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4]: 티비 시리즈로 돌아가려는 제대로된 노력의 결과물 (약 스포일러)

약한 스포일러가 있는 글입니다. 아직 감상하지 않은 분들은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미션 임파서블]이 돌아왔다.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동시에 원작의 코드를 훼손한 1편, 그냥 막장 2편, 원작으로 돌아가려 노력한 3편에 이어서.

96년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코드를 대폭 훼손했다.
팀플은 떡밥이고 독고다이로 문제를 해결하는 [미션 임파서블]이라니!
게다가, 배신자는 무려 짐 펠프스라니!
아무리, 당시가 냉전의 붕괴[각주:1]로 스파이 영화의 위기상황이었다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었다[각주:2].

이후 3편에서는 원작으로 돌아가려 여러모로 노력했지만,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전작에 이어 5년만에 돌아온 4편은 여러모로 많은 장점이 많은 영화다.
시리즈물 중 최초로 내부와 무관한 적과 싸우는 영화[각주:3]이며, 팀플레이가 제대로 묘사됐다.
또한, 톰 크루즈의 나이를 잊은 액션도 훌륭하다. (톰 크루즈는 1962년 생으로 올해 49세)
참고로, 로저 무어가 [나를 사랑한 스파이]를 찍을 때가 50세, [뷰투어킬]을 찍을 때가 58세였다.

이 양반 역시 당시의 절대동안임. 50세의 액션이 결코 만만치 않았음.


한편 함께 출연한 제레미 레너는 올해 40세인데, 막상 영화에서는 오히려 제레미 레너가 더 나이들어보이는 부작용(?)도 있다.
사소한 단점-악당이 전투력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 1편 수준의 차가운 느낌 부족-에도 불구, 오락영화로서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다.
또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 칼리파의 높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씬, BMW i8 등의 눈요기도 잔뜩이다.

단순한 콘셉트 카가 아니라, 실제 출시될, 하지만 나랑은 완전히 무관한 차. ㅠ.ㅠ






영화를 보다보니, 티비 시리즈나 전작들의 흔적을 여러모로 느낄 수 있었다.
그 흔적들을 통해 제작진의 시리즈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제목에 걸맞는 영화를 찍기 위해 들인 노력들을 느낄 수 있었다.


1. 전작들의 흔적

a. 티비 시리즈의 흔적

영화 전체적인 기조는 티비 시리즈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작들에서 대폭 줄어들었던 팀플레이를 보강하고, 내부범인설[각주:4]도 제거했다.

게다가, 마취총으로 사람을 재우는 장면도 등장시켰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반가운 샷이었다.


b. 1편의 흔적

전체적인 기조는 티비 시리즈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1편의 흔적이 일부 보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장면은 이 장면이었다.

아니, 이 장면을 오마주한 장면…


그 외, 떨어져서 수평을 유지하는 자세도 나온다. ㅎㅎㅎ

더 상세한 얘기는 별도로 포스팅할 예정.


2. 새로운 시리즈로 가는 교두보

4편에서는 향후 새로운 시리즈로 가기 위한 교두보의 흔적이 몇 군데 보인다.

a. 결혼?

원작에서는 요원들의 결혼이나 가족관계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66-73년 판에 요원으로 등장하는 바니 콜리어와 88-90년에 요원으로 나온 그랜트 콜리어가 부자관계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아마도 두 배우가 실제로 부자관계라는 점을 은근히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b. 일부 기존 캐릭터의 퇴장



3. 조금 많이 나온 유머들

이 영화는 3편보다는 조금 힘을 뺀 영화다.
아마도 티비 시리즈 정도의 무게감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다소 아쉽다. 유머는 조금 더 적게 나오는 게 더 나았을 것 같다.

a. 사이먼 페그의 불필요한 비중 확대

영화 전반에서 유머는 주로 사이먼 페그가 연기한 벤지가 담당한다.
그런데, 좀 많이 나온다. 웃길 필요가 없는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어허허

여담인데, [도망자]에서 코즈모 요원을 연기한 조 판톨리아노와 사이먼 페그가 동일인물인 줄 알았다. ㅠ.ㅠ


b. 장비 고장 및 불안정?

영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을 연상시키는, 장비 고장 및 불안정 씬… 개인적으로 좀 별로다.


c. 포스터의 간지 씬은 의외로 개그씬

두바이 최고층 아니, 전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 씬은 눈이 굉장히 즐거운 씬이다.
그런데, 거기서도 개그가 꽤 등장한다. 개그를 빼도 괜찮지 않았을까 한다.

영화를 보면, 포스터의 간지 씬(후드티, 건물타기)은 의외로 개그 씬들이다. ㅎㅎ



4. 기타

a. IMF 팀이 가면을 쓰지 않는 첫 [미션 임파서블]

우리편은 아무도 가면 안 쓴다.
사실, 3편에서 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장면이 변신 가면 씬이라서[각주:5] 은근 마음에 들었다.


b. 국장은 왤케 자주 바뀌어?

이 시리즈의 웃긴 점 중 하나는 임무를 시달하는 사람이 자주 바뀐다는 거다.
아니, 아예 네 편 모두 다 다르다.

이번에도 다르다.


c. 의외로 한국 관련된 것들이 꽤 등장함

LG 티비가 나온다. 커다란 로고를 달고. 역시 백색가전 시장에선 삼별의 위상이 광고에 전혀 못미치는 것 같다.
또, 흐릿하게 지나가지만 대우일렉 제품의 박스도 나온다.

유리가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상자도 나오는데, 그건 정말 어색하다. 정말정말 어색하다.


d. 칼매너의 꽃미남 톰 크루즈

잘 생기고 매너 좋더라. 톰 크루즈.
저렇게나 밝게 활짝 웃는 표정과 분위기를 내내 유지했다.



e. 여전히 막장인 시사회 진행

2년여 전 [트랜스포머2] 시사회가 개판으로 진행됐었는데, 그간 단 하나도 발전된 게 없다.

여전히, 보안요원들은 똥오줌 못 가리고 거만하게 설치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 하나 없다. 지들 맘대로다.
또, 입장 시 카메라를 단속한다는데, 정작 티켓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
아니, 폭탄을 들고 들어가도 못 잡았을 거 같다.



  1. 소련이 1991년 붕괴됨 [본문으로]
  2. 1995년에 개봉한 [007 골든아이]는 소련은 붕괴돼도 MI6는 영원하다는 컨셉으로 제작함 [본문으로]
  3. 원작은 짐이 비밀리에 임무를 시달받는데, 이건 내부의 배신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함 [본문으로]
  4. 1-3편 모두 내부자가 범인이거나 IMF요원 출신이 범인임 [본문으로]
  5. 이전 시리즈에선 목소리 변조를 위해 특정 문구를 녹음하는 내용이 전혀 없었는데, 그런 식으로 나와서 생뚱맞았음 [본문으로]