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수퍼맨] 차기작은 막장으로 치닫는가?

DVD Prime에서 워너 브라더즈의 공식 발표를 보니 [수퍼맨] 시리즈를 리부팅할 것이라 합니다.
브라이언 싱어의 [맨 오브 스틸]을 기대하는 저에겐 상당히 충격적인 발표라 생각됩니다.
(흥행성적을 떠나 [수퍼맨 리턴즈]는 [수퍼맨]와 [수퍼맨2]에서 계승해야 할 내용을 적절히 계승한 좋은 영화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보도자료에 의하면 새로운 [수퍼맨]은 [다크 나이트]만큼 어두운 영화가 될 것이라 합니다.

[수퍼맨]과 [배트맨]은 (비록 DC의 양대산맥으로서 같은(?) 뉴욕시를 지키는 수퍼 히어로이지만) 사실은 지구에서 크립톤 행성만큼이나 다른 캐릭터인데, 워너에서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휴~


1. [수퍼맨 리턴즈]는 제대로 구성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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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맨 리턴즈]는 흥행면에서는 간신히 적자만 면했습니다. (제작비 2.7억$, 미국 수익 2억$, 전세계 수익 3.9억$)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영화의 구성을 보면 전작에서 계승해야 할 코드를 제대로 계승한 영화입니다.
([수퍼맨3], [수퍼맨4]와 같은) 이상한 수퍼악당배제하고, 인간 옆에서 인간을 위해 고뇌하는 모습이나, 부자관계에 대한 고찰 등을  제대로 계승한 영화입니다.

사실, 흥행 실패의 요인은 액션이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수퍼맨이 19년이라는 너무 오랜 세월만에 돌아왔다는 점이었습니다.[각주:1]

게다가, 순정품 전작인 [수퍼맨], [수퍼맨2]는 (팀 버튼의 [배트맨]과는 달리) 원작을 코드를 제대로 읽어낸 훌륭한 영화들이었고, 브라이언 싱어는 이 두 편을 계승한 영화를 만든 것입니다.
또, 도너는 수퍼맨이 지구에 와서 인간과 싸우는 내용([수퍼맨])에 이어 초인들과 1:3으로 맞짱뜨는 터프한 내용([수퍼맨2])으로  구성[각주:2]했으며, 이 구성은 아주 적절했는데, 이 구성도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즉, [수퍼맨 리턴즈]는 수퍼맨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는(리턴했다는) 내용만으로 충분히 할 일은 다 한 영화인 것입니다.


2. 수퍼맨은 어두운 영화가 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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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맨은 밝은, 그것도 상당히 밝은 캐릭터입니다.

수퍼맨은 (배트맨처럼) 어두운 세상에서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가 아닙니다.
백주 대낮에 주로 활동하고, 낮에 주로 사람들을 구합니다. (밤에는 쫄쫄이를 입고 데이트를 주로 합니다)

철학적인 고민 따위는 아기 시절 온라인 영재교육을 통해 마스터했고, 그가 하는 고민은 좀 더 신적인 영역입니다.

신적인 영역이란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수퍼맨]에서 여친을 구할 것인가 세계를 구할 것인가 하는 장면인데, 결국 그는 둘 모두를 구해냅니다.

이 부분은 배트맨과 극단적으로 비교가 되는데, 배트맨어두울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는 인간이며, 인간은 능력의 한계에 따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신도 선택은 합니다만)

그런데, 굳이 배트맨을 따라가겠다니요...


3. [다크 나이트]가 미칠 듯한 흥행성적을 보여주는 것은 어둡기 때문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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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는 엄청난 흥행작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전미 흥행수익이 4.8억$이며,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6억$의 [타이타닉]까지 돌파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흥행한 이유는 단지 어둡기때문만은 아닙니다.
어둡기로라면 [배트맨 리턴즈]가 더 어둡고 암울했습니다.[각주:3]

문제는 얼마냐 어두운가가 아니라 원작을 코드를 얼마나 잘 읽어내냐는 것입니다.
팀 버튼 계열의 배트맨은 어두운 분위기를 잘 살린 것과는 무관하게 원작의 코드는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배트맨/브루스 웨인이 가진 해결이 불가능한 트라우마를 해결해버린 어이 상실 판단은 역시 동화 전문 감독이라 가능한 것입니다)

[다크 나이트]는 원작 만화의 코드를 읽어내어 구체화하는 것에 있어 사상 유래없는 완벽한 수준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크리스토퍼 놀란 특유의 빈틈 없는 구성력이 덧붙여져 무시무시한 결과물이 나온 것입니다.

다시 말 해 ([다크 나이트]처럼) 어두운 것은 수퍼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원작의 코드를 제대로 읽어낸 작품들을 버리고 어둡게 만들 것이라뇨...

설마 이런 줄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크립톤 행성의 과학자 조 엘은 대규모의 실험을 하고 있었다.
조 엘의 아들 칼 엘은 조 엘의 경쟁자인 x박사를 자극하게 되고, x는 칼 엘을 죽이고 실험장비를 폭파시킨다.
결국 이 폭파는 행성 전체의 폭파로 연계되며, 조 엘, x를 포함한 행성의 모든 사람이 죽게되나, 칼 엘은 탈출하여 지구로 온다.

칼 엘은 (부모의 죽음에 책임이 있지만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지구의 평화를 위해 싸운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 구석엔 언제나 어두움이 도사리고 있는데...


4. 리부팅이 실패한 사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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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기사에도 나와있듯이, 워너에서 염두에 두는 리부팅은 이안루이스 리테리어의 [헐크] 쪽입니다.
마냥 쌈박질에만 포커스를 맞춘 이안의 [헐크]에 비해 성공적인 리부팅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헐크]의 리부팅은 사실 순수한 리부팅이 아니라 (상당히 성공적이었던) TV 판으로의 회귀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수퍼맨]은 아주 훌륭하고 설득력있는 '비긴즈'를 이미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긴즈'를 지워버리겠다는 선택은 절망적이기까지합니다.

게다가, [배트맨 비긴즈]나 [카지노 로얄]과 같은 성공적인 리부팅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니발 라이징]과 같은 어이 상실 리부팅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려는 더욱 커지기만 합니다.

제 생각엔 드라마의 구성능력이나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를 포함해서 [수퍼맨] 시리즈를 정상궤도로 올릴 수 있는 감독으로 브라이언 싱어의 대안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워너의 방식으로 간다면 싱어가 [수퍼맨 리턴즈]의 차기작을 감독할 가능성은 없어보입니다.
(브라이언 싱어는 도너의 [수퍼맨]을 클래식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의 팬입니다)

[수퍼맨2]의 극장판이 어설프게 나온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제작자의 불필요한 개입이었습니다.
그러한 모습을 다시 한 번 볼 것같아 불안합니다.

설마... 그 어두울 것이라는 차기작품에 이런 분들이 등장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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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단적으로, 제가 [수퍼맨2]를 극장에서 봤을 땐 초등학생 때였는데,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이 영화를 보는 시각도 엄청나게 달라졌고 말이죠. [본문으로]
  2. 공식적으로 [수퍼맨2]의 감독은 리차드 레스터인데, 리차드 도너는 [수퍼맨2]의 상당 분량을 촬영한 상태에서 교체됩니다. [수퍼맨2]의 어이상실 코미디 장면들은 죄다 리차드 레스터 컷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퍼맨2]는 도너컷을 의미합니다. [본문으로]
  3. [배트맨]은 전미 2.5억$, 전세계 4.1억$의 수익을 거뒀지만, [배트맨 리턴즈]는 전미 1.6억$, 전세계 2.6억$의 수익에 그쳤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