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더 자칼"에 관련된 잡설

요즘 최악의 테러리스트가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오사마 빈 라덴을 얘기할 것이다.
10년 전 그가 일으킨 9.11 테러[각주:1]는 이후 미국 및 세계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빈 라덴(및 람지 유세프)에 대한 표현 중에 자칼의 후예(New Jackals)란 표현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칼은 물론, 동물이 아니다. 실존하는 희대의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더 자칼을 말하는 것이다.

얘가 아니라고…


빈 라덴의 정체와 관련해서는 의문점이나 음모론도 많지만, 카를로스는 훨씬 정체가 뚜렷한 테러리스트이다.



그는 1949년 10월에 베네주엘라[각주:2]에서 태어났는데, 부친은 유명한 변호사였으며, 극렬 마르크스주의자였다.
그가 첫째고 동생이 둘 더 있는데, 각각의 이름이 무려 각각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각주:3]이다.
그의 본명은 일리치 산체스[각주:4]이고, 집안은 꽤 부유했으며, 영국에 유학해 영어와 러시아어를 배웠다.

이후 테러리스트로 자신의 길을 정하고 1970년 베이루트의 테러 캠프에서 암호명으로 카를로스를 부여받는다.
1972년 그 유명한 검은 9월단 사건에 꼬꼬마로 참가하는 등 많은 테러에 개입하던 중 1975년 빈에 있는 OPEC 본부 습격사건에서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각주:5]

이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꿀꿀이죽을 먹으며 버틴 적은 없다는 것


그리고, 이때부터 자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는데, 이유는 다름 아닌 소지품 중에서 소설 <자칼의 날>이 발견되었기 때문.
이후 20년간 수많은 테러를 자행하던 그는 마침내 1994년 8월 수단에서 프랑스/미국 정보조직에 의해 체포[각주:6]된다.

이후 종신형을 선고받은 그가 다시 언론에 등장한 건 웃기게도 담당 변호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겠단 개드립을 날려서였다.
그는 아직 결혼한 상태이고, 그 외에도 엄청난 플레이보이로도 유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2001년결혼했다. 물론, 이전 결혼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각주:7]

최근 담당 변호사와 사랑에 빠지셨다는 자칼. 저 변호사가 머저리라는 데 삼양라면 한 박스를 건다


최근에 그는 1982년, 1983년 프랑스에서의 폭탄 테러로 다시 기소되었다.
그는 무혐의를 주장하며 단식투쟁도 벌였지만, 결국 엊그제(12월 15일) 유죄가 인정되었다.
프랑스는 사형이 없어 형량은 종신형 그대로지만.



그런데, 워낙에 유명하다보니, 그를 소재로한 소설이나 영화가 꽤 많다.
그 중에는 <자칼의 날>처럼 그를 소재로 했다고 잘못 알려진 경우도 있다.

- <자칼의 날>(1971): 프레드릭 포사이스의 걸작 소설. 테러리스트 자칼의 별명은 이 소설에서 따온 것. 즉, 얘가 원조.
- [자칼의 날](1973): 소설 <자칼의 날>의 영화 버전. 역시 원조 쪽임. 굉장한 완성도의 스릴러 영화.
- <제이슨 본> 3부작(1980): 소설 3부작은 영화와는 달리 본이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더 자칼을 추격하는 것이 핵심임
- [트루 라이즈](1994): 빌 팩스턴이 연기한 사이먼이란 자동차 딜러는 자칼로 오해(?)받음
- [자칼의 추적](1990): 자칼이 악당으로 나오는 TV영화로, 자칼은 제거됨. 프레드릭 포사이스[각주:8]가 제작하고 원안을 씀.
- [어싸인먼트](1997): 자칼을 잡는 과정이 핵심 줄거리. 실제 사실과는 꽤 차이가 큼.
- [자칼](1997): 영화 [자칼의 날](1973)의 굉장히 저렴한 양키 센스 리메이크. 즉, 얘는 원조 계열임.
- <레인보우 식스>(1998): 테러리스트들이 교도소에 수감된 자칼을 구출하려 함
- [Carlos](2010): 자칼 소재의 3부작 미니시리즈.

한편으로는, 007 영화/게임에서 자칼을 그냥 보내줄 리가 없다.

- [살인면허](1989): 메인 빌런의 이름이 프란츠 산체스(Franz Sanchez)인데, 자칼의 본명인 일리치 산체스를 연상시킴
- 게임 <007: Agent Under Fire>: 적 중 한명이 여성 암살자인 칼라 더 자칼(Carla the Jakal)임

이렇게나 유명한 테러리스트인 카를로스는 정작 본인은 무기수로서 나름 편안한 노후를 즐기고 있다.
뭔가 참 어색한 현실인 것이다…


  1. 2001. 9. 11. 글을 쓰는 이 시점에서 10년 3개월 전임 [본문으로]
  2. 베네주엘라 카라카스에서 태어났다. 난 1995년에 여기 가봤음. (자랑) [본문으로]
  3. 바로 그 레닌의 풀 네임이 블라디미드 일리치 레닌(Vladimir Ilyich Lenin / Владимир Ильич Ленин)임. 아들의 작명 순서는 일리치-블라디미르-레닌 순. [본문으로]
  4. 정확한 본명은 일리치 라미레즈 산체스(Ilich Ramírez Sánchez)임 [본문으로]
  5. 영화 [어싸인먼트] 초반에 이 내용이 나옴 [본문으로]
  6. 오사마 빈 라덴은 2011년 5월에 "사살"당했다. 수많은 음모론을 낳는 이유 중 하나다. 왜 사살했을까? [본문으로]
  7. 그의 본처(?)는 이혼은 안 했지만, 카를로스를 미친놈 취급하는 게 함정 [본문으로]
  8. 바로 <자칼의 날> 작가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