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3]: 계속 리부팅하는 안 웃기는 발편집 개그물

스포일러 경고! 스포일러가 잔뜩 들어있는 리뷰입니다. 아직 감상하지 않은 분들은 참고바랍니다.



[트랜스포머2]를 만난지도 2년하고도 1달 가까이가 지났다. (관련 포스트: [트랜스포머2] 시사회: 거대한 막장의 서막)
헛점 투성이[각주:1]에 저질 유머가 판쳤던 전작[각주:2]에 비해 [트랜스포머3]에선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극장을 향했다.

"There will be a nice crescendo ending," Bay said. "It gets much more into the robot character. The last time you kind of met a few of the robots; this time you're gonna get a much cooler landscape."

- 2010년 1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발전은 커녕… 마감독 본인의 말을 지키지도 못한 영화였다.

기술은 더욱 발전해서 로봇들의 움직임은 자연스럽다. 그냥 로봇들이 연기를 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지만, 영화는 뮤직 비디오가 아니다. 줄거리가 있어야 하고, 그 줄거리를 풀어나가는 플롯이 있어야 한다.
또한, 3부작의 최종편으로서 전작들의 내용과 캐릭터가 어어져야 한다.
이건 영화 제작사완구 제작사(하스브로)압력이 있거나 말거나 감독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CG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총체적 난국이다.
내가 느낀 불만사항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모든 것이 리부팅

a. 캐릭터

- 깨방정 샘 → 전투를 겪으며 철드는 샘의 성장드라마 패턴이 3회 계속 반복된다. 성격의 리부팅…
- 벙어리 범블비. 1편에서 분명히 수리를 했지만, 2편에서 벙어리로 리부팅하고, 여전히 벙어리. 라쳇 뭐하나?
- 오토봇들의 성격을 통제할 수 없는 어린이 같다고 리부팅. 몇년을 함께 전투한 전우들을!
- 옵대장은 왕삐돌이에, 동료 아이언하이드의 죽음에도 무감한 성격으로 리부팅.

1편에서 재즈의 유해를 수습한 건 아이언하이드였단 말이다!



b. 핵심 플롯

- 1편: 올스파크를 찾으러 온 우주를 뒤지던 메가트론은 1897년 이전에 올스파크가 우연히 떨어진 지구에 불시착, 냉동 보관
- 2편: 태고부터 피라밋에 보관해뒀던 무기를 동작시키기 위한 매트릭스를 찾아서 죽었던 옵대장부터 부활 시킴
- 3편: 메가트론과 함께 지구 정복을 계획한 센티넬은 절전모드로 출발해서 1961년에 달에 불시착. 매트릭스로 부활

미지의 행성인 지구에 우연히 떨어진 큐브(올스파크)였다고!


1편에서 지구에 우연히 온 거 아니었나? 2편의 태고적 지구 설정도 어이가 없었는데, 이제 아예 지구정복 계획이라니!
매트릭스가 옵대장에게 갈 지 여부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 게다가 매트릭스는 찾는 게 아니라 얻어지는 거라며!

매트릭스는 찾는 게 아니라 얻어지는 것이라, 찾아냈을 땐 가루로 변해버리는 매트릭스


기껏 짠 작전이라는 게 한 놈은 불시착해서 냉동 보관, 한 놈은 절전모드로 달에 처박힘.
그런데, 둘이 만나서 뭘 해? 뭔 작전이 이 따위야!
센티넬을 그렇게 공격한 것 까지 짜고 치는 거라는데, 그게 작전인 거야? 그러다 터져서 센티넬 작살나면 그냥 작전 실패?

게다가, 알고 보면 디셉티콘 진영은 이미 달에 잔뜩 깔려있었어. 그냥 걔들이 지구로 날아와서 지구 작살내면 안 되는 거야?

01



c. 오토봇들이 타고 온 우주선?

1편에선 오토봇들이 지구에 올 때 그냥 날아왔어. 근데, 3편에서는 과거에 우주선 한 대를 타고 왔대. 뭐가 어째?

이게 우주선 한 대로 보이나?



d. 영어 능력?

오토봇 진영은 인터넷을 통해 영어를 배웠음.

We've leard Earth language through the World-Wide-Web.


디셉티콘 진영은 자기들끼리 대화할 때는 자기 언어를 사용함.

2편까지도 이런 자기 언어는 계속 사용됨


그런데, 사이버트론 행성에서 절전모드로 출발한 센티널은 옵대장을 보자마자 영어로 지껄임.
게다가 소방차 형태야. 야! 넌 사이버트론 행성에서 절전모드로 출발했다니까! 어떻게 지구의 소방차 형태냐고!


2. 마감독의 개그 코드는 지저분하고 천박한데다 안 웃김

a. 더 지저분해진 화장실 개그

둘이 사는 방에 있는 바나나 포스터는 대체 왜 들어갔지? 그걸 개그라고 친 건가?
또, 1편 팬티 씬에서도 위험하다가 2편에서 본격적으로 나왔던 지저분하고 안 웃긴 화장실 개그… 더 지저분하게 변해서 등장!


b. 마감독의 이 깨알같은 정치 개그라니…

마감독은 공화당 지지자로 알려져있다.
이 정치성향을 그대로 드러내는 유치한 정치개그를 구사한다. "우리 회사는 대체로 공화당을 지지하네."


c. 동물의 왕국?

메가트론 등장씬은 그냥 동물의 왕국.
이것만으로도 어이가 없는데, 다음 장면에선 동물 한 마리도 없음. 발편집 개그?


d. 줄에 걸려 허우적대는 옵대장이라니… 스파이더맨인 거냐?


e. 트릴로지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로맨스? 야!

트랜스포머 트릴로지 대단원의 막인데, 시몬스 요원과 미어링 여사의 어설픈 로맨스라니… (샘과 칼리도 아니고…)
옵대장 느끼 나레이션 같은 거 쓰기 싫었어? 이걸 유머라고 넣은 거야?


3. 발편집의 진수


[트랜스포머3]는 극악의 발편집을 보여줌.
정말이지, 이에 비하면 [그린랜턴]의 발편집은 깐느 황금사자상 수상 영화야!

a. 전술했듯이, 메가트론 등장씬에서 동물의 왕국 다음 장면에선 동물이 한 마리도 없음


b. 트레일러가 떨어지며 거기 들어있다는 비행장비를 못 쓴다고 투덜거린 잠시 후 장면에서 날아다니는 옵대장


c. 날자 마자 쇼크웨이브에게 맞아서 줄에 걸렸는데, 이후 디셉진영에서 하는 건 아무것도 안 보여줌


d. 범블비가 갑자기 튀어나와 샘과 레녹스를 구하고 다음 장면에선 이미 포로

특히, 오토봇 진영이 포로로 잡히는 부분은 나름 다크한 내용의 한 축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생략하고 갑자기 포로신세…
이런 장면 생략하고 그 지저분한 화장실 개그를 넣은 거냐?

이렇게 나올 때도 갑툭튀더니, 이 다름 장면은 포로신세…




e. 프로토스 캐리어를 연상시키는 모선은 다들 어디로?

캐리어스럽게 생긴 모선이 굉장히 많이 왔는데, 한 대 부서진 이후 나머지는 어디 갔나?
정말 하이 템플러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도 쓴 건가?
애초에 다 페이크였어?

캐리어 할루시네이션? 지금 몽상가 강민 게임 보는 거임?


4. 기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들

a. 1960년대 지구 씬 편집이 좀 튀어보임

진짜로 1960년대에 촬영된 내용이 중간중간 등장하는데, 전체적으로 60년대 필이 나도록 통일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화질이 들쭉날쭉해서 처음엔 편집 오류라고 느꼈음


b. 화려한 오프닝 달 씬을 자멸시키는 칼리의 등장 씬

오프닝 달 씬은 스필버그의 아이디어라더니, 명불허전이다. 하지만…
오프닝 상당히 훌륭한 달 씬세미 포르노회상으로 대충 때우는 구성은 뭥미!

아폴로 11호의 달착륙 음모를 뒤집는 또 다른 각도의 음모론이라니!



c. 로맨스가 영화 전체적으로 아무런 감이 없음

샘과 칼리의 관계의 묘사는 완전히 포르노 수준임. 그냥 막 사랑함.
게다가, 여배우 키가 너무 큼. 메간 폭스는 몸매도 몸매지만, 크기가 샤이라 라보프에 특화되었음.


d. 칼리는 도대체 누구냐?

칼리는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메가트론과 센티넬의 대화를 독순술로 들으며 정황을 모두 이해했음.
사람도 아니고 트랜스포머에 대한 독순술이라니!
(마침 그 자리에 망원경이 있다는 건 영화 전체의 어색함에 비교하면 지적할 수도 없는 장면임)

게다가, 세치 혀로 메가트론을 꼬득여 배신시켰는데, 그 상황에서 그녀는 메가트론-센티넬-옵대장의 관계를 모르는 상황임.
만약, 메가트론이 갔을 때 (예컨데) 옵대장이 센티넬을 쓰러뜨리기 일보직전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런 거지?


e. 각국의 분쟁을 해결하는 트랜스포머라니!

미군 만세에서 한발 더 나가서 미쿡 만세로 가는 거냐?


f. 디셉티콘에 대한 수적열세를 극복하려고 기습공격을 하기로 해놓곤, 소수 엘리트의 전면전으로 끝나다니…


g. 액션의 스케일은 큰데, 뭔가 5% 부족한 느낌임

일단, 메인 캐릭 간의 1:1 싸움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음. 마지막에 잠깐 1:1을 하는 듯 했지만 뭔가 2% 부족한 그 결말이란…

이런 액션을 원했단 말이다!


덕분에, 무려 아이언하이드가 사망하는 장면에서도 큰 안타까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옵대장은 1편에서 재즈가 죽었을 때처럼 추도사를 하지도 않는다.
막판에 다크 사이드로 발을 들여놓는 분위기인데, 그래서 그런 건가? (니가 무슨 시네스트로냐!)

일반인이 엄청 많이 죽기는 하는데, 별 이유 없이 죽인다. 덕분에 많이 죽는데도 별 느낌이 없다.


h. 무려 2개의 굵직한 음모론을 소재로 하면서, 그 음모론을 제대로 정리하기도 아까운 시간에 화장실 개그…


g. 아무리 주인공은 살아남는다지만… 왕 씨나 모르쇼어 장군은 죽이고 샘은 안 죽이는 건 뭥미

비슷한 상황에서 샘은 왜 제거하지 않은 거지? 물론, 샘의 제거명령이 없기는 했지만…


i. 여전히 부족한 트포들의 소개

1편에선 트랜스포머들의 이름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2편부턴 이런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덕분에 지금은 누가 디셉티콘인지, 누가 오토봇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물론, 차의 제조사로 알 수는 있지만, 그건 아니잖아!


j. 낭비되는 명배우들

존 말코비치 당신은 대체 왜 나온 거요? 범블비 한번 만져보러 온 거요?
프란시스 여사님은 또 왜 나온 거구? 제작진은 아예 1/2편에서 했듯이 제거시키든가! 오로지 마지만 로맨스만을 위해 존재?


k. 주요 캐릭터 퇴장이 왜 이래?

- 스타스크림: 눈 뽑히고… 머리에 폭탄 박히고… 샘한테 개털림
- 사운드웨이브: 범블비 처형하려다 꼬꼬마들 활약으로 생긴 틈새에 헤드샷
- 쇼크웨이브: 미군들에게 저글링 다굴당하다 옵대장의 훅 한방에 퇴장
- 메가트론: 칼리의 꼬득임에 넘어가 다 이긴 센티넬 조지고, 외팔이 옵대장한테 당하고…
- 센티넬: 살려주삼… 구걸모드… 스승 맞아?





이러한 수많은 단점들 외에, 영화를 보거나, 자료를 뒤지면서 눈에 띈 내용들은 대략 아래와 같았다.


1. 다른 작품의 재활용

DVD Prime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도로 액션 시퀀스에서 [아일랜드]의 장면이 재활용되었다.
예산절감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게 보지 않지만, 비 아이맥스 2D 영화의 장면을 아이맥스 3D에서 재활용하는 건 어색하다.



2. 버즈 올드린?

영화에 등장한 늙은 버즈 올드린은 본인이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달착륙 음모론에 대한 NASA의 강공 반격이 아닐까 한다.

Buzz Aldrin



덧. 번역 태클 하나: CINC라는 단어를 총사령관으로 번역했던데, CINC는 그냥 사령관이란 뜻이다. 무슨 만화도 아니고… 쩝쩝.
    예) CINCPACFLT: Commander In Chief, U.S. Pacific Fleet /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

  1. [트랜스포머2]편은 예수 트로이카라 불러도 될만큼 무려 3명의 캐릭터가 죽은뒤 부활했다. 메가트론, 옵대장, 그리고 샘. [본문으로]
  2. 작가 파업 때문이란 디펜스를 믿어주기로 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