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기상과 함께한 피츠 글로리아: 스위스 3/4

스위스에서 보내기로 한 시간이 짧아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와 "피츠 글로리아"가 있는 쉴트호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나의 선택은 무조건 쉴트호른. 이곳은 바로 [여왕폐하의 007]의 주 촬영배경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말이 되는 이유냐!)

우린 숙소에서 아침을 맛있게 먹고 나서...

크로와상 처묵처묵


기차를 타고 우선 뮤렌(Mürren)으로 향했다.


뮤렌에 도착해보니 벌써부터 안개가 자욱하다.
굉장히 멋지지만, 한편으론 쉴트호른의 시계가 불량할 것이란 예감이 팍팍 든다.

뮤렌은 상행선과 하행선 케이블카가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데, 간만에 걸어다니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인터라켄 주변은 오로지 기차+케이블카의 조합이라 걸어다닐 일이 별로 없음)

좀비 영화 분위기?


가는 길에 "스위스 형" 할미꽃이 보여 찰칵.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서 할미꽃을 언제 봤는지 모르겠음...


이윽고 도착한 상행선 케이블카 역.


케이블카 안에서 이런 멋진 경치를 보며 올라왔는데...


역시 도착하니 아무 것도 안 보인다... ㅠ.ㅠ

날이 맑으면 이 그림대로 산이 보인다는 뜻... ㅠ.ㅠ


하지만, 린이와 짱이가 그런 데 관심이 있을 턱이 없고... 오히려 눈이 많이 와서 좋아라고 난리다.


눈싸움을 적당히 즐긴 우리는 혹시나 날이 개일까 하는 기대를 하며 대기실에 내려왔다.

대기실로 가는 길. "스타가 될 기회를 알아서 차버린 래젠비"를 배경으로...


이 곳에는 여기에서 촬영한 [여왕폐하의 007]에 대한 자료들이 게시되어 있으며...

줄거리는 물론, 조지 래젠비의 스턴트맨에 대한 기록까지도 나와있는 레퍼런스 급 리뷰(응?)


관광객들이 원할 때 쉴트호른 소개 비디오와 함께 [여왕폐하의 007]의 주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날이 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우린 그냥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ㅠ.ㅠ

5월 어느날 조그마한 눈사람을 배경으로 마지막 컷을 찍은 린이와 짱이


뮤렌에 다시 내려오자 눈은 내리지 않지만, 여전히 가벼운 비가 내리고 있다.


하지만, 지쳐 쓰러진 짱이...
내려가는 케이블카를 기다리며 잠이 들어버렸다.

충전중... 충전중...


내려갈 때는 올라갈 때와 조금 다른 코스로 가기로 결정했다.
(올라올 땐 지나가지 못한) 김멜발트(Gimmelwald)를 거쳐가는데, 놀이터가 하나 있어 일단 애들이 즐거워하고...


주변의 경치 또한 압권이다.


다음으로 내린 곳은 슈테첼베르크(Stechelberg).
여긴 주변이 폭포로 도배가 되어있는 곳이다... ㄷㄷㄷ


다음 코스인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까지는 버스로 내려가는데, 중간에 내려 조금 걷기로 했다.
아이들이 있어 정식 하이킹은 어렵고, 꿩 대신 닭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뒤에 보이는 또 다른 폭포. 여긴 폭포가 넘쳐나는 곳이다.


이윽고 도착한 라우터브루넨 역...
그런데,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려니, 비가 더 많이 온다... 제길슨...


우린 결국 비를 맞으며 숙소에 도착했다. OTL


덧1. 라우터브루넨에서 유명한 호스텔 3군데는 밸리 호스텔, 샬레 사라, 슈토키 할머니 집이다.
주변 풍경이 굉장히 아름답기 때문에 이곳에서 1박하는 것을 추천함.



덧2.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비가 그쳐 주변을 돌아다니는데, 소렌토, 리오, 스포티지가 함께 주차되어 있었다. 괜히 반갑다.

3대 모두 스위스 번호판임


(4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