트리트 벽, 크레인, 와이어(아주 굵은 쇠줄).


깊이 파기만 하면 속도를 더 내서 빨리갈 수 있다고 주장하던데… 이뭐병
바다나 넓은 강에서 배를 운항하는 것과 좁은 수로(협수로)에서 배를 운항하는 것의 차이는 아우토반에서 운전하는 것과 운전면허 실기시험장에서 S자 코스 지나가는 것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아니, 더 차이가 큽니다. S자 코스에서는 차가 벽에 충돌할 일은 없습니다!)

무슨 운하에서 속도를 내고 난리 부르스입니까? S자 코스 3단 밟고 가면 점수 더 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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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를 관광하러 온 게 아니고, 관광코스에 운하가 있을 뿐…

속도가 안 나오므로 물류의 효율성을 생각하면 돌아가는 것상책인 것입니다.

하루 빨리 옮기면 된다고 지혜로운 말씀을 하시던데, 하루 빨리 옮겨서 바다로 가면이틀은 아낄 수 있습니다.
(더하기, 빼기 못해도 경제대통령 할 수 있습니다만…)

그럼 왜 오른쪽 사진처럼 파나마 운하관광하는 사람이 많냐구요?

쩝… 저 사람들은 파나마 운하를 관광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아니라 중남미를 관광하기 위해 유람선을 탔고, 효율을 위해 파나마 운하를 지나가다 보니 파나마 운하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제주도에 비행기 타고 가면, 제주도 보러 간 거지 제주공항 보러 간 것은 아닌 거죠…)

게다가… 파나마 사람들보고 저 물을 식수로 쓰라고 하면… 아주 뒤집어 질 겁니다.

배 아래에서 스크류가 돌다보면, 스크류 주변의 윤활유, 선저(배 아래)에 있는 페인트, 스크류의 쇳가루, 기타등등이 조금씩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배의 99.999%는 이러한 환경적인 면에서 완전히 꽝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환경에 좀 민감한 나라들은 (특히, 우리나라의) 배가 들어오면 배 주변에 오일 펜스를 치기도 합니다.

파나마 운하보다 우리의 대또랑 얘기가 더 많이 나온 것 같은데, 위에 적은 4가지 문제를 제대로 반박하면 이렇습니다.

서울-부산 간 물류를 위해 운하를 파야한다
  → (반박) 돌아가는 것이 더 빠르고 안전합니다

물류가 아니라 관광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 (반박) 너무 느립니다. 그리고, 콘크리트 벽을 관광할 생각은 없습니다.

깊이만 파면 속도는 나온다
  → (반박) S 코스에서 3단 밟지 마시죠

프로펠러가 돌면 물은 정화되고, 식수는 간접취수하면 된다
  → (반박) 니 차는 운전하면 공기가 깨끗해지나요? 그 물은 너나 처마시세요.

처음엔 순수하게 운하 얘기만 하려고 생각했는데, 옆으로 조금 샜네요.

어쨌든, 갑갑한 것은 필요에 따라서 운하를 파자는 것이 아니라,
운하를 파기로 해놓고서 그 필요성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각설하고, 파나마 운하는 거대 규모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 현대 기술의 총아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두 대양을 짧게 연결한다는 기본 필요성에 충실한 운하입니다.

그렇게나 거대한 장관을 지나갔지만 의외로 본 것은 콘크리트, 크레인 그리고, 와이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관광을 목적으로 만들어지지도 않았습니다.)

중남미를 갈 기회가 생기는 분들은 꼭 한번 배를 타고 지나가보시기를 권유합니다.


덧1. 운하 정상은 Gutan lake라는 거대 호수입니다.
      올라갈 때 갑문을 완전히 빠져나와 호수로 진입하면 갑문 쪽에 진행방향을 표시하는 커다란 화살표가 보입니다.
      이 화살표의 사진을 찍어놨는데, 필름 째로 분실해서 ㅠ.ㅠ

덧2. 포항 사시는 분들은 2Mb 당선되자 포항 발전을 기대하고 있는데, 대또랑 파면 포항은 고립될 것 같습니다.
      흠좀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