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 리턴즈 조금만 더 재미있게 보기

수퍼맨 시리즈가 1987년 4편 "최강의 적"(The Quest for Peace)을 마지막으로 종결 아닌 종결이 되고, 수퍼맨 시리즈는 더 이상의 팬을 끌어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수퍼맨 영화를 잘 모르는 세대에게는 그저 유치한 판타지 물로 치부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수퍼맨 시리즈는 그렇게 단순한 판타지가 아닙니다.

초인 영웅의 활약과 고민 등을 최초로 제대로 표현한 영화였으며,
인간이 날 수 있다는 꿈과 환상을 심어준 첫번째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원 제작자(솔카인드 부자)의 잘못된 감독 교체(프로야구도 아니고 원...), 제작사 변경 등으로 말미암아 너무나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은 수퍼맨과 친부(조-엘)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것입니다.

도너 컷을 보면 수퍼맨은 고독의 요새를 파괴시키려고 했습니다.
Fortress of Solitude

아버지(조-엘)과 대화를 하며 지혜를 배울 수 없다면
고독의 요새는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니까요. (렉스 루더가 지식을 배우죠)
하지만, 극장판에서 말론 브란도가 나오는 장면을 "제작비"를 줄이고자 제거하는 바람에 고독의 요새는 파괴된 것은 아니면서, 3,4편에는 제대로 등장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사실, 수퍼맨과 친아버지의 관계는 고독의 요새가 있기 때문에 신비로우면서도 현실적으로 표현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래의 2편에서는 친아버지로부터 독립하면서 이 고독을 요새를 파괴할 설정이었습니다.
(도너컷을 보면 고독의 요새를 파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즉, 수퍼맨과 친아버지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고독의 요새인데, 고독의 요새가 어정쩡하게 등장하지 않게 되면서 부자관계도 어정쩡하게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남은 것입니다.



Brian Singer
시간은 흘러 수퍼맨 영화의 팬인 브라이언 싱어라는 젊은이에게 새로운 수퍼맨 시리즈의 감독직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브라이언 싱어는 유주얼 서스펙트로 잘 알려진 감독이고, 자신이 1, 2편의 제작 및 감독을 맡았던 X-Men 시리즈의 3편 감독을 마다하고 수퍼맨 감독직을 수락합니다.

브라이언 싱어는 수퍼맨 1편을 "클래식"이라고 부를 만큼 수퍼맨의 팬입니다.
입양아이자 성적 정체성의 혼란 경험해본 그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가 수퍼맨 차기 시리즈의 감독을 맡은 것입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목표는 당연히 원래의 시리즈 즉, 리차드 도너가 감독했던 1편과 2편의 3/4 분량에서 보여주던 오라(aura)를 보여주고 원래의 모습 즉, 클래식으로의 리턴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탄탄한 기반 없이는 아무리 재미있는 시리즈를 만들어도 사상누각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수퍼맨 리턴즈에서 그가 달성해야 할 장면은 무엇일까요?
네, 당연하게도 친부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와 동시에 리차드 도너가 표현했던 부자관계에 대해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1. 고독의 요새를 없애서 친부와의 관계를 정리한다
  2. 숨겨진(?) 아들을 찾아서 부자관계의 또 다른 의미를 찾는다.

였습니다. 여기에 기존 시리즈의 숙적인 렉스 루더가 등장하면 기본 줄거리는 다 갖춰지는 것이죠.
시나리오 검토 작업에서 다른 강력한 악당들도 고려되었다고 하던데, 그렇게 했으면 영화적 재미를 달성할 수는 있어도 수퍼맨의 기본을 정리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Supergirl?

Girl of Steel?

그러다보니 이 영화에서는 강력한 악당과의 싸움을 통해 보여주는 스펙터클은 보이지 않고, 기존 시리즈의 파워풀한 수퍼맨의 이미지 보다는 수퍼맨의 고뇌가 많이 느껴지고, 이에 따라 클라크 켄트의 얼굴에 수심이 드러나게 되었던 거죠.

하지만, 그가 다시 감독을 맡을 차기작 "Man of Steel"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도너가 원래 2편을 감독할 때 수퍼맨이 가혹하게 당하는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가 감독 교체로 그려내지 못했던 그 영상을 브라이언 싱어가 그려주리가 기대합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더 수퍼맨의 팬이니까요.

최근 브라이언 싱어가 감독할 차기작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던데, 그는 반드시 수퍼맨 차기작을 감독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단지, 시간의 문제가 따를 뿐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